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중 별똥별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시기가 7월 하순부터 8월 중순 무렵, 바로 요즈음이다. 특히 8월 12일과 13일 새벽에는 시간당 최대 100개 가까운 별똥별이 떨어진다. 물론 100개를 다 볼 수는 없다. 밤 하늘이 매우 어두운 시골이라면 수십 개까지는 볼 수 있겠지만, 밝은 도시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이보다 훨씬 적다. 올해의 경우 이 시기에는 달이 없기 때문에 충분히 많은 별똥별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기에 이렇게 많은 별똥별을 볼 수 있는 것은 바로 유성우란 천문 현상 때문이다. 유성우는 유성이 비처럼 떨어지는 현상이다. 물론 비도 비 나름일 것이다. 특별히 정해진 기준은 없지만 대략 시간당 10개에서 100개 가까운 유성이 떨어진다. 유성우는 매년 일정한 시기에 나타나는데, 그것은 유성우가 지구의 공전궤도와 관련 있기 때문이다.
유성우를 만드는 유성체는 대부분 혜성(이를 ‘모혜성’이라고 한다)에서 떨어져 나온 부스러기다. 매년 수십 개 이상의 혜성이 태양을 방문한다. 혜성이 태양에 가까워지면 온도가 올라가 표면물질이 증발한다. 태양의 복사압과 태양풍으로 증발한 물질이 혜성의 뒤로 길게 꼬리를 만든다. 태양에서 멀어지면 온도가 내려가고 꼬리도 사라진다. 꼬리가 사라진다고 해서 그 물질들이 다시 혜성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혜성에서 떨어져 나온 부스러기들은 혜성의 핵에서는 멀어졌지만, 혜성을 따라 그 궤도를 돈다. 마치 마라톤 경주를 하는 선수들과 비슷하다. 처음에는 한 덩어리로 출발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뒤로 처지는 선수들이 생긴다. 하지만 간격은 멀어져도 그 선수들이 모두 하나의 길을 달리는 것처럼 혜성 부스러기도 그 위치에 머물지 않고 계속 궤도를 따라 움직인다. 그런데 이 궤도가 지구의 공전궤도와 겹치거나 가까울 경우 지구가 이 부스러기들 속을 통과하게 된다. 이 때 부스러기들이 지구의 중력으로 대기권에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타버린다. 이것이 바로 별똥별의 소나기로 알려진 유성우다.
떨어지는 유성 수가 다른 까닭
유성우마다 떨어지는 유성의 수는 다르다. 이러한 유성의 규모는 몇 가지 요인에 따라 결정된다. 첫째, 혜성이 지나간 궤도와 지구 공전궤도가 가까울수록 혜성 부스러기의 밀도가 높아서 많이 떨어질 것이다. 둘째는 혜성의 크기다. 큰 혜성일수록 더 많은 부스러기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셋째는 시기이다. 혜성이 지나간 시점에서 가까울수록 더 많은 유성이 떨어질 것이다.
지구와 혜성의 공전궤도와 주기가 일정하기 때문에 매년 각 유성우가 나타나는 시기와 출현하는 유성의 개수는 거의 같다. 다만 모혜성이 나타나는 시기에 따라 급격히 유성 출현수가 증가할 때가 있다. 혜성이 지나간 직후에 시간당 수천에서 수만 개 이상의 유성이 나타나는 대유성우는 평균 수십 년에 한번 꼴이다. 가장 최근에 나타난 대유성우는 2001년 11월 18일 새벽의 사라자리유성우로 무려 시간당 1만 개 정도의 유성이 떨어졌다.
유성우 기간에 떨어진 유성의 궤적을 역으로 추적하면 하늘의 한 점으로 모인다. 이 점을 ‘복사점’이라고 하는데, 지구가 혜성의 궤도와 만나는 지점이다. 유성우의 이름은 이 복사점이 위치한 별자리 이름으로 결정된다.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라고 하면 이날 페르세우스자리를 중심으로 많은 별똥별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복사점이 페르세우스자리에 있을 뿐 유성은 밤하늘에 전체에 걸쳐서 떨어진다. 따라서 복사점이 있는 별자리에만 집중하지 말고 ‘매직 아이’를 보듯이 눈의 초점을 흐릿하게 하면 더 많은 별똥별을 볼 수 있다.
유성우가 가장 많이 떨어지는 시간은 지구가 혜성의 궤도와 만나는 시각, 즉 복사점을 통과하는 시각이다. 지역적으로는 이 시간에 새벽인 지역에서 가장 많은 별똥별을 볼 수 있다. 비오는 날 달리는 버스를 보면 앞 유리창에 많은 빗방울이 떨어진다.지구를 초속 30km의 속도로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버스로 생각해보자. 지구의 자전과 공전 방향이 같기 때문에 자정을 지나 새벽이 되는 지역이 버스의 앞 유리창에 해당한다. 따라서 새벽이 가까워질수록 더 많은 별똥별이 떨어진다. 이때 유성체의 최대 상대속도는 지구의 공전속도를 합친 초속 72km까지 된다. 반대편인 저녁 지역은 버스의 뒤쪽에 해당하기 때문에 버스의 속도, 즉 지구의 공전속도보다 빠른 유성체만이 지구로 떨어진다. 따라서 별똥별 개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
이번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의 극대시각은 8월 13일 오후 3시경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좋은 시간은 아니다. 하지만 유성우는 극대일을 중심으로 며칠 간 평소보다 많은 유성이 떨어지므로, 12일 새벽부터 13일 새벽 사이에 밤하늘을 올려다본다면 많은 유성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이태형 한국우주환경과학연구소장
- 저작권자 2015-08-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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