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는 수 많은 가스와 먼지, 그리고 별들이 있다. 이런 가스와 먼지가 구름처럼 모이게 되면 별구름이라고 부르는 성운이 된다. 성운의 정식 명칭은 영문과 숫자로 구성되어 기억하기 어렵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성운에 친숙한 동물이나 사물의 이름을 따서 별명을 붙이기도 한다.
1764년 유명한 혜성 사냥꾼인 샤를 메시에는 여름철 별자리인 뱀자리에서 붉은색의 성운을 발견한다. 성운의 폭은 빛의 속도로도 70년을 가야 될 정도로 드넓다. 허블망원경은 이 성운 중심부의 기둥 모양으로 생긴 부분에서 활발하게 별이 탄생하고 있는 장면을 포착하였다.
바로 독수리 성운에 있는 '창조의 기둥'이다. 창조의 기둥(Pillars of Creation)은 허블우주망원경이 지구로부터 약 7000광년 떨어진 독수리 성운의 성간 가스와 성간먼지 덩어리를 촬영한 사진이다. '창조의 기둥'이란 이름이 붙은 이유는 가스와 먼지들이 새로운 별을 만드는 과정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진은 1995년 4월 1일 촬영되었고, 가장 훌륭한 허블 사진 열 장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애리조나 주립 대학교(Arizona State University, USA) 소속의 천문학자인 제프 헤스터(Jeff Hester)와 폴 스코웬(Paul Scowen)이 이 사진을 찍었다.

스피처우주망원경은 창조의 기둥 부근의 뜨거운 먼지구름을 걷어낸 사진을 촬영했고, 창조의 기둥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초신성의 충격파, 즉 주위 가까운 항성들이 방출하는 자외선으로 인한 광증발에 의해 침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름의 모양은 약 6000년 전에 초신성이 있었음을 시사하며, 창조의 기둥까지의 거리가 약 7000 광년임을 감안할 때 이미 기둥은 파괴되고 있음을 예측할 수 있다. 광속은 유한하기 때문에 아직 그 파괴가 지구에서 관측되지 못한 것일 수 있다.
그래서 지구에서는 약 1000년 뒤에나 그 파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뜨거운 먼지를 이렇게 해석하는 것은 천문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초신성은 창조의 기둥에서 관측된 것보다 더욱 강력한 전파와 엑스선을 방출해야 하며, 먼지가 덥혀진 것은 막대한 크기의 별의 항성풍에 의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주장이 맞다면 창조의 기둥은 보다 점진적인 풍화의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 된다. 즉, 이 기둥은 '창조의 기둥'인 동시에 '파괴의 기둥'이 되는 것이다. 사실 이 기둥은 곧 사라질 운명에 놓여있다. 별들이 태어나는 곳인 동시에 별을 품은 가스와 먼지의 소용돌이가 사라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300만 년 안에 사라질 수도 있는 창조의 기둥
실제로 창조의 기둥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이 속도라면 300만 년 안에 사라질 수도 있다. 지구의 시간으로는 상당히 긴 시간이지만 우주의 시간으로는 지극히 짧은 시간이다. 유럽남방천문대(European Southern Observatory) 학자들이 창조의 기둥을 관찰한 결과를 지난달 말에 발표했다. (관련링크)
연구팀은 칠레에 있는 초거대망원경(VLT)의 뮤즈측정기를 사용하여, 수리성운(M16)에 위치한 창조의 기둥을 관찰하였다. 연구팀은 3D 사진을 통해 성간먼지와 성간가스로 구성된 창조의 기둥이 어떻게 우주로 흩어져 버리는지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성단의 밝은 별들로부터 나오는 강력한 에너지방출과 별바람 등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간먼지로 된 창조의 기둥을 갉아먹고 있었다. 100만년 정도 경과할 때마다 창조의 기둥은 태양의 70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질량을 흩뜨려 버리고 있었다.
대략 이 구름에 태양의 200배에 달하는 질량이 있음을 감안해본다면, 이 속도대로 지나갔을 경우 300만년 안에 창조의 기둥은 사라질 수도 있다. 우주의 시간으로 말하면 아주 짧은 시간만 존재하는 셈이 된다. 빛나는 강력한 별들에서 나오는 강력한 방출에너지가 창조의 기둥을 빠른 속도로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강력한 자외선과 별바람을 방출할 때 생겨
사실 창조의 기둥은 새롭게 형성된 거대한 청백색 O등급, B등급 별들이 강력한 자외선과 별바람을 방출할 때 생겨난다. 이 기둥은 별들의 고향인 거대한 가스와 먼지구름 속에서 형성된 전형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보니 아무래도 좀 더 진한 가스와 먼지 주머니의 경우, 침식에 조금 더 오래 버틸 수 있다. (원문링크)
이 먼지주머니 뒤에서는 거칠고 모조리 파괴되어 멸망하는 O등급과 B등급 별들이 가스와 먼지를 보호해준다. 이들 방어막은 검은색 꼬리나 코끼리 코를 만들어내는데, 이것이 바로 '창조의 기둥' 속 검은 몸체이다. 이 지점은 밝은 별들과 다르다.
뮤즈측정기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창조의 기둥이 증발하고 있는 모습을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뮤즈로 창조의 기둥을 보면, 왼쪽 기둥의 끝이 지구를 바라보고 있다. 기둥의 맨 위는 다른 기둥과 다르게 사실상 NGC5611 뒤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기둥의 끝은 이 별들로부터 나오는 에너지방출 기운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지구에서 관찰하게 되면 이 부분이 왼쪽 기둥 아랫부분, 중앙기둥, 오른쪽 기둥보다 빛나보이는 것이다. 이 같은 환경에서 더 많은 별들이 태어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유럽우주국(ESA)은 20년 전 이 사진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수 광년에 걸쳐 뻗어있는, 물결치는 듯한 이 구름은 과학자들과 일반인 모두를 경외감에 빠뜨렸다" 창조의 기둥은 점차 파괴의 기둥처럼 사라지고 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이에게 경외감을 주고 있다.
- 이슬기 객원기자
- justice0527@hanmail.net
- 저작권자 2015-05-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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