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알오(LRO)는 향후 인류가 착륙할 안전한 착륙지를 찾고, 달에 매장된 자원을 탐사하며, 달의 방사능 환경이 인류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기 위해 2009년 6월 18일 발사되었다.
지금까지 달에 도달한 궤도선들의 임무 기간은 주로 1년이었고, 연료가 남아 연장 임무를 하더라도 총 임무 기간이 2년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2009년에 발사된 엘알오의 경우 50 km의 고도에서 계획했던 1년의 임무를 마무리하고 현재까지 달 궤도에 남아 운영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최소 7년 이상 임무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달 동결 궤도(Lunar Frozen Orbit)
궤도선이 촬영할 영상의 해상도를 생각한다면 고도가 낮을수록 좋지만, 달의 중력장으로 인하여 낮은 고도를 유지하려면 더 많은 연료가 소모된다.
예를 들어 고도가 100 km인 궤도선은 시간이 지나면서 근월점이 점점 낮아지고, 원월점은 점점 높아지게 된다. 약 4개월이 시간이 지난다면 궤도선의 근월점이 달 표면이 되어 궤도선은 달에 충돌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일을 방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달의 낮아진 근월점과 높아진 원월점을 다시 100 km로 유지시키기 위한 기동을 수행해야 하며, 궤도선에 탑재한 연료를 이용하여 이러한 기동을 수행한다.
고도가 30 km인 궤도선의 경우 달 표면에 도달하는데 단 4주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훨씬 잦은 기동이 요구되어, 동일한 기간을 운영을 하는데 필요한 연료가 100 km 고도 대비 훨씬 많아지게 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해외의 달 궤도선들은 주로 100 km의 임무 궤도를 선택하였으며, 연료를 다 소진하면 궤도선이 달 표면에 충돌하면서 임무를 마감하게 된다.
하지만 엘알오는 계획했던 1년의 임무를 마친 후 해당 궤도에서 계속 머무르지 않고, 연료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는 달 동결 궤도에 진입하였다.
NASA는 달의 궤도 특성을 연구하던 중 특정 궤도 요소 조합(경사각과 이심률)의 경우 위에서 언급한 주기적인 궤도 유지 기동이 필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궤도를 동결 궤도라고 정의 및 운영에 활용하였다. 달 동결 궤도는 경사각이 90°인 엘알오의 경우 근월점의 위치가 남극(근월점 이각 = 270°)이면서, 근월점의 고도는 30 km 이하 그리고 원월점의 고도는 150 ∼ 230 km인 궤도이다.
엘알오가 장수하면서 남긴 중요한 기록들
1년의 임무를 계획하고 달에 발사된 엘알오는 달 동결 궤도에 진입함으로써 최장수 달 탐사선의 기록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으며, 현재도 달 표면의 영상을 지속적으로 촬영하고 있다. 엘알오가 촬영하는 영상 중 인류의 달 탐사에 가장 큰 도움을 주는 것은 바로 달에 보내진 탐사선들이 충돌 또는 착륙 영상들이다.
궤도선의 경우 2011년 9월 발사 후 2012년 12월에 임무를 종료한 NASA의 그레일(GRAIL)과 2013년 9월 발사 후 2014년 4월에 임무를 종료한 라디(LADEE) 등이 충돌한 지점을 엘알오가 촬영한 영상(그림 3과 4)이 있다.
2013년 12월 달에 착륙한 중국의 창어 3호의 경우 착륙한 창어 3호뿐만 아니라 창어 3호로부터 전개된 로버(유투)가 착륙선으로부터 일정 거리로 이동한 장면도 엘알오에 의해 촬영되어, 영상으로 창어 3호의 착륙이 성공했음을 확인하였다.
엘알오가 촬영한 사진 중 가장 큰 관심을 갖는 장면은 바로 최근에 달 착륙에 실패한 이스라엘의 착륙선 베레시트(Beresheet) 및 인도의 착륙선 비크람(Vikram)이 충돌한 지점의 사진이다.
베레시트(그림 6)의 경우 달 표면에 착륙할 시점의 속도가 매우 빨라 충돌 지점의 변화를 통해 착륙선이 얼마나 빠르게 충돌했는지를 유추해 볼 수 있다.
비크람(그림 7)의 경우 아직은 충돌 지점이 분명하지 않아서 향후 촬영될 영상을 통해 충돌의 속도 등을 유추하여 착륙선 실패의 원인을 규명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엘알오의 사진이 큰 의미를 갖는 이유는 달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한 결과를 아주 빠르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에서는 아무리 큰 망원경으로 달을 관측한다 하더라도 엘알오가 촬영한 영상을 능가하기 어렵다. 엘알오가 비밀의 궤도에서 얼마나 더 오래 임무를 수행할지 모르지만 엘알오의 활약이 계속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 최수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
- 저작권자 2019-11-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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