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에 집중하느라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인데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 하는 수가 있다. 일명 ‘고릴라 효과’라는 현상이다. 젊은이들에게 공을 튀기며 주고 받게 했을 때 관찰자가 패스되는 공이 몇 개인가 헤아리는데 집중하면 고릴라로 위장한 사람이 무대를 가로질러 가도 감지하지 못한다는 잘 알려진 실험이다.
스페인 카디즈대 연구팀은 우리가 지능형 외계 신호를 탐지할 때도 이와 비슷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를 내놨다. 이 신호들은 우리가 잘 모르는 암흑물질(dark matter)이나 암흑에너지(dark energy)와 같이 우리의 인식을 벗어나 있는 차원에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외계에서 오는 신호를 어떻게 탐지하느냐는 오랫 동안 우주론 전문가들의 큰 관심을 끌어온 문제다. 그런데 우리는 실제 올바른 방향으로 그 탐지작업을 하고 있을까? 카디즈대 신경심리학자인 가브리엘 델 라 토레(Gabriel de la Torre)와 마누엘 가르시아(Manuel García) 박사는 국제우주비행학회 저널인 ‘악타 아스트로노티카’(Acta Astronautica) 최근호에 “그렇지 않은 것 같다”는 취지의 논문을 발표했다.
“우리 이해 뛰어넘는 차원의 존재도 가능”
델 라 토레 박사는 “다른 지적 존재를 생각할 때 우리는 자신의 지각과 의식으로 걸러서 보려는 경향이 있다”며, “세계를 보는 독특한 시야에 의해 우리가 제약을 받고 있음에도 이것을 인정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헐리우드 영화에서 쓰는 것과 같은 ‘외계인’(extraterrestrial 혹은 aliens)이란 용어보다는 더 일반적인 말인 ‘비지구인(non-terrestrial)’이란 말을 쓰는 것이 더 낫다고 지적했다.
델 라 토레 박사는 “이런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은 다른 가능성을 고려하기 때문인데, 예를 들어 우리 마음으로 이해할 수 없는 차원의 존재나, 이제 겨우 엿보기 시작한 우주 전체의 거의 95%를 차지하는 암흑물질이나 암흑에너지에 바탕을 둔 지능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스티븐 호킹이나 다른 과학자들이 지적한 것처럼 우리 우주와는 다른 다중 우주가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
저자들은 신경생리학과 심리학 및 의식이 비지구인 문명 탐색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작업은 지금까지 고려되지 않았었다.

“합리성보다 직관이 더 유용한 측면 있어”
이와 관련해 저자들은 137명을 대상으로 공중에서 찍은 건물이나 도로와 같은 인공 구조물과, 산이나 강과 같은 자연물 사진을 구분해 보라는 실험을 실시했다. 이 이미지들 중 하나에는 고릴라로 위장한 작은 캐릭터를 하나 넣어 실험 참가자들이 이를 알아챘는지 여부를 확인했다.
이 실험은 크리스토퍼 샤브리스(Christopher Chabris)와 대니얼 시몬스(Daniel Simons)가 1990년대에 인간의 주의 결핍으로 인한 실명 효과(inattentional blindness)를 알아보기 위해 실시한 실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당시의 실험에서 고릴라 복장을 입은 소년이 고릴라 몸짓을 하며 현장을 걸어갔으나 관찰자들은 흰 옷을 입은 선수들이 볼 패스하는 숫자를 세는데 정신이 팔려 반수 이상이 이 고릴라 소년을 알아채지 못 했다.
델 라 토레 박사는 그 실험 결과가 “매우 놀랄 만한 일인 동시에 우리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나타내주는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며, 자신들이 사진을 가지고 한 실험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의 결핍에 따른 실명 효과 테스트를 하기 전에 실험 참가자들의 인지 스타일이 직관적인가 합리적인가를 알아보기 위해 질문을 주고 평가한 결과 직관적인 사람들이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보다 고릴라 사진을 더 많이 찾아내 더욱 놀랐다”고 밝혔다.
외계 신호 탐색방법 올바른가?
연구팀은 “이것을 지능을 가진 비지구적 존재를 찾는 문제로 옮겨보면 현재의 탐사 전략이 마치 고릴라를 인지하지 못 하는 것 같은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들은 “우주에 대한 전통적 개념은 우리 뇌에 의해 제약을 받고 있고, 따라서 외계 신호를 볼 수 없거나 올바른 방향을 지향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논문에 제시된 또다른 예는 밝게 빛나는 점들로 잘 알려진 세레스(Ceres) 왜성의 오케이터(Occator) 분화구 사진에 나타나는 명백하게 기하학적인 구조이다.
델 라 토레 박사는 “구조를 파악하는데 숙달된 우리 마음에는 이 구조가 삼각형 안에 있는 직사각형처럼 보이지만 세레스 왜성에서는 이론적으로 그것이 불가능하다”며, “우리는 아마도 심리학적으로 파레이돌리아(pareidolia: 어떤 형태에서 특정한 의미를 추출해 내려는 심리현상에서 비롯된 인지와 사고에서의 오류와 착각)라고 불리는 것처럼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다른 가능성을 제시했다.
즉 “그 반대의 경우도 또한 사실일 수 있다”며, “우리 앞에 신호가 있는데도 그것을 인지하고 식별할 수 없는 경우로,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우주 고릴라 효과의 사례로서 실제로 과거에 일어났거나 지금 당장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적 문명의 세 가지 유형
연구팀은 생물학과 수명, 심리사회적 양상, 기술 진보와 우주에서의 분포 등 5개 요소를 기반으로 지적 문명(intelligent civilizations)의 종류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했다.
첫 번째 유형의 문명 사례는 우리 인류 문명으로 기술과 행성의 자원을 잘못 처리하거나 대격변에서 살아남지 못 하면 일시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문명은 구성원들의 긴 수명이 특징인 두 번째 유형의 문명으로 진화할 수도 있다. 이 문명인들은 양자와 중력에너지를 통제하고 시공간을 관리하며 여러 은하계를 탐색할 수 있다.
연구팀은 “기존의 문명 분류는 너무 단순하고 일반적으로 에너지 측면만을 토대로 하고 있다”며, “우리가 무선 신호를 사용한다고 다른 문명도 똑같이 무선신호를 사용한다거나 혹은 에너지 자원을 쓰면서 우리와 똑같이 거기에 의존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저자들은 지적 문명 가운데 가장 진보된 세 번째 유형은 영원한 생명을 가진 이질적인 존재로 구성된 문명으로서, 다차원과 다중 우주 속에서 창조가 가능하고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에 대한 절대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고 제시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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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4-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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