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소행성의 충돌 위험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지구방위합동본부(Planetary Defense Coordination Office ; PDCO)’를 발족했다. 지구 근접 물체 프로그램의 담당자였던 린들리 존슨이 본부장을 맡았는데, 그의 직함은 ‘행성 방위 담당관’이다.
이 새로운 기구의 임무는 지구에 접근하는 소행성 등의 천체를 신속하게 발견해 분석하고, 지구와의 충돌 위험이 발견될 경우 정부 및 관계 기관과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충돌이 예상되는 지역 주민들에게 경고를 보내고 연방 긴급사태 관리본부 등을 조직하는 일까지 포함된다.
이를 위해 미국 연방정부는 2016년 예산 중 5000만 달러를 PDCO에 배정했다. 미국 정부가 지구근접물체의 관찰 등에 사용한 예산은 2010년의 경우 4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이처럼 미국 정부가 소행성 충돌에 예민해진 까닭은 2013년 2월에 있었던 러시아 첼랴빈스크 사건 때문이다.
당시 러시아 우랄산맥 부근 첼랴빈스크 주 상공에서는 지름 17m, 무게 1만 톤으로 추정되는 우주 천체가 대기권으로 진입해 지상 30~50㎞ 상공에서 폭발했다. 다행히 매우 높은 고도에서 폭발해 극소수의 에너지만 지상에 전달된 탓에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으나, 유리 파편 등에 맞아 약 150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11월 1일에는 ‘2015TB145’라는 지름 400m의 소행성이 지구에서 불과 48만㎞ 떨어진 지점을 초속 35㎞의 속도로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이 같은 소행성의 지구 충돌 우려가 PDCO의 출범 계기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1998년부터 NASA 공식 업무 시작
NASA가 소행성 충돌 위험 방지 업무를 공식적으로 시작한 것은 지난 1998년부터다. 당시 미 의회의 명령에 의해 직경 1㎞ 이상의 소행성 중 지구에 가까이 있는 모든 천체의 궤도를 추적하는 사업에 들어갔다.
2003년 미 의회는 지구를 위협하는 직경 140m 이상의 소행성을 추적하라는 법안을 새로이 통과시켰다. 현재 직경 1㎞ 이상의 소행성은 90% 이상, 직경 140m 이상은 25% 정도 발견된 상태다. 지금도 지구에 근접하는 소행성과 혜성이 매년 약 1500개씩 새로이 발견되고 있지만, 지름 30m급의 소행성 발견율은 1%에 불과할 만큼 어렵다.
이처럼 작은 크기의 소행성은 관측하는 것이 매우 힘들 뿐더러 큰 소행성보다 충돌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더 위협적이다. 실제로 지난 1908년 러시아에서 ‘퉁구스카 대폭발’을 일으킨 우주 천체는 지름이 약 37m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천체는 지상 8.5㎞ 지점에서 폭발했으나 사방 25㎞의 동심원 안에 있던 나무 8천만 그루를 쓰러트렸으며 숲에 살던 모든 동물을 순식간에 재로 만들 만큼 위력적이었다. 인류의 관측 역사상 우주물체의 최대 폭발사건으로 기록된 퉁구스카 대폭발의 에너지는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185개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행성의 위협에 대한 국제적인 대응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천문학자 및 우주 전문가들의 조직인 우주탐사협회(ASE)는 지난 2007년 거대한 소행성이 지구에 다가올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합의 초안을 유엔(UN)에 제시했다.
그 내용은 소행성이 지구를 향해 날아올 경우 누가 책임을 지고 대응을 하게 되며, 그에 따른 비용 부담 및 정책 적용의 방향 등을 다루고 있다. 이에 부합해 유엔은 2013년 10월에 소행성의 지구 충돌을 막기 위한 ‘국제 소행성 경고 그룹’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만약 소행성이 지구 정면으로 날아올 경우 해결책은 두 가지뿐이다. 소행성의 궤도를 수정하거나 파괴하는 것이다. 현재 우선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은 파괴라는 극단적 방법보다 소행성의 운행 방향을 우회시키는 방법이다.
파괴보다 소행성 궤도 수정 우선 검토
이를 위해 NASA에서는 ‘소행성궤도변경임무(Asteroid Redirect Mission)’를 추진 중이다. 계획에 의하면 2020년경 소행성 탐사용 우주선 옵션 A와 B를 쏘아 올릴 예정이다. 옵션 A의 임무는 지름 10m 이하의 아주 작은 소행성을 대형 비닐봉지 안에 포획해 지구와 달 사이의 라그랑주 지점에 갖다놓는 것.
그곳은 지구와 달의 중력이 평형을 이루므로 포획한 소행성을 제자리에서 보관할 수 있다. 평소엔 연구용으로 활용하다가 만약 거대 소행성이 지구를 향해 다가올 경우 포획한 소행성을 거대 소행성에 충돌시켜 궤도를 바꾸는 데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다.
우주선 옵션 B는 지름 100~500m의 소행성에 착륙해 바위 등의 소행성 부스러기를 로봇팔로 움켜쥔 후 돌아오는 임무를 맡게 된다. 그처럼 떼어낸 암석을 소행성 바로 옆에서 공전시키면 지구로 향하지 않게끔 궤도를 바꿀 수 있다.
NASA는 유럽우주기구(ESA)와 공동으로 소행성에 우주선을 충돌시켜 궤도를 바꾸는 AIDA(Asteroid Impact & Deflection Assessment) 계획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9월에 공개된 이 프로젝트의 세부 계획에 의하면 2020년 8월에 2대의 우주선을 발사할 예정이다. 한 대는 지름 170m의 소행성으로 날아가 궤도를 수정할 만한 최적 지점에 충돌하고, 다른 한 대의 우주선은 충돌 과정과 결과를 모니터해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우주선을 충돌시키지 않고 소행성의 궤도를 수정하는 생태학적인 해결책도 연구되고 있다. ‘야르콥스키 효과’를 이용하는 방법이 바로 그것. 소행성의 한쪽 면에만 햇빛이 계속 쪼일 경우 소행성이 그 맞은편 방향으로 힘을 받게 된다는 게 이 이론의 요지다.
소행성의 한쪽 면을 하얗게 칠하거나 먼지를 쌓이게 하면 소행성의 궤도를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무공해 기술이 개발되기 위해서는 한 세기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소행성을 핵무기로 파괴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NASA는 핵안전보안국(NNSA)과 공동으로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소행성에 핵무기를 발사해 산산조각내거나 궤도를 바꾸기 위한 계획을 지난해부터 시작했다.
- 이성규 객원기자
- yess01@hanmail.net
- 저작권자 2016-01-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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