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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심창섭 객원기자
2019-05-28

은하 진화 연구의 불씨를 지피다 110억 년 전 은하에서 별 형성 활동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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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바루 망원경이 촬영한 11개의 110억 년 전 원시 은하. 전체 이미지는 MOIRCS으로 1 x 1분각 영역을 촬영한 것이다. 흰색 사각형은 개별 은하를 IRCS와 AO188으로 촬영한 3 x 3초각 확대 이미지. ⓒ NAOJ
스바루 망원경이 촬영한 11개의 110억 년 전 원시 은하. 전체 이미지는 MOIRCS으로 1 x 1분각 영역을 촬영한 것이다. 흰색 사각형은 개별 은하를 IRCS와 AO188으로 촬영한 3 x 3초각 확대 이미지. ⓒ NAOJ

지난 20일 국립천문대(NAOJ)는 110억 년 전 은하에서 별이 형성되는 활동을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도호쿠 대학의 스즈키 토모코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원시 은하의 내부를 고해상도로 관측해서 젊은 은하가 성장해가는 모습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적응광학과 협대역 필터(일부 파장만을 투과하는 필터)를 조합한 새로운 관측 기술로 원시 은하를 관측했다.

기존 관측법으로 먼 은하를 촬영하면 희미한 점으로만 보이지만, 성간 가스가 모여서 별이 형성되는 곳에서는 'H α 선'이 방출된다. 어린 항성들에서 나오는 강력한 자외선이 주변 수소 가스구름을 자극하여 적색으로 발광하는 현상이다. 이것을 특정 파장만 골라내서 고해상도로 촬영하면 별 형성 영역을 알아낼 수 있다.

우주는 가속팽창 하고 있어서 초기 우주의 은하 간 거리는 지금보다 훨씬 가까웠다. 만약 은하들이 밀집한 상태라면 상호 작용으로 은하핵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에서도 별 형성 활동이 활발했을지도 모른다.

원시 은하는 혼자 성장한 것이 아니라, 인접한 은하끼리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함께 성장했다는 가정이다.

그러나 스즈키 연구팀은 가깝게 모여있는 원시 은하와 외딴 원시 은하를 비교한 결과, 항성이 형성되는 영역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점을 발견했다. 외부 영향과 상관없이 은하 안쪽에서 바깥으로 퍼져나가며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것은 은하 진화 연구의 작은 발견에 불과할 수도 있으나, 천체 관측 기술 측면에서는 큰 진보를 뜻한다.

같은 110억 년 전 은하를 4 x 4초각 영역으로 촬영한 이미지. MOIRCS(왼쪽)는 픽셀당 0.7초각, IRCS + AO188(오른쪽)은 0.2초각에 해당하는 이미지를 얻었다. 각 이미지의 오른쪽 아래 하얀 동그라미는 해상도를 나타낸다. ⓒ NAOJ
같은 110억 년 전 은하를 4 x 4초각 영역으로 촬영한 이미지. MOIRCS(왼쪽)는 픽셀당 0.7초각, IRCS + AO188(오른쪽)은 0.2초각에 해당하는 이미지를 얻었다. 각 이미지의 오른쪽 아래 하얀 동그라미는 해상도를 나타낸다. ⓒ NAOJ

이번 연구의 주역은 하와이 마우나케아산에 설치된 스바루 망원경이다.

8.2m 단일 반사경의 스바루 망원경에 설치된 '다천체 적외선 카메라(MOIRCS)'는 동시에 넓은 영역을 촬영할 수 있지만, 대기 산란의 영향을 받아서 이미지가 흐려지는 문제가 있다. 지상에서 보면 별빛이 반짝이는 이유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이 바로 '적응광학(Adaptive optics, AO)'이다. 적응광학 장치를 사용하면 망원경의 성능을 최대한 발휘해서 높은 해상도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스바루 망원경에는 MOIRCS 이외에도 좁은 영역을 고해상도로 관측할 수 있는 IRCS라는 적외선 카메라가 설치되어있다. IRCS는 AO188 적응광학 시스템과 결합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대기 산란의 영향을 최소화하여 더욱 또렷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AO188은 자연 천체나 레이저를 활용해서 대기 산란을 측정하고, 그에 맞춰서 반사경 이미지의 곡률을 미세하게 조절하여 망원경이 제 성능을 낼 수 있도록 돕는다.

2025년 완공 예정인 24.5m급 거대 마젤란 망원경(GMT)은 허블 망원경의 10배 분해능을 지녔다. 우리나라도 10%의 지분으로 참여해서 연간 한 달 이상의 관측 기회를 얻게 된다. ⓒ Giant Magellan Telescope
2025년 완공 예정인 24.5m급 거대 마젤란 망원경(GMT)은 허블 망원경의 10배 분해능을 지녔다. 우리나라도 10%의 지분으로 참여해서 연간 한 달 이상의 관측 기회를 얻게 된다. ⓒ Giant Magellan Telescope

지금까지 인류가 보유한 천체 망원경 중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했던 것은 허블 우주망원경이다. 그러나 지상 망원경도 적응광학을 활용하면 우주망원경처럼 먼 곳의 천체를 높은 해상도로 관측할 수 있다. 오히려 우주망원경은 비용이 많이 들고, 유지보수에 어려움이 따른다.

몇 년 뒤부터 반사경 지름이 30m급에 이르는 거대 지상 망원경이 등장할 예정이다. 현재 건설 중인 거대 마젤란 망원경(GMT), 30미터 망원경(TMT), 유럽 초대형 망원경(E-ELT)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거대 망원경은 적응광학이 없었다면 애초에 구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상에 설치된 망원경은 렌즈나 반사경이 커질수록 대기 산란의 영향을 더 받기 때문이다.

우주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망원경도 점차 거대한 규모로 커지고 있어서 여러 국가가 협력하는 추세다. 은퇴를 앞둔 허블 우주망원경의 제작 비용은 47억 달러가 들었고, 달 궤도 너머의 라그랑주 L2 지점에 배치될 예정인 JWST는 무려 10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에 허블 우주망원경의 16배 해상도를 가진 E-ELT 건설비용은 10억 유로에 불과하다. 우주의 신비를 풀기 위해서 인류가 도전할 수 있는 그나마 쉬운 분야가 지상 망원경이고, 그 한계를 넘어서는 것에 적응광학 기술이 크게 이바지를 했다.

심창섭 객원기자
chsshim@naver.com
저작권자 2019-05-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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