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에 개봉된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 아마겟돈은 지구에 소행성이 충돌할 위기가 닥쳐오자 이를 막으려는 과정을 담은 재난 SF 스릴러 영화이다. 영화 아마겟돈은 혜성 충돌 이야기를 다루었던 딥임팩트와 비슷한 분위기의 영화였다. 하지만 소행성과 혜성은 기본적으로 기원부터가 다른 천체이다.
소행성은 지름 수백 km 이하의 불규칙한 모양의 작은 천체이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는 태양계의 첫 번째 먼지원반인 소행성대 (Asteroid belt)가 존재하는데, 이곳에 현재 지름 1 km 이상의 소행성이 최소 75만개 이상 존재한다. 이중 지구 궤도에 근접한 소행성들의 경우(근지구천체)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있으므로 감시가 필요한 천체들이다.
반면에 핵, 코마, 꼬리 등으로 구성된 혜성은 얼음과 먼지로 이루어진 천체로 크기는 대략 수백 m에서 수십 km 정도가 된다. 혜성이 태양에 가까워지면서 태양 복사에 의해 기화된 물질이 날리면서 꼬리가 형성된다. 이때 꼬리는 먼지 꼬리와 이온 꼬리로 분리되기도 한다. 혜성은 물과 다양한 유기 물질을 가지고 있어서 생명 탄생에 대한 중요한 정보가 담겨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05년 NASA에서는 영화 딥임팩트에서 영감을 얻어 혜성 탐사선의 프로젝트 이름을 딥임팩트로 명명하였다. 그리고 영화 딥임팩트처럼 탐사선에서 분리된 충돌체를 혜성에 충돌시켰다. 이후 혜성으로부터 핵을 분리시켜서 혜성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고, 이미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있다.
물론 영화 아마겟돈의 내용과 비슷한 프로젝트도 있다. 바로 NASA의 튜프런티어 프로그램 중 세 번째 프로그램인 오시리스-렉스(OSIRIS-REx, Origins·Spectral Interpretation·Resource Identification·Security·Regolith Explorer)가 그것이다. 오시리스-렉스의 부제목인 ‘소행성 샘플 회수 미션(Asteroid sample return mission)’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프로젝트는 지구접근천체 101955 베누(Bennu)에서 샘플을 가져올 예정이다.

베누는 대략 500m의 지름을 지닌 나름 큰 근지구소행성으로 지구에 50만 km까지 가깝게 접근하는 천체이다. 지구접근천체 소행성들이 단순히 지구에 접근하는 수준으로 끝난다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가까이 접근할수록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서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만약 지구접근천체의 지름이 수 km 이상이 넘어간다면 성층권에 충돌하면서 산포된 입자가 대량 유입되어 태양광을 차단하고 범지구적 냉각을 야기하는 등의 정말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 한 가지 다행인 건, 지금까지 관측/발견된 지구접근천체들은 크기가 작고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하지만 이들의 크기가 작은 만큼 주변 거대한 천체에 쉽게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 또한 이들은 워낙에 작은 천체들이라 관측에 어려움이 있다.
수백 m의 작은 천체들이 태양빛을 흡수 한후 한방향으로만 방출하게 되면서 반대방향으로 소행성이 밀려나게 되는데, 이는 궁극적으로 소행성의 궤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 (야르코프스키 효과: Yarkovsky effect). 오리시스-렉스 미션은 야르코프스키 효과도 증명할 예정이다. 관측을 통한 효과 증명은 대부분 마쳤으나 직접 변화량을 계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8년 12월 3일(현지 시각)에 오시리스-렉스는 베누에 도착했다. 하지만 여전히 착륙을 하진 않은 상태이며, 베누를 돌면서 주변에서 여러 가지 조사들을 하고 있다. 2019년엔 베누가 혜성과 비슷한 성질을 지녔다고 파악되었다. 먼지와 작은 입자들을 내뿜는 현상들이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베누는 활동성소행성(Active asteroid)으로 분류되었다.
2019년 말에는 드디어 오시리스-렉스의 착륙 지점이 정해졌다. 오시리스-렉스는 2020년 미국의 독립기념일 즈음에 북위 56도, 동경 43도 부근의 충돌구 지형 (Nightingale)에 착륙을 반복하면서 샘플을 모은 뒤, 충분한 샘플의 획득 후에는 다시 지구로 향하게 되어있다.

2023년에는 캡슐만 지구로 도착하며 유타주에 떨어질 예정이고, 바로 휴스턴 존슨우주센터로 보내질 예정이다. 이 미션이 특별한 이유는 기존의 프로젝트들과는 다르게, 직접적으로 유인 우주탐사와 연계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2013년에 제안되었던 소행성 유인임무(소행성 궤도변경임무: ARM)는 취소되었지만, 이 미션에서 얻어진 연구결과는 향후 계획될 대형 우주 발사체와 달, 화성 등에 사용될 NASA의 유인 우주선에도 이용될 예정이다.
또한 NASA의 유인우주선이 성공적으로 달과 화성에 착륙한다면, 다음 목표지는 베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오시리스-렉스가 베누에 남겨놓은 탐사선 물품들은 물론이고 직접적인 연구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인류를 소행성의 위협으로부터 완전히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설명한 대로 오시리스-렉스는 단순한 과학 탐사가 아니다. 과학 탐사의 결과는 인류를 구하는 데에 이용될 것이고, 따라서 궁극적으로 인류의 안전을 위한 현실판 아마겟돈 프로젝트이다. 과학은 인류가 만들어낸 고귀한 역사의 일부분이며, 인류 문명의 발전 역시 항상 과학과 함께해 왔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하인리히 로러 박사는 연구 결과로 인한 문제까지 해결하는 것이 과학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과학에 한계는 없다. 다만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과학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인류를 위한 과학, 이것이 바로 인류가 만들어낸 과학의 참뜻에 가장 가까울 것이다.
- 김민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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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5-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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