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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김병희 객원기자
2020-07-08

별 생성 가스들의 ‘우주 통근’ 흐름 확인 은하 규모에서 가스 핵까지의 움직임 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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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은 매일 일하기 위해 도시로 출근한다. 이런 출근 모습은 일견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보이지만, 각자가 사무실을 찾아 들어가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은하에서 별을 생성하는 분자 가스의 흐름도 이와 유사하다는 연구가 나왔다.

여러 은하의 분자 가스는 계층 구조로 조직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대한 분자 가스 구름에 있는 분자 물질은 복잡한 가스 선 네트워크를 따라, 별과 행성들이 압축돼 있는 혼잡한 가스와 먼지의 중심을 향해 이동한다.

독일 막스플랑크 천문연구소(MPIA) 요나단 헨쇼(Jonathan Henshaw) 박사팀은 이 과정을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해 은하 규모로부터 각각의 별들이 형성되는 가스 덩어리로 흘러가는 가스의 움직임을 측정했다.

측정 결과, 각각의 규모를 통해 흐르는 가스는 동적으로 상호 연결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별과 행성은 가장 작은 규모에서 형성되지만, 이 과정은 은하 규모로 시작되는 일련의 물질 흐름에 의해 조절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연구 결과는 우주과학 저널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 6일 자에 발표됐다.

나선은하 NGC 4321에서 분자 가스(일산화탄소)의 방출을 이용해 수직축을 따라 측정한 속도 흐름을 시각화한 모습. 이 그림은 가스의 속도를 보여주고, 가로축은 은하의 공간 범위를 나타낸다. 가스 속도에서 파도 같은 진동은 은하 전체에서 볼 수 있다. © T. Müller/J. Henshaw/MPIA

도플러 효과 이용, 분자 방출 빛 주파수 변화 측정

은하들에 존재하는 분자 가스는 은하 회전과 초신성 폭발, 자기장, 난류(turbulence) 및 중력과 같은 물리적 메커니즘에 의해 움직이고 가스 구조를 형성한다.

이런 움직임이 별과 행성 형성에 어떻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 이유는 거대한 공간 범위에서 이루어지는 가스 운동을 정량화해야 하고, 이 운동을 우리가 관측하는 물리적 구조와 연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의 천체물리학 시설과 장비는 하늘의 거대한 영역을 지도화했다. 일부 지도들에는 각각 수십만 개의 독립적인 속도 측정치를 가진 수백만 개의 화소가 포함돼 있다. 때문에 이런 움직임이나 운동을 측정하는 것은 과학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도전적인 과제로 여겨진다.

MPIA의 요나단 헨쇼 박사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이런 과제를 풀기 위해 우리 은하 및 옆에 있는 다른 은하의 가스 관측을 활용해 다양한 환경에서 가스 운동 측정에 착수했다.

이들은 도플러 효과로 알려진, 광원(光源)과 관찰자 사이의 상대적 운동으로 인한 분자 방출 빛 주파수의 명확한 변화를 측정해 이런 운동들을 감지했다.

성간 매체를 새로운 방식으로 시각화

연구팀은 헨쇼 박사와 논문 공저자인 마누엘 리너(Manuel Riener) 박사과정생이 설계한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적용해 수백만 개의 측정치를 분석할 수 있었다. 헨쇼 박사는 “이 방법을 써서 성간 매체를 새로운 방식으로 시각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차가운 분자 가스 움직임이 바다 표면의 파도처럼 속도에 변동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같은 변동은 가스 운동을 나타낸다. 헨쇼 박사는 “변동 자체는 특별히 놀라운 것이 아니지만, 이를 통해 가스가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논문 공저자인 영국 리버풀 존 무어 대학의 스티브 롱모어(Steve Longmore) 박사는 “우리가 놀란 것은 서로 다른 지역의 속도 구조가 매우 비슷하게 나타난 것이었다”며, “우리가 은하 전체나 혹은 우리 은하 안에 있는 개별 구름을 관측하고 있는지의 여부는 별 문제가 아니고 속도가 거의 동일하다는 점이 관심을 끌었다”고 덧붙였다.

