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장의 위치와 발사 방위각이 결정되면, 궤도선을 달에 보내기 위한 대기 궤도(Parking Orbit)가 결정되고, 달의 움직임을 고려하여 탐사선을 달에 보내기 위해 달 전이 투입(Trans-Lunar Injection, TLI) 기동을 수행한다.
야구로 비교하면 투수가 공을 던지는 것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 던져진 공은 투수의 제구력에 따라 다양한 궤적을 형성하지만, 결과적으로 포수의 글러브에 들어가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구에서 달로 투입된 궤도선은 다양한 궤적(직접 전이 궤적, 위상 전이 궤적, 약 안정 경계 궤적 등)을 통해 달에 도달하게 된다.
야구에서는 투수가 어떻게 던지든 포수가 그 공을 받아주지만, 달에는 포수가 없기 때문에 달 탐사선은 자신의 힘으로 속도를 줄여 달 궤도에 포획되어야 한다. 투수가 던지는 것과 포수가 받는 것이 야구의 기본이듯, 달 탐사선의 입장에서도 지구에서 달로 보내는 것과 달에 도달한 탐사선을 달 궤도에 안전하게 진입시키는 것이 달 궤적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달 탐사선의 역사
미국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1958년 8월 17일 파이어니어 0호를 발사하였다. 하지만 발사체의 문제로 탐사선은 고도 16km밖에 오르지 못했다. 약 한 달 후 소련의 루나 E-1 No.1이 발사되었지만, 이 역시 발사 실패로 탐사선은 달에 도달하지 못했다.
두 국가는 계속해서 달 탐사선 발사를 시도했고, 마침내 소련은 1959년 9월 12일 6번의 시도 끝에 인류 최초로 루나 2호를 달에 충돌시키는 쾌거를 이루었다. 당시에는 달에 도달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기술이었기 때문에 이 일로 소련의 우주기술은 미국을 앞서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소련은 바로 한 달 뒤인 10월 4일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을 촬영해서 지구로 전송하기까지 했다.
달 궤도 진입에 성공한 소련은 곧바로 임무를 착륙선으로 변경하였지만, 미국은 발사체 또는 위성체 문제로 탐사선을 달에 보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12번의 시도 끝에 1964년 1월 30일 레인저 6호를 달에 충돌시키는 데 성공했다.
과거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지구를 벗어나는 일, 지구에서 달로 가는 일 그리고 달에 충돌 또는 달 궤도에 진입하는 일은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지구-달 전이 궤적
일반적으로 직접 전이 궤적을 이용하여 탐사선을 달에 보낼 경우 하늘문은 매일 2회 열린다. 나로 우주 센터에서 탐사선을 발사한다면, 발사 방위각의 제한으로 탐사선은 경사각이 높은 대기 궤도에 투입됨을 기술한 바 있다.
이로 인하여 하늘문이 열리는 첫 번째 기회는 아래 그림의 연두색 궤적으로 탐사선은 경사각이 매우 높은 '상승 출발 궤적'을 통해 달에 도달하게 된다. '상승 출발 궤적'이란 달 전이 투입 기동 후 그려지는 전이 궤적이 달의 궤도 평면 위를 지나는 궤적을 의미한다.
두 번째 하늘문은 약 12시간 후에 열리며 아래 그림의 노란색 궤적으로 탐사선은 '하강 출발 궤적'을 통해 달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다면 어느 출발 궤적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까?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려면 해당 궤적을 선택했을 때 요구되는 연료량, 통신 요구 조건, 식(eclipse) 요구 조건 등을 분석해야 한다. 따라서 발사하고자 하는 탐사선의 요구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궤적이 선택될 수 있다. 미국의 달 착륙선 프로젝트인 아폴로 미션의 경우, 달의 북 위도에 위치한 착륙지에 착륙한다면 '상승 출발 궤적'이 연료 소모를 줄일 수 있다고 기술한 바 있다.

달 궤도 진입(Lunar Orbit Insertion, LOI)
지구에서 출발하여 달에 도달한 탐사선은 비행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달 궤도에 포획되지 않는다. 비유하자면 투수가 던진 공은 아무리 약하게 던져도 그 공이 굴러들어오지 않는 한 특정한 속도 이상이 되고, 포수가 그 공을 받게 되면 그 속도만큼의 충격을 느끼게 되는 것과 같다.
야구와는 다르게 달에는 탐사선을 잡아줄 포수가 없다. 따라서 탐사선은 탑재된 추진 시스템을 가동하여 자신이 달 중력장에 포획될 수 있도록 속도를 낮추어야 하며, 이러한 기동을 달 궤도 진입(LOI) 기동이라고 부른다. 달 궤도선의 경우 탑재된 연료의 70∼80%가 달 궤도 진입 기동에 이용되기 때문에 이 기동이 궤도선 임무의 성공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투수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궤도선이 달 궤도에 포획되기 위한 포수의 역할도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달 궤도 진입 기동은 탐사선이 근월점(달에서 가장 가까운 지점)에 위치한 시점 전후로 수행된다. 다만, 탐사선이 달의 북쪽으로 진입하는 경우 근월점은 북반구에 형성되고, 탐사선이 달의 남쪽으로 진입하는 경우 근월점은 남반구에 형성됨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지구에서 날아온 탐사선은 달의 어느 쪽으로 진입하는 것이 유리할까?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지구 출발 궤적의 선택과 유사하다. 다만, 요구된 연료량의 경우 달의 어느 쪽으로 진입하더라도 차이는 거의 없고, 달 착륙선의 경우 착륙지의 위도에 따라 달에 진입하는 궤적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달 궤도 진입 기동을 수행하는 시점에는 지구의 지상국에서 탐사선을 연속적으로 관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기동이 진행되기 전후에는 식(eclipse) 구간을 피해 탐사선이 태양으로부터 전력을 연속적으로 충전할 수 있도록 궤적을 설계해 주어야 한다.
달 궤도 진입 기동은 발사 이후 탐사선을 운영하는 지상국 입장에서 가장 긴장하는 순간이 되겠지만, 달 탐사의 문을 여는 시작점이라는 큰 의미가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전 기사 바로 가기>
- 최수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
- 저작권자 2020-09-15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