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그림 속에는 바닷가에서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두 연인이 있다. 수평선 위로 보이는 둥근 보름달을 빼고는 특별히 다른 것이 없다. 그런데 이 그림 만으로 두 연인 중 어느 쪽이 더 다정한지 추리할 수 있을까?
보름달 속에 어둡게 보이는 부분을 바다라고 한다. 물론 달에 지구처럼 물이 모여 있는 바다가 있을 리는 없다. 마치 바다가 있는 것처럼 검게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이 바다 지형을 자세히 보면 마치 어떤 모습이 숨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주 옛날 우리 조상들은 이 바다 지형 속에서 절구질하는 토끼 모습을 찾았다.
물론 아니라고 우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늘을 볼 때는 믿음이 중요하다. 토끼처럼 보려고 하면 정말 토끼처럼 보인다. 기록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오른쪽이 토끼 머리 부분인 것은 공통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밤하늘에 떠 있는 보름달은 그 표면 무늬가 같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달이 떠 있는 시간과 방향에 따라 보름달 속 토끼의 자세가 계속 바뀐다. 다음의 보름달 사진은 여름과 겨울 한밤중에 보름달이 남중했을 때의 모습이다.
다음 그림은 시간에 따른 보름달의 모습이다. 그림 속 토끼 머리 위치를 잘 보아야 한다. 동쪽(왼쪽)에서 떠오를 때는 머리가 더 위쪽으로 올라가 있다. 반대로 서쪽(오른쪽)으로 질 때는 머리가 아래쪽으로 내려가 있다. 결국 토끼의 모습에서 시간과 방향을 찾을 수 있다. 계절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다. 달의 공전 궤도를 백도라고 한다. 백도는 지구의 공전 궤도인 황도와 약 5도 정도 차이가 난다. 큰 각도 차이가 아니기 때문에 달도 황도를 따라 이동한다고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다.
보름달의 위치는 태양과 정반대편이다. 따라서 여름철에는 해가 높이 뜨고, 그 반대편에 있는 보름달은 지평선에서 높지 않은 곳에 뜬다. 반대로 겨울철에는 해가 낮게 뜨는 대신 보름달은 하늘 높은 곳까지 올라간다.황도는 사인 곡선(∿) 모양을 하고 있다. 보름달은 하지 무렵 사인 곡선의 가장 낮은 지점에 있게 되고, 동지 무렵에는 사인 곡선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다. 물론 태양은 보름달과 반대이다. 그리고 춘분 무렵에는 보름달은 점차 고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왼쪽으로 기울게 되고, 추분 무렵에는 점차 고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오른쪽으로 기울게 된다.
즉, 여름과 겨울에 볼 수 있는 보름달의 모습보다 봄과 가을에는 조금씩 기울어진 보름달을 볼 수 있다. 위의 그림은 여름과 겨울에 볼 수 있는 보름달의 모습이다. 여기에서 봄과 가을에는 조금씩 기울어진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여름과 겨울에는 토끼의 머리가 위로 올라간 상태, 즉 바로 선 상태로 보름달이 떠오른다. 그리고 한 밤중이 되어 보름달이 가장 높이 떴을 때는 토끼의 머리가 보름달의 중간 정도에 있게 된다. 보름달이 서쪽 하늘로 질 때쯤에는 토끼의 머리가 아래쪽을 향한다.
가을에는 여기서 조금 더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토끼 모양을, 봄에는 조금 왼쪽으로 기울어진 토끼를 상상하면 된다. 조금 차이는 있더라도 저녁 무렵 동쪽 하늘에서 떠오를 때의 토끼는 거의 위로 선 상태가 되고, 새벽녘 서쪽 하늘에 질 때의 토끼는 머리가 아래쪽을 향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위의 그림에서 토끼 머리가 아래로 향하고 있는 (1)번은 보름달이 질 때이다. 즉 (1)번 그림 속 연인은 새벽녘 서해안에 서 있는 것이다. 토끼 머리가 위로 올라가 있는 (2)번 그림 속의 연인은 보름달이 떠오르는 저녁 무렵 동해안에 서 있는 것이 된다.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새벽녘까지 바닷가에 같이 있는 (1)번 그림 속의 연인이 더 다정해 보일 수 있지만 (1)번 그림 속 연인은 서해안에 사는 사람들이고, (2)번 그림 속 연인은 서울서 온 사람들이라면 이야기는 달라 질 수도 있다. 자연과학은 보이는 현상만을 설명할 뿐이다. 어느 커플이 더 다정한 지의 판단은 결국 독자들의 몫이다.
- 이태형 한국우주환경과학연구소장
- http://blog.naver.com/byeldul
- 저작권자 2015-07-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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