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환경 오염 등 지구 환경이 점점 나빠지면서 지구와 유사한 조건을 가진 슈퍼 지구(super-Earth) 탐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주과학자들은 각종 첨단장비를 동원해 외계생명체와 인간이 살 수 있는 행성을 찾고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이런 슈퍼-지구가 지구에서 6광년 떨어진 바나드 항성(Barnard's Star) 주위를 돌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 행성은 몹시 추워서 사람이 살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15일자에 발표된 이 획기적인 발견은 레드 닷(Red dots)과 카르메네스(CARMENES)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관련 동영상1] [동영상2] [동영상3]

‘바나드별 b’로 명명
바나드별 b(Barnard's Star b)로 명명된 이 행성은 이제 지구에서 두 번째로 가까운 외계 행성 리스트에 오르게 됐다.
태양을 제외하고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은 센터우루스 자리의 적색 왜성인 프록시마. 지구에서 4.22 광년 떨어져 있다. 이 별도 2016년 레드 닷(Red dots)과 카르메네스(CARMENES) 프로젝트에 의해 발견됐다.
레드 닷 캠페인은 유럽연합이 운영하는 유럽남방천문대(ESO)의 외계 탐색 망원경을 사용해 몇몇 항성 주위를 돌고 있는 지구 같은 행성을 찾으려는 시도다. 과학자들이 주로 관찰하는 지점은 지구와 가장 가까운 프록시마 센타우리(Proxima Centauri), 바나드 별(Barnard 's Star), 로스 154(Ross 154) 같은 몇몇 항성 근처다.
카르메네스(CARMENES)는 외계 행성 탐색을 위한 컨소시엄으로 스페인과 독일의 11개 기관 150여명의 과학자와 엔지니어가 참여하고 있다.
지구 질량 3.2배, 공전주기 233일
수집된 데이터에 따르면 바나드별 b는 지구 질량의 3.2배 이상의 질량을 가지고 있고, 공전주기가 대략 233일 정도 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 행성의 중심별인 바나드 항성은 차갑고 질량이 낮은 적색 왜성으로 희미한 빛을 내고 있다. 에너지가 적어 태양이 지구로 보내는 에너지의 2% 정도만을 바나드별 b에 보낸다.
중심별과 바나드 b 행성 사이의 거리는 지구와 태양 사이 거리의 0.4배 정도로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물 같은 휘발성 화합물이 응결될 수 있는 스노우 라인(snow line)에 근접해 있다. 새로 발견된 행성은 기온이 영하 섭씨 170도로, 사람이 살기에는 적합치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천문학자 바나드( E. E. Barnard) 박사의 이름을 따 명명된 바나드 별은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이다. 태양 나이의 두 배에 이를 만큼 생성 연대가 오래돼 태양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활동적이지만 밤하늘에서는 가장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슈퍼-지구는 바나드별과 같은 저질량의 항성 주위를 도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행성들로, 이번에 새로 발견된 행성도 수퍼 지구 후보로 간주되고 있다. 더욱이 현재의 행성 형성이론에 따르면 바나드 b 행성은 스노우 라인이 만들어지기에 이상적인 위치로 예측된다.
일반적으로 슈퍼-지구는 지구처럼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고, 지구 질량보다 2~10배 가량 무거우며, 태양과 같은 중심별에서 적정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거나 물이 존재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천체를 일컫는다.
전세계 망원경의 고정밀 계측 결과 결합
천문학자들은 이전에도 바나드별 주위를 탐색해 봤으나 슈퍼-지구 발견 성과는 없었다. 그러다 이번에는 전세계 망원경에 탑재된 여러 대의 고정밀 계측기의 측정 결과를 결합해 개가를 올릴 수 있었다.
이번 연구팀 리더인 스페인 카탈류냐 우주과학연구소 이그나시 리바스(Ignasi Ribas) 박사는 “매우 주의를 기울여 연구한 결과 우리는 이 행성의 존재를 99%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성으로 오인될 수 있는 별 빛의 자연 변이를 배제하기 위해 이 별을 계속 관측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관측에는 유명한 외계 행성 탐색장비인 ESO의 HARPS(High Accuracy Radial Velocity Planet Searcher)와 UVES 분광기가 활용됐다.

사람 걷는 속도 감지할 만한 정확성
연구팀 공동리더인 런던 퀸 메리대 기렘 앙글라다 에스퀴데(Guillem Anglada Escudé) 박사는 “우리는 다른 팀들의 새롭거나 중복된 기록 데이터를 결합했는데, HARPS가 여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여러 장비 관측 결과를 교차 점검할 수 있는 핵심 열쇠가 됐다는 것.
연구팀은 외계 행성 후보를 찾기 위해 도플러 효과를 사용했다. 행성이 항성을 도는 동안에는 당겨지는 중력에 의해 중심별이 흔들리게 된다.
별이 지구에서 멀어지면 파장이 더 긴 쪽으로 이동하며 적색편이 스펙트럼을 나타낸다. 이와 반대로 별이 지구쪽으로 움직이면 파장이 더 짧은 푸른 색 쪽으로 이동한다.
천문학자들은 이 효과를 이용해 궤도를 도는 외계 행성으로 인한 중심별의 속도 변화를 매우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HARPS는 사람이 걷는 속도인 3.5km / h의 작은 속도 변화도 감지할 수 있을 정도다.

데이터세트 조합해 771개 측정치 생성
외계 행성 탐색에서 이런 접근법은 방사 속도법(radial velocity method)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커다란 궤도를 도는 수퍼-지구형의 외계 행성 탐색에는 처음 사용됐다.
리바스 박사는 “20년 간에 걸친 측정에서 서로 다른 7개 장비 관측 결과로 만든 가장 크고 광범위한 데이터세트를 이번의 정확한 방사형 속도 연구에 활용했다”며, “모든 데이터의 조합으로 정보량이 엄청나게 많은, 모두 771개의 측정치를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앙글라다-에스퀴데 박사는 “연구팀 모두 획기적인 이 과업을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하고, “이 발견은 레드 닷 프로젝트의 맥락 안에서 조직된 대규모 협동의 결과다. 전 세계 연구팀이 여기에 공헌을 했으며, 전 세계 다른 천문대에서 후속 관측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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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11-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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