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화성 탐사는 미국의 독무대였다. 화성 주위를 돌며 베일에 싸였던 행성의 비밀을 벗겨준 탐사선인 매리너나 바이킹을 시작으로, 지금도 화성 곳곳을 누비고 있는 오퍼튜니티나 큐리오시티 같은 탐사로봇까지 모두가 미국 주도의 탐사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화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라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인도가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지난해에 화성 탐사선을 안착시켜 화제가 되었고, 최근에는 유럽우주국(ESA)이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독자적인 화성 탐사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디스커버리(Discovery)는 최근 기사를 통해 ESA와 러시아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엑소마스(ExoMars) 프로젝트’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라고 보도하면서, 이 프로젝트는 지표 탐사에 주력했던 기존 탐사 프로젝트들과는 달리, 화성의 지하를 중점적으로 탐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 링크)
화성 지하를 주로 탐사할 엑소마스 프로젝트
엑소마스 프로젝트는 두 차례의 화성 탐사선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우선 내년 1월에 발사 예정인 엑소마스 2016 우주선에는 인공위성처럼 화성 주위를 맴돌 궤도선(TGO)과 착륙선인 스키아파렐리(Schiaparelli)가 탑재될 예정이다.
이들 궤도선과 착륙선에는 두 가지의 미션이 주어진다. 화성의 대기를 연구하는 것이 첫 번째 임무이고, 또 다른 임무는 2018년에서 2020년 사이에 발사될 탐사로봇 ‘엑소마스 로버(ExoMars Rover)’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렇게 두 번에 걸쳐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이유는 ESA가 보유한 화성 착륙 경험이 부족하고, 탐사로봇을 지원할 수 있는 궤도선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첫 번째 발사를 통해 화성 착륙 기술을 검증하고, 탐사로봇을 지원할 궤도선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ESA의 구상이다.
엑소마스 로버의 형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ESA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탐사로봇인 큐리오시티보다는 작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이 로봇에는 아주 독특한 기능이 장착될 예정인데, 바로 2m 깊이의 땅을 뚫을 수 있는 드릴이다.
엑소마스 로버는 땅을 뚫고 내부의 암석 표면을 채취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따라서 굴착 작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화성 지표 아래에 있는 물과 얼음을 비롯하여 지금까지 접근할 수 없었던 희귀 물질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ESA의 관계자는 “그동안 지표상에서는 찾지 못했던 화성 생명체의 흔적을, 지하에서라면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이번 프로젝트에 거는 기대”라고 밝혔다.
생명체 흔적을 찾기 위한 경쟁 불붙어
유럽과 러시아가 연합하여 화성 생명체의 흔적을 찾으려는 움직임에 대해, 현재 미국도 맞불 작전을 벌일 준비를 하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 화성에서 소금물이 흐르고 있다는 증거가 발견되면서, 생명체의 흔적을 파악하기 위한 프로젝트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NASA가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골자는 차세대 화성 탐사선과 탐사로봇의 개발이다. 그 중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는 탐사로봇의 경우, 아직 명칭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가칭 ‘마스 2020 로버(Mars 2020 rover)’라고 불리고 있다.
NASA는 이 탐사로봇을 오는 2020년까지 화성에 착륙시킬 예정인데, 3년 전에 발사된 큐리오시티보다 월등하게 뛰어난 관측 장비를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태양 전지 대신 파워가 훨씬 강한 원자력 전지(RTG)를 사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탐사로봇에 탑재될 또 다른 흥미로운 장비로는 ‘목시(MOXIE)’가 꼽히고 있다. 목시는 장비의 대부분을 차지할 관측 용도가 아니라 사실 테스트를 하기 위한 장비다. 화성 대기에 풍부한 이산화탄소를 이용해서 산소를 만들어 보기 위해서다.
만약 로버가 순조롭게 산소를 생성하게 된다면, 이는 화성탐사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주인들이 숨 쉬는 데 있어서 필요한 것은 물론, 우주선의 연료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산소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재미있는 장비들이 거론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화성 전용 헬리콥터인 ‘MHS(Mars Helicopter Scout)’이다. MHS는 1kg이 채 안되는 경량 헬기로서, 지구 대기 밀도의 1%도 안 되는 희박한 대기에서 날기 위해 특별히 개발되고 있다.
MHS를 개발하는 목적은 로버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인도하기 위해서다. 마치 드론처럼 화성의 하늘을 날며 1km 정도 반경의 지형을 실시간으로 촬영하여 NASA로 전송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이렇게 보내진 정보를 통해 NASA는 로버가 가야할 목적지까지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경로를 파악하게 된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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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11-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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