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부터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제기돼 온 토성 위성 타이탄의 환경이 원시 지구와 흡사하며, 타이탄 대기에는 생명체 존재를 암시하는 복잡한 화학반응이 일어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 산하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연구진은 ALMA 전파망원경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28일자에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토성의 위성 가운데 가장 큰 타이탄은 태양계에서 가장 흥미롭고 지구와 유사한 몸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타이탄의 크기는 거의 화성과 비슷하고, 뿌연 대기는 메탄(CH4)과 에탄(C2H6)을 포함한 약간의 유기 탄소 기반의 분자를 가진 질소로 주로 이루어져 있다. 행성 과학자들은 이 화학적 구성이 지구의 원시 대기와 흡사하다는 이론을 펴왔다.

원시생명 기초 이루는 많은 양의 시안화 비닐 존재 확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이탄의 여건은 우리가 알고 있듯 생명이 형성되기에 그리 좋지는 않다. 간단히 말해 너무 춥기 때문이다. 지구와 태양 사이 거리의 10배나 멀리 떨어져 있는 타이탄은 온도가 너무 낮아 액체화된 메탄이 얼어붙은 딱딱한 지표 위에 비처럼 내리고, 이것이 강과 호수 그리고 바다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탄화수소 풀(pool)은 시안화 비닐(C2H3CN) 분자가 결합해 지구상 생물체의 지질 기반 세포막과 유사한 특성을 지닌 막을 형성할 수 있는 독특한 환경을 창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NASA 천문학자들은 2014년 2월부터 5월까지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있는 ALMA 전파망원경[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 우주전파관측 군집(Atacama Large Millimeter Array; ALMA)]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 분석에서 타이탄에 실제로 시안화 비닐 분자가 상당히 많은 양이 존재한다는 강력한 증거를 발견했다.

이전의 추정 연구 ALAM 통해 입증
논문 제1저자인 모린 팔머(Maureen Palmer)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연구원은 “액체 메탄이 있는 환경에 시안화 비닐이 존재한다는 것은 마치 지구 생명체에 중요한 것이 존재하는 것과 같이 매우 흥미로운 화학적 과정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NASA의 토성 탐사 우주선인 카시니호가 수집한 자료와 타이탄 대기에 대한 실험실 시뮬레이션을 통한 이전 연구에서는 타이탄에 시안화 비닐이 존재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시된 바 있으며, 이번에 ALMA가 결정적으로 이를 탐지해 냈다. ALMA는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 차이나토르에 산재돼 있는 무선안테나와 대형 망원경을 연결한 우주전파 관측 설비로, 무선안테나가 가시광선보다 긴 파장의 빛을 포착할 수 있어 가스 구름 등 낮은 온도 영역에 대한 관측이 가능하다.
팔머 연구원과 동료들은 축적된 데이터를 검토해 시안화 비닐에 상응하는 세 가지의 뚜렷한 신호, 즉 밀리미터 파장 범위에서의 신호 급상승(spikes) 현상을 포착했다. 이 확실한 신호는 타이탄 표면 위 최하 200Km 상공에서 발생했다.
타이탄의 대기는 태양 빛과 토성 주위를 돌며 빠르게 움직이는 입자 에너지를 이용해 단순한 유기 분자를 더 크고 복잡한 화학물질로 변환시키는 화학공장 역할을 한다.

섭씨 영하 143도로 지구환경과는 큰 차이
논문 공저자인 마틴 코디너(Martin Cordiner) 연구원은 “타이탄에서의 화학 반응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면서 복잡한 분자가 초기 지구와 유사한 환경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했다는 것이 점차 명백해 지지만, 지구와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타이탄은 역사상의 어느 시기에서 보나 지구보다 훨씬 추운 곳이다. 타이탄의 평균기온은 95켈빈온도(섭씨 영하 143도)여서 지표의 물은 항상 언 상태로 존재한다. 지질학적 증거에 따르면 초기 지구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았으나 타이탄은 그렇지 않다. 또 지구의 암석 표면에서는 화산 폭발이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수시로 소행성이 충돌함으로써 지질활동이 매우 활발해 대기의 진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그에 비해 타이탄의 얼어붙은 지표면은 매우 ‘얌전’해 보인다.
논문 공저자인 코너 닉슨(Conor Nixon) 연구원은 “우리는 타이탄의 대기를 더 자세히 조사하기 위해 ALMA를 사용해 타이탄의 대기 순환 패턴을 연구하고, 새롭고 더 복잡한 유기 화학물질을 찾고 있다”며, “앞으로는 고해상도의 연구를 통해 타이탄의 생물 발생 이전의 화학 조성 상태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타이탄의 ‘메탄 바다’가 생명체 길러낼까?
한편 산소가 없는 메탄 기반의 타이탄에서 아크릴로니트릴(acrylonitrile) 분자가 생명 기반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이론을 제시한 미국 코넬대 과학자들은 이번 논문이 타이탄에 이 분자가 존재한다는 최초의 확실한 증거를 제시한다고 밝혔다.
화학 및 생물공학자인 폴렛 클랜시(Paulette Clancy) 교수와 천문학자인 조너선 루닌(Jonathan Lunine) 교수는 이번에 타이탄에서 발견된 막을 2015년에 모델화한 연구팀의 일원이다. 이들은 이번 발견으로 실제의 외계 환경에서 생명체를 찾는데 한층 근접하게 됐다고 보고 있다.
클랜시 교수는 이번 논문이 “2015년에 분자 시뮬레이션을 예측한 논문에 대한 흥미로운 검증”이라며, “생물 발생 이전의 가장 유망한 생명체 후보자들을 조명하는 분자 시뮬레이션의 힘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의 확인은 실험적 데이터의 조사와 컴퓨터 계산 접근법과의 협력을 통해 외계 세계를 이해하는 돌파구를 만들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천문학자인 루닌 교수는 “이번 연구팀은 액체 메탄에서 안정적이고 유연한 ‘원시세포(protocell)’가 만들어질 수 있는 최선의 후보물질인 시안화 비닐(a.k.a. acronirile) 분자를 확실하게 발견했다”며, “이는 타이탄의 메탄 바다가 색다른 생명체를 길러낼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첫 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토성의 위성 중 하나인 엔셀라두스에서는 우리와 같이 물에 의지하는 생명체를 찾는 데 비해 타이탄에서는 액체 메탄과 같은 외계 환경에서 이색적인 형태의 생명체가 생겨나고 진화할 수 있을까 하는 생명의 외적 한계를 탐색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 김병희 객원기자
- kna@live.co.kr
- 저작권자 2017-07-3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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