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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김준래 객원기자
2014-04-29

박막으로 만든 거대 천체 망원경 지상 감시도 가능한 ‘모이어 망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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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신비를 풀기 위한 인류의 부단한 노력이 다양한 모습을 가진 천체 망원경 개발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미국에서는 접거나 펼칠 수 있는 투명한 박막 형태의 우주 망원경 개발이 논의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얇은 박막 형태의 초대형 우주 망원경인 모이어 ⓒ DARPA
얇은 박막 형태의 초대형 우주 망원경인 모이어 ⓒ DARPA

과학기술 전문매체 ‘phys.org’는 미국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기존의 두꺼운 렌즈 대신 얇은 박막 형태의 초대형 우주 망원경인 ‘모이어(MOIRE, Membrane Optic Imager Real)’을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다. 우주 관측의 역사에 있어 한 획을 긋는 것은 물론 이를 위성처럼 활용하여 지구 전체를 CCTV로 보듯 관찰할 수준의 망원경이다.

유리가 아닌 박막이 망원경 렌즈 역할

현재 운용되고 있는 천체 망원경의 대부분은 거대한 유리 렌즈나 광학 거울 같은 ‘딱딱한’ 소재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이런 소재들을 이용하여 천체 망원경을 제작하려면, 제조 및 운송 과정에서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어야만 가능하다.

게다가 일정 규모 이상의 크기로 렌즈나 거울을 거대화 시키게 되면 기계적인 왜곡이 발생하는 등의 기술적 문제들까지 발생하기 때문에, 지상의 천체 망원경 제작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특히 허블 망원경과 같이 우주 공간에서 사용하는 천체 망원경이라고 하면 이런 문제들은 매우 큰 단점이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와 같이 기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한계를 가지고 있는 천체 망원경의 유리 렌즈를 플라스틱 재질의 박막 렌즈로 대체한다는 것이 DARPA의 계획이다. DARPA가 발표한 모이어 프로젝트에 따르면 플라스틱으로 만든 렌즈는 거울이나 유리 렌즈처럼 빛을 ‘반사’시킬 수는 없지만 빛을 ‘회절(diffraction)’시킴으로써 관측이 가능하다.

회절이란 보통 장애물에 부딪혀서 발생하는 다양한 현상으로서, 입자의 경우 진행경로에 틈이 있는 장애물이 있으면 그 틈을 지나 직선으로 진행하는 반면에, 파동의 경우는 틈을 지나는 직선 경로뿐 아니라 그 주변의 일정 범위까지 돌아 들어가는 현상을 의미한다

회절은 음파와 물결파, 그리고 빛과 엑스선 등 모든 파동에서 발생하는데, DARPA의 관계자는 이런 회절 현상을 이용한 모이어의 원리에 대해 “빛의 통로가 되는 작은 구멍에 플레이트(plate)를 설치하면 뒤에 있는 스크린에 기하학적인 모양이 떠오르게 되고, 이러한 패턴을 센서가 감지하여 수학적으로 분석한 뒤에 빛의 발생원을 이미지화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박막 형태의 렌즈가 가진 장점에 대해 “재료비가 유리 렌즈보다 훨씬 저렴하고, 접을 수 있어 소형 인공위성으로도 운반 가능하기 때문에 운송비가 감소되며, 이송 과정에서 진동 등에 의한 파손의 위험이 거의 없다”고 거론하면서 “특히 설치 후 우주 공간에서의 광축 맞춤 등 위험하고 정밀한 조정 작업이 거의 필요치 않다는 점이 모이어의 엄청난 장점”이라고 밝혔다.

지상을 감시하는 위성의 역할도 할 수 있어

DARPA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모이어 개발 계획은 컨셉을 입증하는 단계인 1단계와 5미터 정도의 직경을 지닌 프로토 타입의 모델을 개발하는 2단계로 나뉘어 진행된다. 개발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시제품 형태의 모이어 망원경을 우주에서 실제로 테스트 하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

그리고 만약 2단계에서 박막형 광학(Membrane Optic) 기술이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되면 이후에는 실제 개발 단계로 넘어가 20미터의 지름을 가진 거대한 박막형 망원경을 지구 정지 궤도인 3만6천 킬로미터 정도의 상공에 까지 띄우는 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까지 수립되었다. 허블 망원경의 지름이 2.4미터인 점을 고려하면 모이어 망원경의 규모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모이어의 렌즈를 구성하는 경량 박막의 두께는 가정에서 쓰는 투명한 비닐랩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존의 렌즈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볍다. 이에 대해 모이어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DARPA의 래리 건(Larry Gunn) 중령은 “박막형 렌즈들은 이송 과정에서는 아주 얇은 금속 꽃잎처럼 접혀진 상태로 있다”며 “목표한 궤도에 도달하게 되면 마치 종이 접기처럼 꽃잎을 펼치면서 거대한 우주 망원경으로 변신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건 중령은 “지금까지 천체 망원경의 범위와 정확도는 유리 렌즈에 의해 결정돼 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유리 소재는 너무 무겁고 비싸서 로켓으로 쏘아 올리기에는 부담이 컸던 것이 사실”이라고 전하면서 “그러나 이제 새로운 박막 광학기술이 기존의 소재가 가지고 있던 천체 망원경 개발의 한계를 깨뜨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처럼 우주 관측에 있어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모이어 망원경이 사상 최고의 성능을 가진 감시 위성으로도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전 세계의 군사 전문가들로부터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모이어와 기존의 우주 망원경 렌즈와의 크기 차이 ⓒ DARPA
모이어와 기존의 우주 망원경 렌즈와의 크기 차이 ⓒ DARPA

DARPA가 공개한 모이어 망원경의 성능을 살펴보면 3만6천 킬로미터 상공에서 지상에 있는 강아지 한 마리를 인식할 수 있으며, 또한 단 한 번의 스캔만으로도 지구 표면의 약 40퍼센트라는 엄청난 영역을 관측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각 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의 국가안보국(NSA)이 그동안 도청 방식으로 전 세계를 감시했다면, DARPA가 구상 중인 모이어 위성은 기존의 위성에 비해 훨씬 저렴한 비용만 들이고도 고화질 HD 영상을 통해 전 세계를 시각적으로 감시하는 강력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우려에 대해 DARPA의 관계자는 “천문학 발전에 있어 지대한 공헌을 한 적응광학 기술(Adaptive Optic Technology)도 냉전 시대에 탄생한 정찰 기술 중 하나였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박막형 렌즈 기술이 감시 위성 개발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그보다는 한계에 다다른 우주상의 천체 관측 문제를 해결할 돌파구로 여겨달라”고 당부했다.

적응광학 기술이란 대기의 난류(turbulence)로 인해 상이 흔들리는 것을 막아주는 기술이다. 대기의 난류는 별이 반짝거리거나 아지랑이가 하늘거리게 보이는 원인이다.

대기의 난류가 일으키는 왜곡된 형상을 해결하고자 천문학자들은 천체 망원경을 높은 산 위로 올려 보내거나 우주에 띄운 것이다. 적응광학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땅 위에서도 우주에서 망원경을 보는 것과 같은 선명한 천체의 영상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대기의 난류는 1초에 1천 번 정도 변하기 때문에 그 변화를 감지하여 보정하려면 빠른 컴퓨터와 전자공학 기술이 필요했다. 최근에는 첨단 IT기술을 통해 이제는 적응광학 기술을 전 세계의 수많은 천문대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4-04-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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