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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김준래 객원기자
2015-01-09

화성을 지구처럼 바꿔줄 '남조류' 독일 공학도, 마스원 프로젝트에 테라포밍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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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화성으로 영구 이주시켜 화성을 제 2의 지구로 만들려는 야심찬 프로젝트가 지금 네덜란드에서 진행되고 있다. 마스원(Mars One)이라 명명된 이 프로젝트는 일단 화성에 도착하면 다시 지구로 돌아올 수 없다는 최악의 조건에도 불구하고 벌써 신청자 수가 10만 명을 돌파했다.

마스원 프로젝트의 홈페이지 ⓒ Mars-one.com
마스원 프로젝트의 홈페이지 ⓒ Mars-one.com

마스원 프로젝트의 첫 단계는 화성 이주민들의 거주지 건설을 맡을 로봇을 오는 2018년까지 화성으로 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프로젝트의 주최 측이 이들 로봇을 태우고 화성으로 떠날 무인 착륙선에 로봇 외에도 추가로 탑승시킬 아이템에 대해 공모를 받고 있어 흥미를 끌고 있다.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피스오알지(phys.org)는 마스원 프로젝트의 무인 착륙선에 독일의 공학도들이 미생물인 남조류(Cyanobacteria)를 함께 보내자는 제안을 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만약 이 제안이 실현된다면 테라포밍(Terraforming)을 위한 첫 시도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링크)

외계 행성을 지구처럼 만드는 테라포밍

테라포밍을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외계 행성의 지구화 계획이라 할 수 있다. 지구를 뜻하는 단어인 ‘테라(terra)’에 만들다라는 의미의 ‘포밍(forming)’이 합쳐진 신조어로서, 화성은 오래 전부터 테라포밍에 있어 가장 적합한 행성으로 꼽혀왔다.

테라포밍이란 단어는 지난 1942년에 발간된 잭 윌리엄슨(Jack Williamson)의 SF 소설 ‘충돌궤도 (Collision Orbit)’에서 처음 등장하였다. 그러나 과학자들 중에 최초로 이 개념을 받아들여 행성 개조를 제안한 사람은 바로 유명한 항공우주 과학자인 칼 세이건(Carl Sagan) 박사였다.

세이건 박사는 1961년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금성의 온실 효과를 억제할 수 있는 방법으로 테라포밍을 제안했다. 제안한 방법을 살펴보면 금성의 살인적 온실효과의 원인이 되는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변화시킬 조류(Algae) 들을 금성에 뿌리자는 내용이었다.

이산화탄소가 지구 대기의 주종을 이루던 시기에 원시 조류들이 산소를 생산해 냈듯이, 금성에서도 지구와 같은 대기변환 과정을 인위적으로 발생시키자는 것이었다. 당시 세이건 박사는 금성에서 이 같은 변환 과정이 계속된다면 생물이 견딜만한 환경으로 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화성의 단계별 테라포밍 과정 ⓒ NASA
화성의 단계별 테라포밍 과정 ⓒ NASA

그러나 세이건 박사의 예측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에 존재하는 어떤 조류나 미생물도 현재의 금성 환경에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사실이 최근의 연구를 통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후 테라포밍의 대상이 금성에서 화성으로 바뀌면서 다양한 방법이 제기되다가, 1982년에 이르러 화성 테라포밍에 대한 기념비적인 가설이 등장한다. 당시 나사의 연구원이었던 크리스토퍼 맥케이(Christopher Mackay) 박사의 ‘화성 테라포밍 (Terraforming Mars)’이라는 저서가 출간된 것. 맥케이 박사는 이 저서를 통해 화성 테라포밍 방법을 단계별로 상세히 설명했고, 지금도 화성 테라포밍을 논의할 때는 그의 저서가 교과서처럼 활용되고 있다.

