대부분 나선 은하의 중심에 빛나는 구체가 존재한다. 이것은 은하 내부의 별들이 빽빽하게 모여 군집을 이룬 형태로 ‘은하 팽대부(Galactic Bulge)’라고 부른다.
우리 은하계에도 직경이 2만 광년에 달하는 땅콩 모양의 팽대부가 있다. 이런 거대 구조가 어떻게 생성되었는지에 관한 여러 가설이 나왔지만, 아직 확실한 기원을 밝히진 못했다. 과거 두 차례 이상의 대규모 폭발로 형성되었거나, 수십억 년에 걸쳐 서서히 성장했다고 알려져 왔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은하계 중심의 팽대부는 약 100억 년 전에 단일 폭발로 형성됐다. 장대한 폭발 과정에서 한꺼번에 수많은 별이 탄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연구 결과는 왕립천문학회의 ‘월간 공지’에 두 편의 논문으로 게재되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의 지원을 받은 천문학 연구팀이 칠레의 세로 톨롤로 범미주 천문대 4m 망원경에 설치된 ‘암흑에너지카메라(DECam)’로 은하수를 관측했다. 조사 대상이었던 수백만 개의 별 중에서 7만 개를 골라 분석해보니 의외로 중원소 함량이 같았다. 이러한 사실은 은하계 중심 1000광년 이내 대부분의 별이 거의 동시에 생성되었음을 시사한다.
팽대부의 기원에 관한 논쟁 이어져
천문학자들에게 은하 형성과 진화 과정의 미스터리는 풀어야 할 숙제다. 특히 은하계 팽대부의 기원은 오랜 논쟁거리였다.
여기에 관한 두 가지 가설이 있다. 먼저 은하계 중심에서 점점 더 많은 별이 생성됨에 따라 수십억 년에 걸쳐 부풀었다는 이론이다. 이 가설이 맞는다면 팽대부의 밀도는 계속 증가하여 원반 은하와 비슷한 특징을 보이게 된다.
또 다른 유력한 주장은 각각 100억 년 전과 30억 년 전에 일어났던 두 번 이상의 폭발로 축적되었다는 이론이다. 당시 엄청난 양의 가스가 중심부에 뭉치면서 수많은 별이 탄생했다고 여겨진다. 가스는 은하계 중심으로 끌어 당겨진 원시 물질이었거나, 다른 은하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

예상외로 중원소 함량 높아
천문학에서는 수소와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를 중원소(금속)로 분류한다. 우주 초기에 수소와 헬륨 등 가벼운 원소들의 성분비가 정해졌고, 이후 별의 탄생과 사멸을 거쳐 우주의 화학적 진화가 진행됐다. 따라서 천체의 중원소 함량은 나이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되므로 매우 중요한 물리량이다.
연구팀은 자외선 파장으로 측정한 별의 밝기를 이용해 구성 원소를 분석했다. 서로 다른 시기에 형성된 별들은 다른 중원소 함량을 가질 것으로 예상됐다.

관측 데이터에 의하면 은하계 중심부의 별들이 생성된 시기는 약 100억 년 전이다. 약 45억 년 전에 태양이 탄생했음을 감안하면 태양의 중원소 함량이 더 높아야 한다. 이는 최근에 탄생한 별이 이전 세대 별들의 죽음을 거쳐 생성된 중원소를 더 많이 포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 대상이었던 팽대부의 별들은 태양과 거의 동일한 중원소 함량을 보였다. 태양보다 오래전에 생성되었으나, 예상외로 매우 높은 금속성을 지니고 있었다.
이번 연구의 공동 책임자인 마이클 리치(Michael Rich) 캘리포니아 대학교수는 “은하계 중심부에서 뭔가 특이한 일이 발생했다. 그곳의 중원소는 아마도 처음 존재한지 5억 년 동안 매우 빠르게 축적되었다”라면서 해당 천체들이 짧은 기간의 대폭발 속에서 생성되었다고 밝혔다.

나선 은하의 이해도 증진에 기여
새로운 발견에도 불구하고 팽대부에 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은하계가 어떻게 형성되고 진화하는지를 알아내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에 참여한 볼티모어 우주망원경 과학연구소의 크리스티안 존슨(Christian Johnson) 박사는 “다른 나선 은하들도 우리 은하계와 비슷하게 생겼다. 따라서 은하계 팽대부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알아내면 은하 진화에 관해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다”라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
- 심창섭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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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11-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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