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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희 객원기자
2020-05-08

초대형 지진, 가속된 지각판 섭입이 먼저 일어난다 칠레와 일본 대형 지진 발생 전 GNSS 자료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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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큰 두 차례의 지진에 앞서, 이상한 지면 운동 반전이 선행된 것으로 밝혀졌다.

독일 GFZ 지구과학연구소와 베를린 자유대, 칠레 및 미국의 지구과학자들은 2010년 칠레 마울레 지역에서 일어난 규모 8.8의 대지진과, 재앙적인 쓰나미와 후쿠시마 원전 붕괴를 야기한 2011년 일본 도호쿠-오키 대지진(규모 9.0)이 발생하기 전 위성측위시스템(GNSS)에 포착된 신호를 조사, 분석했다.

그 결과, 지각판 충돌로 인한 가속화된 섭입(subduction)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발견해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4월 29일 자에 발표했다.

섭입이란 지각판이 서로 충돌하면서 한 지각판이 다른 판 아래로 들어가는 현상으로, 들어가는 판의 위쪽 면을 따라 지진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는 위성측위시스템(GNSS) 자료 분석을 기반으로 했다. GNSS 기지가 일본(왼쪽)에는 칠레(오른쪽)보다 더 밀집돼 있으나, 양측 모두 지면 운동의 방향과 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 Bedford et al. 2020, NATURE: DOI 10.1038/s41586-020-2212-1

위성측위시스템으로 지면 움직임 확인

연구팀은 첨단 측지 분석 기술을 사용해 판 경계부에 인접한 광대한 1000km 규모의 지구 표면에서 여러 달에 걸쳐 운동감이 교차하면서 바로 두 건의 대지진으로 이어졌다고 보고했다.

두 사건 모두 태평양 가장자리에서 발생했다. 태평양 가장자리에서는 해양판이 섭입 과정을 통해 대륙 지각의 밑으로 들어가게 된다.

일본에서는 촘촘한 영구 관측망을 통해 위성측위시스템(GNSS)을 매우 정밀하게 추적하기 때문에 지면이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를 관측할 수 있다. 칠레에서는 관측 네트워크의 밀도가 높지는 않으나 여전히 변형되는 대륙판의 대부분을 추적할 수 있다.

GNSS란 GPS와 같은 위성 위치 측정 시스템을 통칭하는 것으로, 지상 2만 km 상공 중궤도에 위치해 있는 위성으로부터 신호를 받아 위치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현재 운영되는 주요 위성측위시스템은 미국의 GPS, 러시아의 GLONASS, 유럽연합의 Galileo, 중국의 Beidu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육상의 GNSS 관측기지들은 섭입으로 인해 대륙 지각이 압착돼 짧아짐에 따라 섭입 해구(trench)로부터 약간 멀어지게 된다.

해구란 심해저의 좁고 긴 움푹 꺼진 지형으로, 해양판이 대륙판 아래로 밀려들어가는 섭입대(subduction zone)가 있는 곳이다. 대부분의 섭입에서는 밀도가 높은 해양판이 밀도가 낮은 대륙판 아래로 들어가게 되며, 섭입 속도는 연간 수 cm 정도인 것으로 알려진다.

대형 지진이 발생하기 몇 달 전 지각판 움직임의 방향과 속도가 바뀌었다. ⓒ Bedford et al. 2020, NATURE: DOI 10.1038/s41586-020-2212-1

“섭입의 변동성이 초대형 지진 이해의 핵심”

연구팀은 시계열의 GNSS 신호를 연구해 섭입의 방향이 반전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관측기지가 갑자기 섭입 해구 즉, 열린 바다 쪽을 향해 움직이다 방향을 되돌려 다시 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확인된 것.

이 두 번째의 반전 직후 바로 지하가 파열되고 거대한 지진이 발생했다.

연구팀은 간단한 모델과 가장 잘 알려진 지질학적 제약(geological constraints)을 활용해, 이런 반전은 해양판이 섭입되면서 이 판의 신속하고 밀도 높은 구성 변화로 야기되는 강화된 끌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기간을 갖게 된다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이런 강화된 끌림 기간이 섭입대의 좀 더 얕고 마찰로 고정된 부분에서의 불가피한 재난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독일 GFZ 지구과학 연구소 조나단 베드포드(Jonathan Bedford) 박사는 “일반적으로 대형 지진들 사이에 일정한 속도로 더 깊은 섭입이 진행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하고, “이번 연구에 따르면 이런 가정은 지나치게 단순화된 것으로, 실제로는 섭입의 변동성이 최대 규모의 지진들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이해하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앞으로 발생할 대형 지진에서도 그와 같은 강력한 역전 현상이 일어날지는 두고 봐야 알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분명한 것은 관측 가능한 시간척도에서 볼 때 섭입대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역동적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현재 지진 예측은 진앙 지역을 통과하는 P파와 S파의 속도비 변화나 지면의 갑작스런 융기 현상, 암석 전기전도율 변화 등으로 확인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것처럼 초대형 지진에 앞서 가속화된 섭입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재현된다면 앞으로의 대형 지진 예측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20-05-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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