맥케이 박사는 테라포밍의 가장 중요한 단계로 화성의 온도가 높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성의 온도가 충분히 올라가야 드라이아이스와 얼음이 녹으면서 강이나 호수 같은 형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맥케이 박사의 주장에는 화성의 지표 아래로 얼음이 대량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전제 조건이 깔려있다.

충분한 크기의 바다만 있다면 기후는 훨씬 따뜻해지고 생명체가 살기에 보다 적합해질 것이고, 다음 단계인 대기를 변화시키는 일도 보다 수월해진다는 것이 맥케이 박사의 주장이다. 다만, 공기에 대량으로 포함되어 있는 질소를 보급하는 일이나, 중력의 차이 및 자기장의 부재로 발생하는 문제 등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화성의 극한 조건에 살아남을 조류를 찾아야

마스원 프로젝트의 첫 단계를 수행할 무인 착륙선에 남조류를 태워 보내자는 제안을 한 독일의 공학도들은 다름슈타트공대의 학생들이다. 프로젝트를 주관하고 있는 주최 측은 이들의 제안을 매우 급진적이고 어쩌면 화성의 환경을 위협할 수도 있는 제안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상당히 흥미로운 소재임은 틀림없다고 밝혔다.

남조류는 엽록소를 이용하여 광합성을 하는 미생물이다. 생물학자들은 남조류가 상당히 원시적인 형태의 세균이지만, 지구 역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구의 대기에 최초의 산소를 만들어낸 장본인들이 바로 이들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남조류를 화성으로 보내자고 제안한 독일 공학도들의 리더인 로베르트 슈뢰더(Robert P. Schröder)는 “남조류가 화성의 역사를 바꿔놓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과연 화성의 환경에서 남조류가 생존하고, 광합성을 할 수 있는지를 테스트 해보기 원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물론 화성에 있을 지도 모를 토착 생물을 보호하고, 예상치 못했던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일단은 화성의 밀폐된 장소에서 남조류를 키워야 할 것”이라고 제안하며 “그러다가 실험이 종료되면, 바로 태워버리면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에 대해 항공우주 전문가들은 “화성과 같은 매우 극한적인 환경에서 적응할 수 있는 남조류를 만들어내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과정일 것”이라고 예상하며 “화성의 낮은 기압은 물론 높은 방사선 수준, 그리고 극단적인 기후 변화를 견딜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능력을 가진 남조류의 균주(strain)를 만들어 내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도전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남조류의 세포 구조 ⓒ Wikipedia
남조류의 세포 구조 ⓒ Wikipedia

한편 마스원 프로젝트의 아이템 공모에 참여하고 있는 팀 중에는 미 사우샘프턴대의 연구진도 있다. 이들이 제안한 아이템은 화성에서 살아갈 이주민들의 먹거리를 위한 ‘화성에서의 상추재배(Lettuce On Mars)’라는 이름의 연구과제다.

연구과제의 목표는 분명하다. 화성의 자원을 사용하는 개방형 기술을 통해 화성에서도 농작물을 성장시킬 수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일단 연구실 내에서 진행된 모의 상추재배 실험은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우선 대기 밀도가 매우 적은 화성의 환경을 상상하여 알루미늄 케이스로 만들어진 밀폐된 튜브를 제작했다. 그리고 가압펌프를 사용하여 일정한 공기만을 공급했고, 필터로는 쌓이는 먼지를 제거했다.

상추를 실험대상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번 연구과제의 리더인 수잔나 루카로티(Suzanna Lucarotti) 박사는 “상추가 그동안 우주 성장 실험에 사용되어 데이터가 많기 때문이고, 또한 이미 상추를 싣고 우주 공간을 여러 번에 비행한 이력도 고려되었다”라고 설명했다.

루카로티 박사는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화성을 개척하는 이주민들의 삶이 지속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라고 밝히며 “도착 초기에는 지구에서 가져간 음식, 물, 공기 등을 사용하겠지만, 완전히 독립적인 서식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공기를 만들고, 농작물을 성장시키는 것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5-01-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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