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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에 위치한 유럽에서 가장 높은 천문대 유럽 천문대(5) 스핑크스 천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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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에 있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천문대

유럽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알프스산맥 융프라우요흐(Jungfraujoch)는 스위스 여행의 정점으로 알려져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 봉우리 중 하나이다. 바위산 꼭대기에 유럽에서 가장 높은 천문대로 알려진 스핑크스 천문대(Sphinx Observatory)가 위치해 있다. 1937년 해발 3572m에 세워진 이 천문대는 대중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천문대이다. 알프스 일대의 조망을 한눈에 관찰할 수 있기에 관광객들도 많이 찾기 때문이다.

스핑크스 천문대의 아름다운 전경 © International Foundation High Altitude Research Stations Jungfraujoch and Gornergrat (HFSJG)

하지만 이곳은 보다 과학적인 관측을 위해서 세워진 곳이다. 시상(seeing) 현상은 우리가 관측하고자 하는 천체가 전반적으로 흐릿하거나 깜빡거리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말하는데, 지구 대기의 흔들림(turbulence)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지구 대기권 밖에서 천체를 관측하는 적외선 망원경이 아닌 이상 지상에 세워지는 모든 망원경은 시상 현상을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한다.

시상 현상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면 높은 해상도를 얻을 수 있는 짧은 파장의 관측에서 더욱 좋은 관측 결과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평범한 장소에서의 시상 현상은 최소 수백 배 정도로 악화된 분해능을 야기하는데 1990년도에 들어서는 광학적인 왜곡의 영향을 상쇄시켜서 대기의 흔들림을 보정하는 적응 광학(adaptive optics) 기법이 소개되었고 이를 통해서 대기의 시상 효과를 해결하곤 한다.

앞서 설명한 대로 망원경을 지구 대기 바깥으로 보내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아주 큰 비용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스핑크스 천문대가 세워질 때 즈음인 1900년대 초반에는 지구 대기 바깥으로 망원경을 보내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기에 지구 대기의 영향을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최대한 높은 고도에 천문대를 설치하는 방법뿐이었다. 이조차도 수십 배에서 백배 정도 악화된 분해능이 얻어지기에 완벽한 방법은 아니었지만, 당시로써는 최선의 선택이었던 셈이다. 스핑크스 천문대는 이러한 노력 등을 통해서 1900년대 중반의 유럽 천문학과 기상학의 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운 곳이기도 하다.

스핑크스 천문대의 연구

스핑크스 천문대가 추구했던 과학적인 목표들은 연구소의 설립 이후로 크게 바뀌지 않았다. 처음 스핑크스 천문대의 건설 이후 천문대는 기상 측정/관측과 함께 방사선 연구를 중심으로 천문학 연구에 몰두했으며 빙하학, 생리학 등도 함께 연구해왔다. 이중 태양 및 대기 복사를 관찰하기 위한 방사선 측정은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는데 이는 지구 온난화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으로 의심되고 있는 대기에서 지상으로 방출되는 적외선 복사 증가를 관측하기 위함이다. 표면 복사 플럭스의 장기적인 관찰은 스핑크스 천문대에서 행해지는 기후 변화 모니터링의 가장 중요한 연구 중 하나이다.

방사선 측정 장비 © HFSJG

스핑크스 천문대에는 기본적으로 5개의 실험실과 2개의 대형 실험실이 존재한다. 알프스의 매우 건조한 고산 공기는 다양한 대기 연구에 적합하다. 천문대에는 항상 최소 3명의 천문학자들이 상주해있으며 벨기에 리게 대학교 (University of Liège) 천체 물리학 및 지질 물리학 연구소와의 협력으로 고해상도 태양광 분광기를 통한 연구를 하고 있다.

또한 스위스의 로잔 연방 공대(École Polytechnique Fédérale de Lausanne)와의 협력으로 레이저(Laser) 펄스 반사 시간을 통한 위치 측정 시스템인 라이다(LIDAR, Light Detection And Ranging)를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76cm 카세그레인 망원경(오목거울에 반사되어 들어온 빛이 초점 앞에 위치한 볼록거울에 의해 다시 반사되는 원리를 이용한 뉴턴식 망원경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안된 망원경)이 있지만, 현재는 관측에 이용되지 않고 있다.

아쉽게도 시상 효과를 받지 않는 적외선 망원경이 우주를 향해서 발사되고 여러 망원경을 함께 이용하는 간섭계(interferometer)를 통하여 높은 분해능을 얻는 방법으로 시상 효과를 회피할 수 있게 된 요즘은 천문학 연구보다는 환경 및 기상/기후 연구 쪽으로 초점이 이동되고 있다.

사실 기상 측정/관측은 처음 빙하 위에 기상관이 세워진 이후 스핑크스 천문대의 가장 주된 연구 분야 중 하나였기에 현재까지도 여러 가지 연구가 지속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온실 효과의 증거를 찾기 위한 단파 및 장파 복사의 진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온실가스 중 하나인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측정하기 위해서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과의 협력으로 대략 30년간 지속적인 방사성 탄소 등을 측정하고 있으며 스위스 베른 대학과의 협력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이산화탄소와 산소의 농도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와 협력 연구하고 있는 이산화탄소 측정 장비© HFSJG

대략 50개의 이상의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는 스핑크스 관측소는 세계 기상기구(WMO)의 후원을 받아 세계  30여 개 관측소들과 함께 글로벌 모니터링과 네트워크 글로벌 대기 감시(GAW)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대기 구성 변화 감지 네트워크(NDACC)와 통합 탄소 관측 시스템(ICOS) 등과 같은 프로젝트형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측정된 데이터들은 세계 곳곳의 연구소들로 직접 전송되고 있다.

생물학 및 의학 연구도 진행

이외에도 의학, 생물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천문대의 연구원들은 높은 고도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연구소의 높은 고도는 이러한 의학 연구에 이상적이며 융프라우 정상까지 도달할 수 있는 철도 덕분에 환자 및 대조군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스위스 베른 대학교와 취리히 공대의 의학 연구소는 심혈관 질환 환자들의 높은 고도 적응 방법을 중심으로 연구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또한, 천문대의 높은 고도는 생물학자들에게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스위스 베른 대학교와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 생물학 연구소들은 사막의 토양과 암석에 서식하는 작은 유기체인 미생물이 높은 알프스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연구를 하고 있다. 또한, 쥐가 높은 고도에서 적응함과 동시에 기억 장애를 어떤 식으로 극복하는지에 관한 주제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주로 자극적인 환경에서의 연구이기에 인간과 동물에 대한 모든 실험은 생명 의학 윤리(Biomedical Ethics)에 관한 국가 자문위원회(National Advisory Commission)의 허가 요건을 따르며 연구하고 있다.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전망대는 천문대 바깥쪽에 위치해 있으며 이는 스위스에서 두 번째로 높은 ‘전망대’이기도 하다. 참고로 가장 높은 전망대는 작은 매터호른(Klein Matterhorn)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보다 300m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김민재 칼럼니스트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0-10-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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