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 궤도 주변의 ‘트로이 소행성군(Trojan asteroids)’을 최초로 탐사할 루시(Lucy) 탐사선이 본격적인 제작에 돌입했다.
지난 22일 미항공우주국(NASA)은 루시 계획의 ‘상세 설계 검토(Critical Design Review, CDR)’를 성공적으로 끝냈다고 발표했다. 탐사선은 2021년 10월 발사를 목표로 제작될 예정이다.
CDR은 프로젝트의 설계를 최종 검증하는 단계다. 이 과정을 통과해야 실제 탐사선의 제작에 들어갈 수 있다. 루시 팀원들이 제시한 임무 설계안을 검토한 NASA 위원회는 모든 기술적인 과제를 충족하고, 하드웨어 개발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루시 계획을 이끌고 있는 ‘사우스웨스트 연구소(SwRI)’의 해롤드 레비슨(Harold Levison) 수석 연구원은 “이제 디자인 단계를 거쳐 제작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에 매우 흥미로운 시기가 찾아왔다. 루시 계획이 마침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라면서 탐사선의 제작은 이달 안에 시작된다고 밝혔다.
디스커버리 프로그램의 마지막 미션들
NASA는 1990년대 초반부터 저비용에 초점을 맞춰 태양계를 탐사하는 디스커버리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지금까지 12대의 탐사선과 착륙선, 우주망원경을 개발해서 발사했는데, 그중 단 한 대만 제외하고 모두 성공시켰다. 니어 슈메이커 소행성 탐사선부터 마스 패스파인더, 케플러 우주망원경, 인사이트 탐사선 등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성과를 이뤄냈다.
2017년 마지막으로 진행된 디스커버리 제안 사업에서 14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것이 ‘루시’와 ‘프시케(Psyche)’ 계획이다. 이에 따라 13번째 미션은 루시, 14번째 최종 미션은 프시케로 정해졌다. 프시케는 화성과 목성 사이의 금속 소행성으로 알려진 ‘16 프시케’를 탐사하여 행성의 핵에 대한 기원을 연구할 계획이다. 루시가 2021년, 프시케는 2022년 발사될 예정이지만, 루시 쪽의 항행 거리가 더 멀어서 프시케 2026년, 루시는 2027년 목표지점에 도착할 예정이다.
태양계 형성의 실마리를 찾아 12년간 비행
루시라는 명칭은 1974년 발견된 최초 인류의 조상으로 여겨지는 화석의 이름에서 따왔다. 소행성대 너머의 트로이 소행성들은 태양계가 형성된 마지막 흔적을 지닌 '행성 형성의 화석'으로 알려졌다. 루시 탐사선은 이러한 원시 소행성들을 탐사하여 우리 태양계 형성과 진화의 실마리를 찾아낼 것으로 기대된다.
트로이 소행성군은 목성 공전 방향으로 60° 앞서있는 라그랑주 점 L4의 ‘그리스 캠프’와 60° 후방의 라그랑주 점 L5 ‘트로이 캠프’로 나뉜다. 이렇게 먼 거리에 떨어져 있는 소행성군을 모두 방문하려면 매우 복잡한 궤도를 항해해야 한다.
현재 계획에 따르면 2021년 발사될 루시 탐사선은 태양을 계속 공전하면서 지구를 두 차례 지나치며 ‘중력 도움(Gravity assist)’으로 가속한 뒤에 목성 궤도로 향하게 된다. 이후 약 6년이 지난 2027년이 되어서야 그리스 캠프에 도달해서 탐사할 수 있다.
그리스 캠프의 탐사를 마친 루시는 다시 지구 근처로 돌아와서 중력 도움을 받아 재가속한다. 마지막 목적지인 트로이 캠프에 도달하는 것은 2033년으로, 무려 12년 동안 미션을 수행한다.
6개의 소행성을 탐사
루시는 모두 6개의 소행성을 방문할 계획으로, 지금까지 시도된 소행성 탐사 중에서 가장 범위가 넓다. NASA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루시의 첫 탐사 목표는 그리스 캠프로 가는 도중인 2025년쯤에 만날 지름 4km 짜리 소행성이다. 이 소행성의 명칭은 루시 화석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52246 도널드 요한슨(Donald Johanson)’으로 명명되었다.
그리스 캠프에 도달한 루시는 ‘3548 에우리베테스(Eurybates)’, ‘15094 폴리멜(Polymele)’, ‘11351 레우코스(Leucus)’, ‘21900 오러스(Orus)’를 차례로 탐사한다. 이 4개의 천체는 지름 21~64km로 비교적 큰 소행성들이다.
마지막 목적지인 트로이 캠프에는 ‘617 파트로클로스(Patroclus), 메노에티우스(Menoetius)’라는 독특한 소행성이 기다리고 있다. 두 천체는 각각 지름 113km, 104km의 매우 큰 소행성으로, 약 680km 거리를 두고 서로 공전하는 이중 소행성이라서 관심을 끌고 있다.
탐사선의 제작과 발사
루시 계획은 SwRI가 주도하고 있다. 레빈슨 수석 연구원과 팀원들은 뉴허라이즌스 탐사선과 오시리스-렉스 탐사선에 장착된 카메라와 분광계를 사용하기로 했다. 이러한 결정은 루시 탐사선의 개발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줄이려는 조치다.
NASA의 고다드 우주비행센터는 전반적인 임무 관리와 시스템 엔지니어링 및 안전한 임무 수행을 보장하는 역할을 맡게 되고, 탐사선 개발은 록히드 마틴이 담당한다. 발사체 역시 록히드 마틴이 제작하는 아틀라스-V 로켓을 사용할 예정이다.
- 심창섭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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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10-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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