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 우주국(ESA)이 운영하는 허블 우주망원경과 유럽 남방관측소의 초거대 망원경(VLT)으로 관측한 결과, 현재의 암흑물질 행동 이론에 누락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유럽과 미국 천문학자들은 암흑물질(dark matter)이 은하단(galaxy clusters)에 어떻게 분포돼야 하는지에 대한 이론적 모델과 은하단의 암흑물질에 대한 실제 관측 사이에 불일치(discrepancy)가 존재함을 최근 확인했다.
연구팀은 허블우주망원경과 VLT로 여러 은하단에 대해 전례 없이 상세한 관측을 실시해, 은하단에 있는 소규모 농도의 암흑물질이 예상보다 10배 강한 중력렌즈 효과를 생성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 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11일 자에 보고했다. <관련 동영상>
암흑물질은 빛을 방출하거나 흡수 또는 반사하지 않는다. 우주의 보이는 물질에 미치는 암흑물질의 중력을 통해서만 그 존재를 알 수 있다.
따라서 암흑물질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체셔 고양이와 같이 존재가 애매하다. 동물 자체를 볼 수 없고 웃음으로만 존재를 알 수 있듯이 암흑물질도 중력 형태로만 감지할 수 있다.
천문학자들이 암흑물질을 감지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중력이 공간을 어떻게 왜곡시키는지를 측정하는 것으로, 이를 중력렌즈(gravitational lensing)라고 부른다.

우주 시뮬레이션과 관측 자료 불일치
우주에서 가장 거대한 구조물인 은하단은 개별 은하들로 구성돼 있으며, 가장 큰 암흑물질 저장소로 알려져 있다. 은하단은 대체로 암흑물질의 중력에 의해 결합돼 있고, 개별 은하들도 암흑물질로 가득 차 있다. 따라서 은하단의 암흑물질은 대규모 혹은 소규모로 분포돼 있다.
논문 제1저자인 이태리 국립 우주물리연구소(INAF) 우주물리 및 우주 과학 관측소의 마시모 메네게티(Massimo Meneghetti) 볼로냐대 교수는 “은하단은 빛을 내지 않는 암흑물질과 발광을 하는 물질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한 우리의 추론을 우주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신뢰할 수 있게 재현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이상적인 실험실”이라고 비유했다.
메네게티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시뮬레이션과 데이터를 비교하기 위해 신중하게 수많은 테스트를 수행해 이런 불일치가 지속됨을 확인했다”며, “이런 불일치가 일어났던 원인 중 하나는 시뮬레이션에 적용할 중요한 물리학 이론이 누락됐기 때문일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시니어 이론가인 프리얌바다 나타라얀(Priyamvada Natarajan) 미국 예일대 교수는 “우리의 현재 이론적 모델에서 단순하게 포착하지 못하는 실제 우주의 특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하고, “이 점이 현재 암흑물질의 본질과 속성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빈 곳이 있음을 나타내며, 이번에 관측한 정교한 데이터를 통해 암흑물질의 세부적인 분포를 가장 작은 규모에서 조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큰 규모의 렌즈 왜곡 안에 작은 규모의 왜곡 이미지
은하단에서 암흑물질의 분포는 빛이 휘거나 또는 중력렌즈 효과를 통해 지도화할 수 있다. 은하단에서 암흑물질의 농도가 높을수록 빛은 더 많이 휘게 된다.
VLT의 스펙트럼과 결합된 허블망원경의 선명한 이미지는 정확하고 충실한 암흑물질 지도를 생성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이를 통해 수십 개의 다중 이미지화 및 렌즈화된 배경 은하를 식별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중력렌즈 왜곡을 측정해서 암흑물질의 양과 분포를 추적했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세 개의 주요 은하단( MACS J1206.2-0847, MACS J0416.1-2403, and Abell S1063)에 대한 분석은 허블의 연구 조사 프로젝트인 프런티어 필즈(Frontier Fields)와 은하단 렌징 및 초신성 조사의 일부로 수행됐다.
이번 연구에서는 놀랍게도 허블 이미지가 가장 거대한 은하들이 존재하는 각 은하단 중심의 더 큰 규모의 렌즈 왜곡 안에 있는 더 작은 규모의 호(arc)와 왜곡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연구팀은 이런 내장형(embedded) 렌즈들이 개별 은하단의 은하들과 관련된 밀도 높은 암흑물질의 중력에 의해 생성된다고 믿고 있다. 개별 은하의 내부 영역에서 암흑물질의 분포는 은하단의 전체적인 렌즈 효과를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흑물질 모델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 계속 필요”
연구팀은 은하단 내 여러 은하 내부를 도는 별들의 속도를 측정해 후속 분광 관측을 추가했다. 연구팀의 일원인 이태리 페라라 대의 피에로 로사티(Piero Rosati) 교수는 “분광 연구를 기반으로 은하들을 각 은하단과 연결하고 거리를 추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볼로냐 INAF- 우주물리 및 우주과학 관측소의 피에트로 베르가미니(Pietro Bergamini) 연구원은 “별의 속도로 암흑물질의 양을 포함해 각 개별 은하의 질량을 추정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암흑물질 지도를 관측된 은하단을 거의 같은 거리에 위치한 유사한 질량을 가진 시뮬레이션 은하단 샘플과 비교했다.
비교 결과 컴퓨터 시뮬레이션 은하단은, 우주에서 볼 수 있는 은하단 내 개별 은하들과 관련된 가장 작은 척도에서 동일한 수준의 암흑물질 농도를 나타내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같은 흥미로운 특성을 정확히 밝혀내기 위해 표준 암흑물질 모델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계속 수행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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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9-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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