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That's one small step for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
이는 1969년 7월 20일,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발을 내디디면서 던진 말이다. 인류에게 있어 달은 신비로운 행성이자, 우주 연구를 위해 꼭 가야할 곳이기도 했다.
이후 인류는 지속적으로 달에 사람을 보내거나 로봇을 보내 달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시아 신흥우주국의 이른바 '문 러시'(moon rush)가 우주전쟁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중국과 인도가 그 중심에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큐브샛을 통한 루너 임팩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달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하던 학자들은 달의 표면 중 거대한 어둠의 부분을 찾게 된다. 달의 서부에 위치한 달의 바다인데, 이른바 폭풍의 대양(Oceanus Procellarum)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폭풍의 대양은 달의 앞면에 위치해 있으며, 달의 바다 중 가장 면적이 넓다. 그 길이가 남북으로 2500킬로미터(km)에 이르는데, 이는 서울과 부산을 여섯번 왕복할 수 있는 거리와 맞먹는다. 다른 달의 바다와 마찬가지로 마그마가 응고하여 형성되었고, 현무암으로 뒤덮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폭풍의 대양 주변에는 많은 달의 바다가 있다. 남동쪽에는 '구름의 바다(Mare Nubiu)'가 있는데, 달의 앞면에 있으며 선넥타리안대에 만들어진 분지이다. 동남쪽에 있는 '습기의 바다(Mare Humorum)'는 아직까지 아폴로 계획에서 샘플을 채취하지 않아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으나 약 39억년 전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폭풍의 대양 직경은 2592킬로미터로 상당히 넓다. 이미 무인 달 탐사선인 서베이 1호, 서베이 3호, 루나 9호, 루나 13호, 아폴로 12호 등이 착륙한 바 있다. 비교적 최근인 2009년 10월에는 우주 항공 연구 개발기구(JAXA)에서 흥미로운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달 탐사 위성 가구야(Kaguya)의 촬영 이미지에서 폭풍의 대양 서부에 위치한 마리우스 언덕에서 지하 용암 터널로 통하는 구멍을 처음 발견한 것이다. 이때 발견된 구멍의 직경은 65미터(m), 깊이는 약 80~90미터의 수직구멍으로 바닥부에는 폭 370미터의 용암터널이 있었다.
두 얼굴(Two-face)을 가진 달
학자들이 폭풍의 대양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바로 달이 두 얼굴(Two-face)을 가졌기 때문이다. 언제나 지구를 향하고 있는 달의 바깥쪽은 그 반대쪽과 확연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두 면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에 학자들은 의구심을 품었다.
이에 대해 다양한 추측이 나왔으나, 지금까지는 이렇다할 설명이 없었다. 그러다 2012년 나카무라 료스케(Ryosuke Nakamura)일본 산업기술총합연구소(産業技術総合研究所) 박사 연구팀은 달의 투페이스 환경이 거대한 행성의 충돌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원문링크)
연구팀은 일본의 달 탐사선인 가구야(Kaguya)가 보내온 데이터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폭풍의 대양 근처의 거대한 크레이터에서 칼슘 함량이 낮은 미네랄 휘석이 집중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이 휘석은 지각과 외핵 사이에 있는 달 맨틀의 물질이 용해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폭풍의 대양이 격렬한 달 환경의 변화로부터 생긴 결과라는 것이다. 달의 한쪽 면에서 거대한 충돌이 발생했고, 반대쪽 토지가 벗겨지면서 그 위로 용암이 흘러 폭풍의 대양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달에 있는 암흑 평원이 생성된 이유 역시 이 거대한 충돌로 인한 용암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본다면 지구 역시 이와 비슷한 시기에 거대한 행성 충돌을 겪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달 뿐 아니라 지구의 지각형성 과정을 아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이다. 이번 연구는 달의 바깥쪽과 안쪽의 토양 성질이 왜 확연이 다른지를 설명해주는 근거가 되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화산 폭발의 영향으로 생긴 폭풍의 대양
2012년 일본 연구진의 연구와는 조금 다른 연구가 발표되었다. 폭풍의 대양이 화산 폭발로 인해 생겼다는 것이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의해 발표되었다. 달에 대한 새로운 데이터를 내놓은 것이다.(원문링크)
직접 눈으로 보는 달 사진과 이를 지형학으로 바꿔놓은 것, 그리고 나사의 중력 회복 내부 연구소(Gravity Recovery and Interior Laboratory, GRAIL)가 분석한 사진 등 세 개를 비교했다. 이 연구소는 달의 여러 신비로운 모습을 푸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미국항공우주국의 프로젝트이다.
이번 발표의 중심은 역시 '폭풍의 대양'이었다. 초기 과학자들은 달에 있는 이 폭풍의 대양이 소행성 충돌로 인해 생긴 것이라고 분석하였다. 2012년 발표된 일본 연구진의 연구는 초기 과학자들의 의견과 궤를 같이 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발표로 인해 학자들은 폭풍의 대양은 두 개의 평행한 단층으로 둘러싸인 좁고 긴 계곡인 고대 열곡이 형성된 결과물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중력 변칙 분석 결과와 달의 마그마 배관 시스템을 보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초기 과학자들부터 이어져온 폭풍의 대양이 생긴 원인이 애초에 말한 소행성 충돌이 아닌 화산 폭발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폭풍의 대양과 관련된 연구를 하는데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 세기 동안 달의 표면에 대한 연구 작업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새로운 연구가 발표되고 있다.
달은 흔히 우주적인 생명력의 전형으로 간주되어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신앙과 농경을 위주로 하는 현실 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다. 현대에 이르러 달은 인류가 우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 되고 있으며, 많은 것들이 밝혀진 지금에도 여전히 신비주의의 여운으로 감싸져있다.
- 이슬기 객원기자
- justice0527@hanmail.net
- 저작권자 2014-10-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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