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수많은 성공담이 존재한다. 풀리지 않는 난제를 해결해 새로운 연구의 지평을 열고, 세계 기록을 세워 가문의 영광을 드높이는 등 오늘도 누군가는 금자탑을 쌓아올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성공담은 우주 진출일 것이다. 한때 번개와 천둥을 두려워해 동굴 속에 숨고, 그저 기우제를 지내며 비가 오길 바라던 인류는 어느새 달에 발자국을 찍게 되었다.
하지만 성공 뒤에는 실패가 있기 마련. 그리스 신화 속 이카루스는 날개가 녹아 추락했고, 라이트 형제는 비행을 성공하기까지 무려 805번의 실패를 맛봐야 했다. 이는 우주 진출도 마찬가지다.
인류는 1969년 달에 착륙했지만, 완전히 정복한 것은 아니었다. 1986년에 있었던, 이륙 73초 만에 폭발해 승무원 7명이 전원 사망한 일명 ‘챌린저호의 비극’은 우주가 아직까지 ‘여행’, ‘일상’보다는 ‘도전’과 ‘노력’의 영역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지난 5일부터 국립대구과학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특별기획전이 우주로의 ‘여행’이 아닌, 우주로의 ‘도전’인 이유다.
우주복 입고 사진 ‘찰칵’, 실제 같은 우주 유영도
달 착륙 50주년을 맞아 국립과학법인이 공동으로 준비한 ‘우주로의 도전’ 특별기획전은 그 준비 기간만 11개월에 달하는 거대 프로젝트다. 국립대구과학관(7월 5일~9월 1일)을 시작으로 국립광주과학관(9월 11일~12월 1일), 국립부산과학관(12월 13일~2020년 3월 1일) 순으로 순회 전시 된다.
‘도전’이라는 일관된 주제를 바탕으로 크게 ‘지구: To The Space’, ‘국제우주정거장, 달: First Foot Into The Space’, ‘화성: First Life At Space’이라는 3개 존으로 이뤄진 이번 전시는 짜임새 있는 구성을 자랑한다.
첫 번째 영역인 ‘지구: To The Space’존에서는 우주 진출을 향한 인류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시선을 압도하는 75톤 엔진 모형에서부터 우주복까지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인상 깊은 점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우주과학의 역사를 친절하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린이 관객들은 맞춤 우주복을 입은 채로 사진을 찍고, 우주로 진출한 동물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 또 내가 직접 만들고 이름을 붙인 인공위성을 발사시켜, 지구 주위를 돌게 하는 경험은 발사체와 인공위성에 흥미를 갖게 한다.
특히 인기가 많은 것은 유인 우주이동 장치(MMU) 체험. 직접 핸들을 조작해 원하는 대로 이동 방향을 조작할 수 있기에, 헬멧을 쓰고 의자에 앉은 아이들은 잠시나마 실제 우주를 유영하는 느낌을 받는다.
한편 성인에게는 ‘영화 속 우주’ 퀴즈 풀기가 흥미롭다. ‘스타워즈 광선검으로 실제 전투가 가능할까?’ 등 갖가지 퀴즈에 답하며 자연스럽게 우주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다.
탐사 로봇 조종하고, 우주인 심정 느껴
우주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하는 ‘국제우주정거장, 달: First Foot Into The Space’ 존에서는 실제 달과 국제우주정거장에서의 일상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볼 수 있다. 가상현실(VR) 안경을 쓰고 달 표면을 걷거나, 탐사 로봇을 직접 조종해 미션을 수행하는 등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특히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함께 달 표면을 오르고, 고운 흙으로 달 기지를 만드는 프로그램은 미취학 아동의 눈높이까지 고려했다.
체험뿐만 아니라 전시 역시 충실하다. 관람객들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사용하는 침대, 변기, 샤워실을 보면서 우주인은 어떻게 샤워를 하고 어떻게 용변을 처리하는지, 잠은 어떻게 자는지 등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지구로 귀환할 때 탑승했던 소유즈호의 내부를 보며 당시의 심정을 짐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화성에서의 근사한 실험, 직접 해볼까?
지구와 달, 국제우주정거장을 거쳐 인류가 진출할 마지막 도전의 장소는 바로 화성이다. 진입하는 입구에서부터 미항공우주국(NASA)에 화성행 티켓을 접수하고, 실제 에어샤워로 먼지를 제거하는 과정을 통해 제법 근사한 화성 탐사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화성의 먼지는 지구의 먼지보다 훨씬 작고 건조해 우리 폐와 기계 장치에 쉽게 들어갈 수 있기에, 그 제거가 필수라는 설명이다.
현실 화성처럼 온통 붉은 배경인 ‘화성: First Life At Space’존에는 중력 체험, 식물 재배, 생존 요소 체험 등 다양한 전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달에서와 비슷하게 탐사로봇인 로버를 조종해 임무를 수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후 태양계를 넘어서 새로운 우주로의 도전을 진행하고 있는 보이저 호의 여정을 소개하며 전시는 마무리된다. 마지막으로 ‘인류는 아직도 열심히 도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전시를 기획한 이우성 연구원은 “우주개발은 힘들고 어려운 일인 동시에 매우 흥미로운 일”이라며 “자칫 감추기 쉬운 실패 사례까지 다루면서 인류의 위대한 도전 정신을 올곧이 전달하고자 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한편 국립대구과학관은 우주과학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이번 전시와 연관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그 첫 주자는 오는 21일 이뤄지는 재니 래드보 NASA 자문과학자의 ‘스타 토크’ 행사. 이후 26일에는 미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NASA-JPL) 소속 성기윤 박사의 ‘화성 정착촌 어디까지 가능할까?’ 특강이 이어진다. 본격적인 방학 시즌인 27일부터는 ‘판타지아 과학축제- 하늘을 넘어 우주로’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 김청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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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7-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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