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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김준래 객원기자
2017-02-06

레이저 공격 막을 '레이저 보호막' 항공기 보호를 위해 허공에 방어막 펼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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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부터 현재까지 적을 공격할 수 있는 창을 만들어지면,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방패도 여지없이 개발되었다. 이른바 ‘창과 방패’라는 무기 발전의 논리인데, 이 같은 논리는 미래의 첨단 무기 체제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적의 레이저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보호막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다 ⓒ BAEsystems
적의 레이저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보호막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다 ⓒ BAEsystems

미국의 안보 전문 매체인 내셔널인터레스트(nationalinterest)는 세계적 방산업체인 BAE시스템스가 고출력 레이저 무기에 대응할 수 있는 방어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보도하면서, 이 같은 시스템의 개발 목적은 별다른 방어 장치 없이 공중에서 그대로 노출이 되어 날아가는 항공기를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관련 기사 링크)

자연 현상을 모방한 항공기 보호 목적의 방어 시스템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레이저가 발사되는 총이나 대포는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상상 속의 무기였다. 그런데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이제는 레이저빔을 쏘아 드론을 격추시킬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레이저빔이 날아가는 드론을 격추시킬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이른 만큼, 무기로서의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레이저의 출력만 높인다면 아무리 드론보다 더 큰 항공기라 하더라도 격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항공기의 경우는 공중에 뜬 채 날아가기 때문에 빛과 같은 속도로 다가오는 레이저빔을 피하거나 막을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전혀 없다. 지상에서처럼 엄폐(掩蔽)나 은폐(隱蔽)를 통해서라도 적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약점을 안고 있는 것이다.

BAE시스템즈는 바로 이런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가시화된 고출력 레이저 무기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이전에 이를 막을 수 있는 방어 시스템을 미리 개발하여 관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것이 BAE시스템즈의 전략이다.

레이저 보호막은 적의 동향을 파악하는 용도로도 활용될 수 있다
레이저 보호막은 적의 동향을 파악하는 용도로도 활용될 수 있다 ⓒ BAEsystems

이 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가 바로 ‘레이저를 이용한 대기 중 렌즈 시스템(Laser Developed Atmospheric Lens system)’이다.

약자로 LDAL이라 표기하는 이 방어 시스템은 레이저를 이용하여 대기 중에 렌즈를 만드는 과정이 핵심이다. 물론 진짜 렌즈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고출력의 레이저를 대기 중의 특정한 공간에 발사하여 렌즈처럼 생긴 뜨거운 공기층을 만드는 것이다.

레이저로 일정한 공간의 공기를 뜨겁게 달구면 밀도가 갑자기 달라지게 되는데, 이 공기층을 통과하는 레이저는 마치 렌즈를 통과하는 것처럼 굴절되거나 반사하게 된다.

BAE시스템즈의 관계자는 “굴절이나 반사 현상은 레이저의 출력을 약화시키거나 방향을 틀어버려 원래의 효력을 사라지게 만든다”라고 설명하며 “뜨거운 공기층 때문에 빛이 굴절되고 반사된다는 점에서 신기루의 원리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신기루를 만드는 반사효과와 함께 LDAL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요소로는 ‘전리층(ionosphere)’을 들 수 있다. 전리층은 높은 고도의 대기층에 형성되는 자연 현상으로서 공중파가 먼 거리까지 확산될 수 있는 것은 바로 전리층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고온의 공기층과 전리층이라는 두 가지 현상을 이용하여 작동하는 LDAL에는 ‘커 효과(Kerr Effect)’라고 불리는 물리학적 법칙이 적용된다. 커 효과란 대기층의 일부 공간이 잠시 동안 이온화되거나 가열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BAE시스템즈의 관계자는 “LDAD는 자연 현상을 모사(模寫)한 방어 시스템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말하며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생활용품 중에 동물이나 식물의 특성을 따라한 생체모방 제품이 많은 것처럼, LDAD는 대기에서 발생하는 자연 현상을 따라한 것”이라고 밝혔다.

LDAL의 크기와 무게 줄여야 상용화 가능

BAE시스템즈가 공개한 LDAL 관련 영상을 살펴보면, 항공기에 장착된 레이저 시스템으로 비행을 하면서 전방 또는 후방에 렌즈를 만드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공기층에 고온의 레이저빔을 쏘아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주변과 온도가 다른 렌즈 형태의 공기층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처럼 공기층에 만들어진 LDAL은 적의 레이저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방어막이 된다는 점 외에도 두 가지의 부가적인 기능을 갖고 있다. 하나는 LDAL을 라이다(Lidar)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원거리(遠距離) 방어 시스템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라이다는 레이저를 이용한 레이다 시스템으로서, 기존의 레이다 기능에 레이저를 적용하면 훨씬 더 먼 거리에 있는 적의 움직임을 관측할 수 있다.

레이저 무기의 상용화는 거대한 크기와 무게를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려있다  ⓒ Rheinmetall
레이저 무기의 상용화는 거대한 크기와 무게를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려있다 ⓒ Rheinmetall

또한 원거리 방어 시스템은 기체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방어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방어 시스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존 방어 시스템은 기체와 인접한 곳에서 작동되기 때문에 공격을 받을 때 기체도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지만, LDAL은 방어 시스템이 멀리 위치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이와 동시에 방어의 범위가 상당히 넓기 때문에 레이저 공격에 대해서만큼은 자신뿐 아니라 다른 항공기도 보호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한 가지 단점은 아직 개념상으로만 존재하는 기술이라는 점이다.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엄청난 무게와 크기를 가진 강력한 고출력 레이저를 항공기에 탑재한다는 것부터 만만치 않은 일이다.

실제로 과거 미국은 탄도 미사일 방어용으로 ABL이라는 공중 레이저를 개발한 바 있었으나 이를 싣기 위해서는 보잉 747 같은 대형 기체가 필요했다는 점에서 상용화가 되지 못했다. 따라서 LDAL의 크기와 무게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레이저 방어 시스템의 실현 가능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7-02-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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