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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김준래 객원기자
2020-01-02

가림막 띄운 채 행성을 관측하는 이유 하벡스, 가림막으로 항성의 빛 차단해 행성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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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바뀌고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자리를 새로운 후계자에게 넘겨주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듯이, 미지의 천체를 관측하는 천문 분야에서도 그런 계보가 이어지고 있어 흥미를 더하고 있다.

계보의 주인공은 인공위성처럼 우주 공간에 뜬 채로 외계 행성의 존재를 추적하는 천체 망원경들이다. 지난 2009년에 발사된 케플러(Kepler)와 2018년에 발사된 테스(Tess) 천체 망원경이 바로 그것.

테스 망원경의 새로운 후계자로 거론되는 하벡스에는 새로운 개념의 관측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 NASA
테스 망원경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하벡스에는 새로운 개념의 관측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 NASA

케플러는 퇴역한 2018년까지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30만 개가 넘는 별을 관측했고, 4000개가 넘는 외계 행성 후보를 찾아낸 천문 분야에서는 전설과도 같은 존재다. 후계자인 테스도 가동을 시작한 지 불과 1년이 조금 지났지만, 지구 가까운 곳에서 행성 3개를 발견하고 별의 지진까지 관측하는 등 스승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미 항공우주국(NASA)이 테스의 뒤를 이을 새로운 외계 행성 사냥꾼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끌고 있다. 하벡스(HabEx)라는 이름의 이 천체 망원경에는 기존의 천체 망원경들과는 다른 관측 방법이 적용될 예정이라는 것이 NASA 측의 설명이다.

스타쉐이드 시스템이 적용된 천체 망원경

하벡스 천체 망원경에 천문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차세대 외계 행성 관측 기술이 탑재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해당 기술은 가림막처럼 생긴 스타쉐이드(starshade) 시스템에 천체 망원경을 결합하는 것이다.

스타쉐이드 시스템이란 오리가미(origami)라 불리는 일종의 종이접기 방식을 말하는 것으로서, 연처럼 생긴 거대한 가림막을 우주에 띄워 망원경의 관측을 돕는 기술이다. 가림막을 띄우는 이유는 바로 항성이 아닌 행성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태양계가 아닌 다른 외계에서 반짝이는 별들은 대부분 태양과 같은 항성들이다. 스스로 빛을 내는 존재들인 것이다. 예를 들어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외계에서 태양계를 관측한다고 가정했을 시, 관측이 가능한 별은 태양뿐이다.

코로나그래프처럼 가림막이 항성의 빛을 가린 상상도 ⓒ NASA
코로나그래프처럼 가림막이 항성의 빛을 가린 상상도 ⓒ NASA

지구나 화성 같은 행성은 태양에 비해 그 밝기가 수십억 분의 1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기존 관측 기술로는 발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마치 서치라이트 옆에 있는 반딧불처럼 항성 옆에 있는 행성은 존재해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쉬운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발견되었다는 수많은 외계 행성들의 존재는 어떻게 된 것일까. 사실은 이들 외계 행성 중에서 직접 관측을 통해 발견한 외계 행성의 숫자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대부분은 간접적인 방법으로 행성의 존재를 파악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기술이 바로 스타쉐이드 시스템이다. 항성이 너무 밝은 관계로 행성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에 가림막으로 항성의 빛을 차단하여 행성을 발견하는 것이 핵심 개념이다.

개념 자체는 오래전부터 구상되었지만, 기술적 문제와 비용 문제로 추진되지 못하다가 하벡스 망원경 개발과 함께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코로나그래프와 종이접기 기술 이용하여 행성 존재 관측

스타쉐이드 시스템은 코로나그래프(coronagraph)의 원리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코로나그래프란 프랑스의 천문학자인 리오(Lyot)가 고안한 태양의 코로나(corona) 관측용 천체망원경으로서, 일식이 없는 평상시에도 코로나를 관측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코로나그래프는 주초점의 위치에 개기일식 때 달의 역할을 하는 원판이 있어서 태양광구를 가리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외계 행성을 관측할 때도 이 같은 원리를 적용하여 가림막으로 항성의 강한 빛을 가린 다음 관측하는 것이다.

NASA와 함께 하벡스 천체망원경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미 오하이오주립대 천문학과의 ‘스콧 가우디(Scott Gaudi)’ 교수는 스타쉐이드 시스템을 통해 별빛을 차단하고 항성보다 수십억 배 희미한 행성의 빛을 직접 확보하여 스펙트럼을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행성의 빛을 확보하여 스펙트럼을 분석할 수 있다면, 행성의 표면 온도나 대기 구성 성분은 물론 생명체의 존재 여부와 관련된 간접적인 증거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우디 교수와 연구진이 구상하고 있는 하벡스 천체망원경과 가림막의 거리는 약 8만 km다. 망원경에서 약 8만 km 정도 떨어진 곳에 지름 52m의 가림막을 띄워 달이 태양을 가리듯이 항성의 강한 빛을 가린다는 것이다.

가림막 제작에는 종이접기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 NASA
가림막 제작에는 종이접기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 NASA

지름 52m의 가림막은 웬만한 체육관보다 더 큰 크기다. 이렇게 큰 가림막을 지구에서 발사하여 원하는 위치에 띄우려면 천문학적인 비용과 더 발전된 기술이 필요하다. 바로 가림막을 종이접기 방식으로 설계하는 이유인 것이다.

이에 대해 가우디 교수는 “가림막을 종이접기 방식으로 제작하는 이유는 발사에 드는 비용과 기술적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라고 밝히며 “발사할 때 가림막의 부피를 최소화하기 위해 종이접기처럼 차곡차곡 접었다가 위치에 도달하면 막을 펼쳐 연처럼 만드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가우디 교수의 구상대로 하벡스 천체망원경이 제작되려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돼야만 한다. 잠정 예산의 규모만 해도 70억 달러 이상이며, 개발에서 발사까지 10여 년의 세월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하벡스 천체망원경의 발사가 아무리 빨라도 2020년 말쯤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러 가지 난제가 놓여 있지만, 외계 행성의 빛을 포착할 수 있는 최신의 기술인 만큼, NASA와 오하이오주립대의 공동 연구진은 차세대 천체망원경 계획을 적극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20-01-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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