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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김준래 객원기자
2019-06-20

공기 저항 줄인 항공기 '비행하는 기타' V자 형태의 혁신적 디자인…연료 절감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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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속 비행으로 유명한 콩코드(Concorde) 항공기는 생체 모방(biomimetics)의 대표적 사례다. 콩코드 항공기의 앞 부분이 공기저항을 적게 받도록 하기 위해서 펠리컨의 부리를 모방하여 디자인되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생체가 아닌 악기(樂器)의 디자인을 모방한 신개념 항공기가 개발을 앞두고 있어 항공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디자인만 놓고 보면 가히 항공 역사의 혁명이라 할 수 있는 이 항공기는 전설적인 기타리스트들이 애용했던 전자기타를 닮아 ‘비행하는 기타’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전자기타의 모양을 닮은 차세대 항공기가 본격적인 개발을 앞두고 있다  ⓒ KLM
전자기타의 모양을 닮은 차세대 항공기가 본격적인 개발을 앞두고 있다 ⓒ KLM

첨단기술 전문 매체인 뉴아틀라스(newatlas)는 네덜란드의 과학자들이 V자 형태의 항공기 디자인을 공개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유명 전자기타를 닮은 이 항공기가 앞으로 비행 효율면에서 혁신적 성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관련 기사 링크)

유명 전자기타의 이름과 디자인 모방

V자 형태의 혁신적 디자인으로 이루어진 항공기의 명칭은 ‘플라잉-V(Flying-V)’다. 네덜란드의 대표적 항공사인 KLM과 델프트공대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공동 연구진이 개발하고 있다.

항공기의 이름과 디자인은 모두 지난 1958년에 출시된 전자기타인 ‘깁슨플라잉-V(Gibson Flying-V)’에서 따왔다.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나 ‘키스 리처드(Keith Richards)’ 같은 전설적인 기타리스트들이 사용하면서 명성을 떨치기 시작한 이 전자기타는 V자로 이루어진 독특한 모양과 섬세한 운율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물론 기타 모양이 독특해서 이름과 디자인을 빌린 것은 아니다. 항공기 모양을 V자 형태로 만들었을 때, 공기저항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해서 모방한 것이다.

이에 대해 개발 책임자인 델프트공대의 ‘롤로프 보스(Roelof Vos)’ 박사는 “날개 및 동체, 그리고 객실을 하나로 통합하면 공기저항을 지금보다 현저히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전설적인 기타리스트들이 사랑했던 전자기타 Gibson Flying-V ⓒ wikipedia
전설적인 기타리스트들이 사랑했던 전자기타 Gibson Flying-V ⓒ wikipedia

플라잉-V 같은 독특한 모양은 아니지만, 사실 동체와 날개가 하나로 이어진 항공기는 이전에도 개발된 사례가 많이 있다. 대표적으로는 전익기(flying wing)나 BWB(blened wing body) 형태의 항공기들이 있다.

전익기는 꼬리 날개가 없는 형태 중에서 삼각익 또는 후퇴익을 가진 항공기로서, 날개 속에 탑승 및 탑재 공간이 마련돼 있어서 얼핏 보면 날개만 있고 동체는 없는 것처럼 보이는 구조를 의미한다.

반면에 BWB는 동체와 날개를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거대한 가오리연처럼 만들어진 항공기로서, 동체에서도 비행기를 들어 올리는 양력을 발생시킬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서로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에 차이를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전익기는 스텔스 전투기처럼 레이더 등을 피하기 위해 개발된 항공기인 반면에, BWB는 승무원과 화물을 실을 수 있는 튜브형태의 동체가 변형된 형태로 진화한 항공기다.

V자 형태가 공기저항 감소에 효과적

KLM과 델프트공대의 연구원들로 구성된 공동 연구진은 항공기 뒷부분이 두 갈래로 나뉜 V자 형태가 공기 저항을 줄이는데 최적의 구조라는 점을 반복된 실험을 통해서 밝혀냈다.

그리고 해당 설계를 활용하여 컴퓨터 모의 실험을 진행한 결과, 장거리 노선에 주로 투입되는 항공기인 에어버스 A350보다 20% 정도 연료절감 효과가 있음을 파악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보스 박사는 “플라잉-V 만의 독특한 공기역학적 형태와 동체 및 날개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줄어들게 된 무게가 그 같은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라고 평가했다.

보스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플라잉-V의 또 다른 장점은 독특한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기존 항공기들에게 적용되는 규격을 그대로 따를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활주로나 탑승 게이트, 또는 격납고 등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V자 모양으로 이루어진 혁신적 디자인의 차세대 항공기 ⓒ KLM
V자 모양으로 이루어진 혁신적 디자인의 차세대 항공기 ⓒ KLM

공동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KLM 항공사의 관계자는 “플라잉-V의 무게가 기존 항공기들에 비해 대폭 감소했는데도 에어버스 A350과 승객 구성이 비슷할 것”이라고 예측하며 “이는 동체의 길이와 높이가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KLM 항공사가 공개한 플라잉-V의 개념도를 살펴보면 길이와 높이가 각각 55m와 17m이고, 날개폭은 65m여서 최대 탑승인원이 314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체 무게가 줄어든 만큼, 연료의 최대 적재량도 현재보다 줄어든 140만 리터로 충분히 비행할 수 있다. 하지만 KLM 항공사는 앞으로 등유 사용량을 더욱 줄인다는 계획이다.

최적의 연료 효율을 위해서 현존하는 엔진 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터보팬 엔진이 장착될 예정이며, 앞으로는 전기 부스트 터보팬을 탑재하여 화석연료 사용량을 대폭 줄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KLM 항공사의 관계자는 “2030년 말까지 네덜란드 항공업계 전체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5%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전하며 “해당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플라잉-V가 앞장서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KLM 항공사는 올해 10월로 창립 100주년을 맞는다. 따라서 100주년 행사를 계기로 플라잉-V의 존재를 널리 알리기 위해 프로토타입의 모형 및 실물크기의 실내 인테리어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9-06-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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