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이 지구 밖으로 나갈 때 소요되는 비용을 최대한 줄여주는 로켓 회수 프로젝트에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신생 업체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원래 로켓 회수 프로젝트의 선두주자는 테슬라로 전기차의 대중화를 이끈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이끄는 스페이스X와 세계 최대의 유통업체인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Jeff Bezos)’가 설립한 블루오리진이다.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은 각각 회사를 대표하는 로켓인 ‘팰컨9’과 ‘뉴셰퍼드’로 초대형 로켓 시대의 시작을 알렸고, 이들 로켓을 회수하는 시스템까지 비슷하게 개발하여 해당 분야의 맞수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규모는 작지만 인공위성을 우주로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로켓 개발업체가 이들이 조성해 놓은 로켓 회수 프로젝트 분야를 넘보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바로 미국의 신생 기업인 ‘로켓랩(Rocket Lab)’이다. (관련 기사 링크)
천문학적 발사 비용을 줄이기 위한 로켓 회수 프로젝트
로켓 회수 분야를 선점하고 있는 블루오리진과 스페이스X는 각각 지난 2015년 말에 한 달 간격으로 로켓 회수 프로젝트에 도전하여 성공한 기록을 갖고 있다.
세계 최초로 로켓 회수 작업에 성공한 블루오리진은 재활용을 목적으로 하는 로켓인 ‘뉴셰퍼드’를 발사하여 외계에 해당하는 고도인 약 100km 상공까지 쏘아 올렸다. 이후 몇 번의 순회를 마친 뉴셰퍼드는 지상에 마련된 착륙장에 안전하게 도착했다.
이어서 발사된 스페이스X의 ‘펠콘9’은 뉴셰퍼드보다도 더 높은 고도로 올라가 인공위성을 무사히 궤도에 안착시켰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분리된 로켓 역시 지구로 돌아와 재착륙하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블루오리진과 스페이스X 같은 혁신적 기업들이 로켓 회수 프로젝트에 몰두하고 있는 이유는 우주 탐사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우주선을 지구 밖으로 내보내려면 강한 추진력을 가진 로켓이 필요하다. 로켓이 강한 추진력을 내려면 막대한 양의 연료가 필요한데, 지금까지는 발사 과정에서 연료를 사용한 로켓은 모두 버리는 것이 원칙이었다.
문제는 이처럼 버려지는 로켓들의 제작에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심한 경우에는 로켓 제작 비용과 연료 비용이 프로젝트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등,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문제가 생기자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로켓 회수 시스템은 바로 이 같은 움직임 중 하나인 기술이다. 이 기술이 실용화된다면, 기존의 로켓을 버리는 발사 방식과 비교할 때 비용을 90%나 낮출 수 있다는 것이 민간 발사 업체들의 주장이다.
역분사 방식에 비해 저렴하고 신속한 공중 회수 방식
로켓 회수 외에도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점은 로켓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블루오리진과 스페이스X가 자사의 로켓들에 적용하고 있는 방식은 ‘역분사(reverse injection)’ 방식이다. 회수하는 로켓에 역추진 엔진을 탑재하여 낙하 속도를 줄인 뒤, 착륙장에 수직으로 착륙시키는 방식이다.
역분사 방식의 장점은 회수 기술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만 있다면, 가장 효율적으로 로켓을 회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단점이라면 역추진 엔진을 실어야 하기 때문에 로켓 규모가 그만큼 더 커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단점은 작은 화물을 저렴한 비용으로 빈번하게 지구 밖으로 내보내려는 신생 발사 업체들의 운영 목적과 맞지 않는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로켓랩 같은 소규모 발사 업체가 주도하는 ‘공중 회수(aerial recovery)’ 방식이다.
공중 회수 방식은 로켓이 우주선과 분리된 후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낙하산을 펼쳐 속도를 줄인 뒤 공중에서 헬리콥터를 이용하여 회수하는 방식이다. 헬리콥터가 갈고리로 낙하산 위에 형성된 고리를 낚아채어 해상에 대기 중인 갑판에 로켓을 내려놓는 것이다.
공중 회수 방식은 블루오리진과 스페이스X가 채택하고 있는 역분사 방식에 비해 회수 과정이 단순하고 별도의 엔진 장착이나 추가 연료가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회수 실패 가능성이 높고, 중형이나 대형 로켓을 회수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로켓랩은 공중 회수 방식의 안전성과 용이성을 입증하기 위해 지난해 일렉트론(electron)이라는 이름의 로켓을 발사한 바 있다. 일렉트론은 소형 위성 전용 로켓으로서, 3만여 개에 달했던 기존의 로켓 부품을 1000여 개로 대폭 줄인 혁신적 구조의 로켓이다.
로켓랩 관계자는 “엔진을 포함한 대부분의 로켓 부품을 3D프린터와 탄소섬유로 제작하여 무게와 비용을 줄였다”라고 밝히면서 “형태는 3단 로켓이지만, 높이 17m에 지름 1.2m이고 무게도 12.5톤 정도에 불과한 소형 로켓”이라고 소개했다.
일렉트론 로켓이 지난해 발사됐다고 해서 당장 회수 작업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발사된 로켓은 발사 과정에서 일어난 모든 과정을 데이터화하고 있고, 관련 데이터를 기반으로 로켓랩은 내년에 본격적인 회수 작업을 시도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로켓랩이 공개한 로켓 회수 작업을 살펴보면 2단계에 걸쳐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단계에서는 일렉트론 로켓을 바다에 일부러 빠뜨려 건져낸 뒤 공장으로 가져와 이상 여부를 점검하는 것이다.
1단계 과정에서 별다른 이상 여부가 발견되지 않으면 2단계인 공중 회수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로켓랩의 당초 계획대로라면 내년에는 낙하산에 실려 바다로 떨어지는 로켓을 헬리콥터가 공중에서 잡아 선박에 착륙시키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19-08-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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