지구에서 약 1만 5000 광년 떨어져 있는 나선은하 NGC 4321의 남쪽 나선 팔에 분자 가스(일산화탄소)가 분포돼 있는 모습.

진동 흐름 통해 별 형성 연료 공급

연구팀은 가스 흐름의 본질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면밀한 조사를 할 수 있는 여러 지역을 선택해 고급 통계 기술로 속도 변동 사이의 차이점을 찾아보았다. 그 결과 다양한 측정치를 결합해 속도 변동이 어떻게 공간 규모에 좌우되는지를 결정할 수 있었다.

헨쇼 박사는 “이번 분석 기술의 장점 중 하나는 주기성에 민감하다는 점”이라며, “나선형 팔을 따라 거대한 분자 구름이 동일한 간격으로 놓여있는 것과 같이 데이터에 반복되는 패턴이 존재한다면, 패턴이 반복되는 규모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세 개의 실 같은 가스 선을 확인했다. 이 선들은 규모가 매우 다른데도 불구하고 나선형 팔을 따라 있는 거대한 분자 구름이든 혹은 선을 따라 별을 형성하는 작은 ‘핵(cores)’이든, 끈에 일정 간격으로 꿰어있는 구슬들처럼 모두가 거의 등거리 간격을 형성하는 구조처럼 보였다.

연구팀은 등거리 간격을 형성하는 구조와 관련된 속도 변동이 모두 독특한 패턴을 보여준다는 것을 발견했다.

헨쇼 박사는 “변동은 필라멘트의 마루(crests)를 따라 진동하는 파도처럼 보이고, 이들은 명확한 진폭과 파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규모의 거대 분자 구름이건 소규모의 개별적인 별 형성 코어이건 주기적 간격이 나타나는 것은 이들의 모(母) 필라멘트가 중력에 의해 불안정해지기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헨쇼 박사는 “이런 진동 흐름은 나선형 팔을 따라 흐르거나 밀집된 정점을 향해 수렴하는 가스의 특징으로, 이를 통해 별 형성을 위한 새로운 연료가 공급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무질서하게 보이는 ‘통근 인파’, 순서대로 사무실 진입

연구팀은 이와 대조적으로, 거대 분자 구름에서 측정된 속도 변동이 전체 구름과 그 안의 작은 코어들 사이의 중간 규모에서는 아무런 특징적인 스케일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논문 공저자인 하이델베르크대 디데릭 크루이센(Diederik Kruijssen) 박사는 “우리가 거대 분자 구름에서 보는 밀도와 속도 구조는 ‘규모가 없다(scale-free)”며, “그 이유는 이런 구조를 형성하는 난기류 가스 흐름이 연속적인 혼란을 일으켜 로마네스코 브로콜리나 눈송이같이 더욱 작은 변동을 나타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무 스케일(scale-free) 행동은 두 개의 양 극단 즉, 전체 구름의 큰 규모와 개별 별을 형성하는 작은 규모의 코어들 사이에서 발생한다는 것.

그는 “이런 극단들이 이들 사이의 혼란 규칙에서 명확한 특징적 크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헨쇼 박사는 “거대 분자 구름을 고속도로로 연결된 같은 간격의 거대 도시들이라고 상상해 보라”며, “조감도에서 이 도시들의 구조와 그 안에서 움직이는 자동차와 사람들은 혼란스럽고 무질서하게 보이지만, 개별 도로들을 확대해 보면 멀리 떨어진 여러 곳에서 온 사람들이 순서대로 각자의 사무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서 사무실 건물은 바로 별과 행성이 형성되는 조밀하고 차가운 가스 핵을 나타낸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20-07-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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