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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김병희 객원기자
2020-01-17

블랙홀과 상호작용하는 '기이한 별' 발견 100년~1000년 전 주기로 은하 중심 공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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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은하 중심의 거대 블랙홀 부근에서 일단의 특이한 물체들이 발견됐다.

미국 캘리포니아대(UCLA) ‘은하 중심 궤도 계획(Galactic Center Orbits Initiative)’의 천문학자들은 은하 중심부에 위치한 초거대질량 블랙홀인 궁수자리 A*(Sagittarius A*; Sgr A*) 가까이에서 ‘가스로 보이지만 별 같이 행동하는’ 기이한 물체들을 발견해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15일 자에 발표했다.

이 새로운 물체들은 통상적으로는 콤팩트하게 보이지만 블랙홀과 가장 가까운 거리의 궤도에 진입하면 길게 늘어나 보인다.

논문 제1저자인 UCLA 안나 시울로(Anna Ciurlo) 박사후 연구원은 블랙홀을 공전하는 이 물체들의 궤도 범위는 100년~1000년 정도 된다고 밝혔다. <관련 동영상>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G 물체들의 궤도. 작은 하얀 십자표시는 초거대질량 블랙홀. CREDIT: Anna Ciurlo, Tuan Do/UCLA Galactic Center Group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G 물체들의 궤도. 작은 하얀 십자 표시는 초거대질량 블랙홀. ⓒ Anna Ciurlo, Tuan Do/UCLA Galactic Center Group

블랙홀에 근접하면 늘어나고 가스 찢겨져

논문 공저자이자 UCLA 우주물리학 석좌교수 겸 UCLA 은하 중심 그룹장인 안드레아 게즈(Andrea Ghez) 교수팀은 지난 2005년 우리 은하 중심부에서 후에 G1이라고 명명된 특이한 물체를 확인한 바 있다.

이어 2012년에는 독일 천문학자들이 우리 은하 중심부에서 G2로 이름 붙인 또다른 기이한 물체를 발견했다. 이 물체는 2014년에 초거대 블랙홀에 매우 가까이 근접했었다.

게즈 교수팀은 G2가 블랙홀을 중심으로 나란히 공전하고 있던 쌍성(binary stars)으로서, 거대한 별과 합쳐져 대단히 두꺼운 가스와 먼지로 뒤덮여 있다고 믿고 있다.

게즈 교수는 “G2가 블랙홀과 가장 가까이 근접했을 때 실제로 이상한 특성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전에 G2를 보았을 때는 별다른 특이점이 없었으나, 블랙홀에 근접하자 모양이 길게 늘어지고 상당량의 가스가 찢겨 나갔다”며, “블랙홀과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매우 위태로운 물체가 아니었으나 블랙홀과 가장 가까운 거리로 접근하면서 길이가 늘어나고 찢기면서 겉을 둘러싼 외피가 사라져버렸고, 이제는 점차 다시 콤팩트하게 작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NASA의 핵 스펙트럼 분석 망원경(NuSTAR)을 이용해 고에너지 X선으로 촬영한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초거대 블랙홀 Sgr A*의 모습. 은하의 배경은 적외선으로 촬영했다.    Credit: Wikimedia / NASA
NASA의 핵 스펙트럼 분석 망원경(NuSTAR)을 이용해 고에너지 X선으로 촬영한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초거대 블랙홀 Sgr A*의 모습. 은하의 배경은 적외선으로 촬영했다. ⓒ Wikimedia / NASA

논문 공저자인 마크 모리스(Mark Morris) UCLA 물리학 및 우주물리학 교수는 “모든 사람들이 G 물체들에 대해 흥분하는 것 중 하나는 이 물체들이 중앙의 거대 블랙홀에 의해 휩쓸리면서 조력에 의해 끌어당겨지는 물질들이 필연적으로 블랙홀로 빨려들어갈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블랙홀이 삼킨 물질들이 가열돼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 너머로 사라지기 전에 엄청난 양의 방사선을 방출함으로써 인상적인 불꽃 쇼를 연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건의 지평선’ 혹은 ‘사상 수평선’이란 블랙홀 중심으로부터 어떤 특정 거리 안에 들어오면 강한 중력에 의해 빛이나 물질이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계선을 말한다.

“여섯 개 이상의 여러 객체 존재”

그런데 G2나 G1은 동떨어진 국외자일까, 아니면 더 큰 물체 그룹의 일부일까? 게즈 교수팀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G3, G4, G5, G6와 같이 네 개 이상의 객체들이 더 존재한다고 보고했다.

