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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김준래 객원기자
2018-08-22

화성을 지구처럼 바꿀 수 있을까? 테라포밍 가능성 타진… 현존 기술로는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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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성에서 대량의 물을 발견했다는 소식이 외신을 타고 전해져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유럽우주국(ESA)의 발표에 따르면 화성탐사선 마스익스프레스(Mars Express)호는 화성 궤도를 돌면서 고성능 레이더 장치를 사용해 물과 관련된 성분을 탐지했다.

그 결과 화성 지하에서 커다란 규모의 호수를 발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또한 천문학계에서 한동안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었던 테라포밍(terraforming)에 대해서도 그 가능성을 파악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화성 탐사선 '마스익스프레스'의 상상도
화성 탐사선 '마스익스프레스'의 상상도 ⓒ ESA

외계 행성을 지구처럼 만드는 테라포밍

테라포밍을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외계 행성의 지구화 계획이라 할 수 있다.

지구를 뜻하는 단어인 ‘테라(terra)’에 만들다라는 의미의 ‘포밍(forming)’이 합쳐진 신조어로서, 처음 대상이 된 행성은 화성이 아니라 금성이었다.

테라포밍은 지난 1942년에 발간된 ‘잭 윌리엄슨(Jack Williamson)’의 SF소설인 ‘충돌궤도(Collision Orbit)’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상상력 자체는 신선했지만, 당시만 해도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기 힘든 주장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야말로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개념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을 주의 깊게 관찰한 과학자가 있었다. 바로 천문학 분야의 스타 과학자인 ‘칼 세이건(Carl Sagan)’ 박사다. 그는 과학자들 중에서 최초로 테라포밍 개념을 받아들여 행성 개조를 제안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세이건 박사는 1961년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금성의 온실 효과를 억제할 수 있는 방법으로 테라포밍을 제안했다. 그는 금성에 조류(Algae) 들을 뿌려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변화시키자고 제안했다.

이산화탄소가 지구 대기의 주종을 이루던 시기에 원시 조류들이 산소를 생산해 냈듯이, 금성에서도 지구와 같은 대기변환 과정을 인위적으로 발생시키자는 것이었다. 당시 세이건 박사는 금성에서 이 같은 변환 과정이 계속된다면 생물이 견딜만한 환경으로 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세이건 박사의 예측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에 존재하는 어떤 조류나 미생물도 현재의 금성 환경에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사실이 후속 연구를 통해 밝혀졌기 때문.

테라포밍의 변화단계  ⓒ NASA
테라포밍의 변화단계 ⓒ NASA

이후 테라포밍의 대상은 금성에서 화성으로 바뀌게 됐다. 그리고 1982년에 이르러 화성을 테라포밍하는 방법에 대한 기념비적인 가설이 등장했다.

당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연구원이었던 ‘크리스토퍼 맥케이(Christopher Mackay)’ 박사는 ‘화성 테라포밍(Terraforming Mars)’이라는 저서를 통해 테라포밍은 가능한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맥케이 박사는 저서에서 화성의 테라포밍 방법을 단계별로 상세히 설명했다. 그 논리가 매우 우수해 지금도 화성 테라포밍을 논의할 때는 그의 저서가 교과서처럼 활용될 정도다.

맥케이 박사는 먼저 테라포밍의 가장 중요한 단계로 화성 온도가 높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성의 온도가 충분히 올라가야 드라이아이스와 얼음이 녹으면서 강이나 호수 같은 형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충분한 크기의 바다만 있다면 기후는 훨씬 따뜻해지고 생명체가 살기에 보다 적합해질 것이고, 다음 단계인 대기를 변화시키는 일도 보다 수월해진다는 것이 맥케이 박사의 주장이었다.

현존 기술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

다만 맥케이 박사가 주장하는 테라포밍 방법에는 한 가지 맹점이 있었다. 바로 화성의 지표 아래로 물이나 얼음이 대량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전제 조건이 깔려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최근 화성에서 대규모 물의 존재를 발견하면서 그동안 도외시되었던 테라포밍 개념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테라포밍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미 콜로라도대의 ‘브루스 자코스키(Bruce Jakosky)’ 교수와 연구진은 현재까지 수집된 화성 관측 데이터를 분석해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과연 테라포밍이 인공적으로 가능한 현상인지를 파악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작업에 들어갔다.

그 결과 슈퍼컴퓨터는 현존하는 인류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물이 아니라 이산화탄소의 절대적 부족을 그 이유로 꼽았다.

화성 양 극지방에는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드라이아이스 형태로 존재한다 ⓒ NASA
화성 양 극지방에는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드라이아이스 형태로 존재한다 ⓒ NASA

자코스키 교수는 “화성이 지구처럼 온도가 따뜻해지려면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필요하다. 현재 화성 대기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만으로는 테라포밍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컴퓨터가 내렸다”라고 말했다.

화성의 양 극지방에 있는 거대한 드라이아이스 층이나 광물 안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를 수거하는 방법이 대안으로 제시되긴 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거친 결과 각각 지구 대기압의 1.2%와 6.9%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자코스키 교수는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강력한 온실가스를 인위적으로 화성 대기에 주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이는 그야말로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로서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연구진은 ‘현재 과학기술 수준’이라는 단서를 달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의 과학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기술이 후손들을 통해 탄생하게 된다면 테라포밍은 가능한 현실로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8-08-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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