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케임브리지 대학, 페르미 국립 가속기 연구소 등의 국제 과학자팀은 우리 은하수를 공전하고 있는 왜소은하(dwarf galaxy) 9개를 발견했다. 이 은하들은 매우 작고 어둡다. 질량은 우리 은하의 100만분의 1, 밝기는 10억분의 1에 불과하다.
새로 발견된 9개의 위성 은하 가운데 가장 가까운 것은 우리 은하에서 9만5000광년 떨어져 있으며, 가장 멀리 떨어진 것은 120만 광년 정도 거리에 있다. 이 은하들 가운데 가장 작은 것은 5000여 개에 불과한 별만을 가지고 있었다.
과학자들이 이번에 발견된 왜소은하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소은하의 99%가 암흑물질로 구성돼있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번에 발견된 왜소은하들이 암흑물질 뒤에 숨겨져 있는 우주의 비밀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암흑물질은 암흑에너지와 함께 우주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물질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물질인 양성자, 중성자, 전자 등은 고작 5% 수준으로 암흑물질, 암흑에너지 등 95%의 물질은 아직 실체도 모르고 있는 것. 암흑물질의 신호가 최종 확인될 경우 빅뱅 이후 우주의 진화 과정과 우주의 미래 모습을 더욱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과학자들의 여기에 주목하고 있다.
암흑물질은 지금까지 우주에서 이상한 중력 현상의 형태로 관측됐다. 즉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중력의 원천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현상들이 여러 가지 형태로 발견됐다.
1933년 물리학자 프리츠 츠비키는 ‘코마’라는 거대 은하단을 관측하던 중에 기이한 현상을 발견했다. 그는 은하단 중심 둘레를 공전하는 은하들의 속도가 너무 빨라, 눈에 보이는 코마 은하단 질량의 중력만으로는 이 은하들의 운동을 붙잡아둘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속도라면 은하들은 튕겨나가고 은하단은 해체돼야 했다. 츠비키는 은하단에 ‘보이지 않는 어떤 물질의 중력이 존재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1978년 미국 카네기 연구소의 천문학자 베라 루빈은 은하 중심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별들과 먼 곳에 있는 별들이 거의 같은 속도로 회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중력의 법칙에 의하면 별들의 속도는 중심에서부터 멀어질수록 느려져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루빈은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빨리 움직이는 별들을 붙잡아 둘 암흑물질이 은하에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전 세계서 ‘암흑물질’ 찾기 위한 연구 활발
이처럼 80여년간 가설로 존재했던 암흑물질은 최근 들어 그 단서를 발견했다는 연구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때문에 암흑물질의 비밀을 풀 수 있을 것이라는 과학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4월 미국 페르미 가속기연구소 연구진들은 암흑물질이 유력한 것으로 추정되는 특정 형체를 이미지화시키는데 성공했다. 연구진이 공개한 이미지에는 왜소은하 중심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는 감마선들이 어지럽게 서로 충돌하고 있고 촘촘히 푸른색의 입자들이 박혀있다. 연구진은 이것이 우주 암흑물질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현대에 들어서는 입자물리학을 통해 암흑물질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입자들을 빛의 속도로 가속, 충돌시키는 것으로 새로운 입자를 탄생시켜 암흑물질을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물리학자들은 이론적인 연구를 통해 윔프(WIMP), 액시온(AXION) 두 가지를 암흑물질 후보로 보고 있으며, 윔프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2013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국제연구팀은 지상 400km 상공의 국제우주정거장에 설치된 입자 검출기 '알파자기분광계(AMS)'를 이용해 410억 개의 우주 빛 입자를 분석한 결과 암흑물질의 존재를 입증할 새로운 단서를 찾았다. 연구팀은 암흑물질 자체를 발견한 것은 아니지만, 두 개의 윔프가 만나 상쇄될 때 생기는 양전자의 에너지 수준을 포착하면서 과학계의 기대감을 높였다.
이달부터 가동을 시작한 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서도 입자충돌로 암흑물질을 직접 만들어서 검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세계 최대 가속기인 LHC는 힉스힙자 발견 이후 점검과 성능을 높이기 위한 개량 공사를 2년 동안 해왔고, 8TeV(테라일렉트론볼트)이던 출력을 13TeV로 끌어올렸다. 출력을 높이면 입자를 더 강하게 충돌시킬 수 있어 빅뱅이 일어나던 당시의 환경에 더 가까워지는데, LHC의 출력이 100TeV에 달하는 2020년에는 암흑물질의 비밀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 백나영 기자
- 저작권자 2015-04-24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