연구팀은 각 객체의 궤도도 결정했다. G1과 G2는 유사한 궤도를 갖고 있는데 비해, 네 개의 다른 객체들은 서로 상이한 궤도를 돈다.

게즈 교수는 여섯 개의 물체가 모두 두 별이 상호 공전하는 쌍성이었으나 초거대질량의 블랙홀이 가진 강한 중력 때문에 합쳐졌다고 믿고 있다. 두 별이 합쳐지는 데는 100만 년 이상이 걸렸을 것으로 본다.

게즈 교수는 “우주에서 별의 합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자주 일어나고 매우 흔한 일로 생각된다”며, “블랙홀이 쌍성의 합병을 촉진하고 있고, 우리가 관찰해오면서도 이해하지 못하는 많은 별들은 이런 합병의 최종 산물로서 현재는 고요한 상태로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도 은하들과 블랙홀들이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배우고 있고, 쌍성이 서로 또 블랙홀과 상호 작용하는 방법은 단일 별들이 서로 간 및 블랙홀과 상호 작용하는 방식과는 매우 다르다”고 덧붙였다.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초거대질량 블랙홀을 공전하는 붉은 색 중심을 가진 G 물체의 상상도. 블랙홀은 가운데 빛나는 흰색 점 안에 있는 검은 구체로 표현했다.  Credit: Jack Ciurlo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초거대질량 블랙홀을 공전하는 붉은색 중심을 가진 G 물체의 상상도. 블랙홀은 가운데 빛나는 흰색 점 안에 있는 검은 구체로 표현했다. ⓒ Jack Ciurlo

“내부에 항성 물체 존재”

시울로 박사는 G2의 외피에서 분출된 가스는 극적으로 뻗어 나갔지만 가스 내부의 먼지는 많이 늘어지지는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무엇인가가 G2를 콤팩트하게 유지하고 블랙홀과의 조우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한다”며, “이것이 G2 내부에 항성 물체가 존재한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게즈 교수팀이 20년 넘게 수집한 고유한 데이터세트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하고, “이제 ‘G’ 물체 집단을 알게 되었고, 이것은 G2와 같이 일회적 사건을 설명하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하와이에 있는 켁 천문대(W.M. Keck Observatory)에서 관측을 실시했다. 그리고 적응형 광학장치라고 불리는 강력한 기술을 활용했다. 지구 대기로 인한 왜곡 현상을 실시간으로 보정하는 이 기술은 게즈 교수가 개발을 도왔다. 이들은 ‘UCLA 은하 센터 궤도 계획’에서 13년 동안 모은 자료를 새롭게 분석했다.

우리 은하 중심의 초거대질량 블랙홀을 공전하는 G 물체들과 별들. ‘한가한’ 지구 주변보다 엄청나게 빽빽하고 극한적인 환경으로 보여진다. 동영상 캡처.  Credit: UCLA Galactic Center Group
우리 은하 중심의 초거대질량 블랙홀을 공전하는 G 물체들과 별들. ‘한가한’ 지구 주변보다 엄청나게 빽빽하고 극한적인 환경으로 보여진다. 동영상 캡처. ⓒ UCLA Galactic Center Group

“은하 중심은 익스트림 스포츠의 현장”

게즈 교수팀은 지난해 9월 블랙홀이 점차 ‘굶주리고’ 있으며, 그 이유는 불분명하다고 보고했다. 논문 공저자로 UCLA 연구 과학자이자 ‘은하 센터 그룹’ 부국장인 투안 도(Tuan Do) 박사는 2014년에 G2가 늘어져 가스가 끌어당겨지는 것으로 나타남으로써 최근에 와서는 블랙홀이 이를 삼켰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별의 합병은 블랙홀에 ‘영양’을 공급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에 보고한 새로운 물체 집단의 일부가 될 수 있는 몇몇 후보들을 확인해 현재 이 물체들을 분석 중이다.

게즈 교수는 우리 은하의 중심은 우주의 덜 붐비는 구석에 있는 지구 주변과 달리 극단적인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구는 2만 6000광년 떨어져 있는 은하 중심의 변두리에 위치해 있다”며, “우리 은하의 중심은 지구 주변보다 별의 밀도가 10억 배나 높고 중력 견인력도 훨씬 강하다”고 말했다.

자기장은 더 극단적이어서 은하 중심은 우주물리학의 익스트림 스포츠라고 할 만한 극한 우주물리학이 발생하는 곳이라는 것.

게즈 교수는 이번 연구가 대부분의 은하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20-01-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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