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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율 객원기자
2016-04-21

긴장은 엑스타시를 부른다 [심재율의 영화이야기]독수리 에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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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에디’는 영국영화이다. 조금은 심심하고 결말이 예상된다는 의미가 들어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독수리 에디는 영국인으로서는 1929년 이래 처음으로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에 영국 대표로 스키점프 종목에 출전한 에디 에드워즈(태런 에저트)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영국은 해양국가라 기온이 따듯해서 그런지 스키종목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국가이다.

동계올림픽 출전이 꿈인 이상한 아이 이야기

주인공 에디는 어려서부터 동계올림픽 출전이 꿈인 이상한 아이였다. 다리가 부러져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꿈을 버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스키종목 출전을 꿈꿨지만, 실력부족으로 영국 국내예선전에 참가도 못했다. (대놓고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미장장이의 아들’이라는 신분의 핸디캡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에디3

아버지를 따라 미장이 기술을 배우려던 찰나, 그는 마음을 바꿔 스키 점프로 종목을 바꿨다. 노르딕스키에서 출발한 스키점프는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 산악국가가 강세를 가진 종목이다. 배경도 없는 영국 촌뜨기가 스키점프를 배워 올림픽에 출전하겠다고 돈 한 푼없이 독일의 국제스키점프 훈련장으로 날아간다.

계획? 그런 것은 없다. 무조건 몸으로 부딪치는 도전정신만 있을 뿐이다. 훈련비도 없고 코치도 없고, 노르웨이에서는 6세 때 시작하는 스키점프를 22살에도전하는 이 무모한 촌뜨기에게 냉소와 조롱과 죽음의 위협이 따라오지만, 다행히 미국 주니어 대표 출신으로 스키점프 훈련장에서 눈 트랙터를 운전하는 왕년의 실력자를 만나 제대로 된 훈련을 처음 받게 된다.

어찌어찌하여 마침내 1988년 캘거리 올림픽에 영국 대표로 나간 에디, 성적은 어차피 중요하지 않다. 완주한 데 대한 기쁨으로 독수리 날개짓 같은 팔동작이 인기를 끌면서 ‘독수리 에디’라는 별명을 얻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해진다.

무모한 젊은이가 꿈을 찾아 무림세계로 나갔다가 실컷 얻어터지지만, 그 열정과 용기에 감명받은 왕년의 고수가 비법을 전수한다는 오래된 무협지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하다.

과거 미국 주니어 챔피언을 지냈던 브론슨 피어리(휴 잭맨)은 영국 촌뜨기에게 스키점프에서 비상하는 법을 가르치면서 “네가 좋아하는 여자배우를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이때 에디 입에서 튀어나온 여배우는 보 데릭(Bo Derek)이다.

보 데릭은 1980년대 미국을 대표하는 섹스 심볼이다. 타잔 영화에 나와 인기를 끌었지만, ‘볼레로’라는 3류 섹스영화에서 노골적인 노출을 감행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설명이 통했다는 것이다. 잔뜩 긴장한 상태로 스키점프대에 올라 미끄러져 내려오다가 마지막 순간 온 몸을 활짝 펴면서 아아아악~ 크게 소리를 지르라는 설명은 남자들의 원초적인 욕망을 생각나게 한다. 스키 점프에서 선수들은 일종의 엑스타시를 느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북유럽에서 시작한 스키점프는 1924년 제1회 샤모니 동계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전통있는 종목이다. 스키를 타고 인공으로 만들어진 급경사면을 내려오다 도약대에서 허공을 새처럼 날아 눈위에 사뿐히 내리는 그 모습이 너무나 ‘스키 경기의 꽃’으로 불린다.

에디2

아무런 기계장치없이 하늘을 이렇게 멀리 나는 것은 이 종목이 유일하지 않을까? 최근 스키점프 세계기록은 230m를 넘어섰으며 이때 스키선수가 하늘을 나는 속도는 시속 100km가 넘어선다. 인간이 맨 몸으로 이렇게 빠른 속도로 길게 날 수 있는 이유는 과학적으로 보면 양력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양력(lift, 揚力)은 무거운 비행기가 하늘을 비행하는 원리이기도 하다.

비행기 처럼 하늘을 맨몸으로 나는 스키점프

비행기의 날개 위쪽은 둥그스름하고, 날개 아래쪽은 상대적으로 평평하다. 날개 위쪽 공기의 흐름이 아래쪽 공기의 흐름보다 빨라지면서 물체가 위쪽으로 뜨는 양력이 발생한다는 것을 다니엘 베르누이(Daniel Bernoulli, 1700~1782) 원리로 설명한다.

스키점프의 경우 사람의 몸은 둥그스럼한데 비해 아래쪽에 있는 스키는 평평하므로 양력이 발생한다. 스키 점프 선수들도 더 많은 양력이 생기도록 팔을 비행기 날개처럼 펼치고 스키를 v자형으로 모으는 것을 볼 수 있다.

스키점프 종목은 대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보통 개인 K-90(90m)과 개인 K-120(120m) 그리고 단체경기의 3종목을 구분하여 경기를 치른다. 2014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22회 동계올림픽대회에서는 남자 K-95 노멀힐(95m)과 K-125 라지힐(125m) 그리고 라지힐에서 열리는 단체전으로 치뤄졌다. 최초로 K-95 노멀힐(95m) 개인전 여자종목이 들어갔다.

심재율 객원기자
kosinova@hanmail.net
저작권자 2016-04-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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