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에서 수십억 km 떨어진 명왕성을 탐사한 인류가 머지않은 미래에 태양계 행성을 여행하는 것은 결코 꿈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행성에서 맞는 아침은 어떨까? 다른 행성에서도 지구처럼 해가 동쪽에서 뜰까? 하루에 해가 두 번 뜨는 곳은 없을까?
우리는 대부분 지구가 한 바퀴 자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하루, 즉 24시간이라고 알고 있다. 만약 지구가 공전을 하지 않는다면 이 말은 당연히 맞는 말이 된다. 하지만 지구는 태양 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에 매일 조금씩 공전궤도 위를 나아간다. 따라서 지구가 한 바퀴 자전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하루는 달라진다. 지구가 한 바퀴 자전을 하는 동안 지구의 위치는 공전궤도를 따라 약 1도 이동했기 때문에 어제와 같은 방향에서 해를 보려면 1도를 더 돌아야 하는 것이다.
해가 가장 높이 떴을 때를 ‘남중했다’고 하는데, 해의 남중부터 다음 남중까지의 시간이 24시간(태양일)이다. 즉, 하루가 되는 것이다. 실제 지구가 360도 자전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3시간 56분(항성일)이다. 나머지 약 4분 동안 지구는 하루 동안 공전한 방향만큼 태양 쪽으로 더 자전해야 하루가 되는 것이다.
자전과 공전 방향이 반대라면 하루는 공전 때문에 짧아진다. 만약 해가 서쪽에서 뜬다고 생각해보자. 지구의 공전으로 인해 해는 매일 매일 조금씩 서쪽으로 이동한다. 따라서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지구가 360도 자전을 끝내기 전에 하루가 된다.
모든 행성들의 공전 방향은 지구와 같다. 즉 서쪽에서 동쪽으로 공전한다. 하지만 자전 방향은 같지 않다. 지구는 공전 축에 23.4도 기울어진 상태로 자전을 한다. 공전축에 대한 자전축의 기울기가 90도가 넘어가면 공전 방향과 반대로 자전을 하게 된다. 즉, 해가 서쪽에서 뜨게 된다.
그렇다면 해가 서쪽에서 뜨는 곳은 어디일까? 일단 공전 축에 대한 기울기가 가장 큰 곳은 금성이다. 금성의 자전축 기울기는 177.4도이다. 금성은 거의 물구나무서기를 한 상태로 공전을 하고 있다. 명왕성의 경우도 자전축의 기울기가 122.5도나 된다. 천왕성의 경우는 자전축의 기울기가 97.8도로 공전 궤도면을 따라 바퀴가 굴러가듯 앞으로 나아간다. 물론 천왕성도 공전궤도면보다 자전축이 남쪽에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해가 서쪽에서 뜬다.
행성들의 하루 길이에 대해 알아보자. 지구보다 공전주기가 긴 외행성들은 공전주기에 비해 자전주기가 무척 짧기 때문에 하루와 자전주기가 같다고 봐도 된다. 하루의 길이가 자전 주기와 크게 다른 곳은 금성과 수성이다.
금성은 자전주기가 243일로 공전주기인 224.7일보다 길다. 또한 자전방향과 공전방향이 반대이다. 따라서 금성에서는 해가 서쪽에서 뜨고 하루의 길이가 자전주기보다 짧을 것이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금성에서의 하루는 116.75일이다. 금성의 하루를 그림으로 알아보자.
태양을 기준으로 그림의 맨 오른쪽을 자전과 공전의 시작점(❶)으로 생각해보자. 여기서는 화살표가 있는 지역의 서쪽에서 해가 뜬다. 그 다음 위치(❷)에서 해가 거의 남중하고 세 번째 위치(❸)쯤에서 동쪽으로 진다. 네 번째 위치(❹)가 거의 한밤중 이고 다섯 번째 위치(❺) 직전에 해가 다시 서쪽에서 뜨면서 하루가 지난다. 이때까지 걸린 날짜는 금성이 45도씩 네 번 자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자전주기의 절반)보다 짧은 116.75일이다. 정확한 날짜의 계산은 수학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현상만 이해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수성의 경우는 하루가 더 복잡하다. 일단 수성은 자전주기가 58.6일이고, 공전주기가 88일이다. 수성은 자전방향과 공전방향이 같기 때문에 하루가 자전주기인 58.6일보다 길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수성에서의 하루는 약 176일이다.
그림을 통해 수성의 하루를 알아보자. 왼쪽 끝(❶)을 자전과 공전의 시작점으로 생각하자. 수성은 360도 자전을 하는 데 58.6일이 걸리기 때문에 대략 90도 자전을 하는 데 15일 정도가 걸린다. 첫 번째 위치(❶)에서 해가 동쪽에서 뜬다. 네 번째 위치(❹)에서 해가 거의 남중하고 일곱 번째 위치(❼)에서 해가 진다. 그 다음 그림에서 176일 만에 해가 다시 뜨면서 하루가 지난다.
실제 수성의 하루는 그림에서 보는 것보다 더 복잡하다. 문제는 수성의 경우 공전속도가 자전속도보다 빠를 때가 있다는 것이다. 태양에서 가까울 때는 태양의 중력이 커지기 때문에 공전속도가 빨라지고, 반대로 태양에서 멀어지면 중력이 작아지기 때문에 공전속도가 느려진다. 수성이 태양을 도는 궤도는 매우 찌그러진 타원궤도이다. 따라서 수성이 태양에 가장 가까이 오는 날을 전후로 약 8일 정도는 공전속도가 자전속도보다 빠르다. 공전은 해를 자전방향과 반대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데, 그 속도가 자전속도보다 빠르면 해의 일주운동 방향이 반대가 된다.
공전속도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일주운동의 속도도 일정하지 않다. 하루 중 해가 언제 역행을 하는 지는 지역마다 다르다. 어느 지역에서는 해가 뜨고 나서 며칠 후 졌다가 다시 뜰 수도 있고, 어떤 지역에서는 해가 졌다가 다시 뜬 후에 며칠 후에 다시 질 수도 있다. 물론 해가 떠 있는 상태에서 역행을 하는 지역도 있다.
- 이태형 한국우주환경과학연구소장
- 저작권자 2015-07-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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