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5~6년 뒤면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우주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전 세계 천문학계가 흥분하고 있다. 우주 관측 역사에 길이 남을 거대 망원경 3총사가 연이어 등판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탐사 전문 매체인 유니버스투데이(universetoday)는 우주 탄생의 비밀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세계 최대의 망원경 ‘E-ELT’가 오는 2024년 관측을 목표로 제작 중에 있다고 보도하면서, 이에 버금가는 크기의 망원경인 ‘GMT’와 ‘TMT’도 비슷한 시기에 우주 관측을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관련 기사 링크)
우주를 좀 더 넓고 멀리 보기 위해 망원경 커져
망원경은 우주를 좀 더 넓고 멀리 보기 위해 끊임없이 몸집을 키워 왔다. 빛을 모으는 능력인 ‘집광력’과 물체를 구분하는 능력인 ‘분해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다. 빛을 모으는 능력은 렌즈나 거울의 크기와 비례하는 만큼, 망원경 크기도 이에 따라 커지게 되었다.
특히 ‘방식’과 ‘위치’가 다른 망원경들 간의 치열한 경쟁은 오늘날의 거대 망원경이 탄생하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 우선, 방식 간의 경쟁은 ‘굴절망원경’과 ‘반사망원경’ 사이에서 이루어졌다.
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측하던 초기만 하더라도 방식은 모두 굴절식이었다. 하지만 굴절 망원경은 사용하는 렌즈가 두껍고 무겁기 때문에 크기를 계속 키우는 데 한계가 있었다. 더군다나 굴절식은 렌즈가 커지면 커질수록, 빛의 초점이 퍼져 상이 흐릿해지게 되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었다.
반면에 반사망원경은 여러 장의 작은 거울을 이어 붙이는 방식이기 때문에 확장성에 있어서 훨씬 더 자유롭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주경(主鏡)에 반사된 빛을 다시 반사하는 작은 거울인 ‘부경(副鏡)’을 이용하면 크기도 최대로 키울 수 있다. 이 같은 점 때문에 현재 건설 중인 거대 망원경들은 모두 반사망원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위치에 따른 망원경들 간 경쟁은 더 치열했다. 여기서 위치란 허블 망원경처럼 대기권 밖의 우주 공간에서 관측하는 망원경과 고산 지대에 설치된 지상 기반 망원경을 말한다.
허블 망원경이 등장하기 전만 하더라도 지상 망원경들의 주경은 대개 10m에 육박할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했다. 그러나 허블 망원경의 경우 2.5m 정도의 주경만으로도 그 어떤 지상 망원경들 보다 더 선명한 영상을 제공했다. 대기권 밖에 위치해 있다 보니 대기의 간섭을 받지 않아 보다 선명한 관측이 가능했던 것.
그렇다고 지상 망원경이 호락호락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적응제어 광학(adaptive optics)’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여 공기의 왜곡현상을 교정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대기의 간섭 현상을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고, 결국에는 더 거대한 지상 망원경 건설 붐으로 이어지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거대 망원경 3총사가 차례로 선보일 예정
기존의 10m급 지상 망원경을 뛰어넘는 차세대 망원경 가운데서 가장 먼저 가동될 것으로 예상되는 망원경은 칠레의 고산 지대에 건설되고 있는 GMT(Giant Magellan Telescope)다. 일명 마젤란 망원경으로도 불리는 GMT는 7개의 8.4m급 거울이 하나의 큰 거울을 이루는 형태로 제작되고 있다.
GMT가 전 세계 천문학계의 주목을 끌게 된 이유는 크기도 크기지만,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뛰어난 분해능 때문이다. 천문학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온 허블 우주 망원경보다도 10배의 분해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2021년 가동을 목표로 제작되고 있는 GMT는 워낙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가는 장비인 만큼, 현재 전 세계 10개 기관에서 공동 투자를 하여 건설하고 있다. 특히 이 10개 기관 중에는 우리나라의 한국천문연구원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GMT의 후속으로 선을 보일 거대 망원경으로는 TMT(Thirty Meter Telescope)가 꼽힌다. 현재 하와이 마우나케아(Maunakea) 산에 건설 중인 TMT는 1.44m 길이의 육각형 거울 492장을 이어 붙인 벌집 모양의 반사경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경이 30m인 관계로, 이름도 간단히 ‘30m 망원경’으로 명명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오는 2022년부터 본격적인 관측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기술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캘리포니아공대 뿐 만 아니라 중국 및 일본, 인도 등의 연구기관이 다국적 파트너로서 함께 참여하고 있다.
기술적 문제와 관련하여 캘리포니아공대의 관계자는 “무려 500여장 가까운 수많은 거울들이 마치 하나의 거울처럼 완벽하게 맞물려서 초점을 맞추는 것이 기술적으로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히며 “TMT가 당초 계획대로 건설된다면, 망원경 거울 제조와 관련된 분야에서 신기원이 이룩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GMT와 TMT도 어마어마한 크기의 망원경이지만, 대장이 되는 망원경은 따로 있다. 바로 유럽연합이 힘을 합쳐 건설하고 있는 E-ELT(European Extremely Large Telescope)다.
GMT와 마찬가지로 칠레 고산지대에 건설되고 있는 이 망원경은 주경의 지름만 39m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를 자랑한다. 2024년 초도 관측을 목표로 사용되는 반사경만도 800여개에 달한다는 것이 건설을 담당하고 있는 유럽남방천문대 측의 하는 설명이다.
현존하는 천체 망원경 중 가장 크고 복잡한 구조로 건설되고 있는 E-ELT에 대해 유럽남방천문대의 관계자는 “2020년대가 되면 GMT 및 TMT와 함께 E-ELT가 베일에 싸여있는 우주 암흑물질 및 우주 생성의 비밀 등을 밝혀줄 것으로 보인다”라고 기대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17-06-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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