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철을 맞아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에 나선 주부 박모 씨는 비행기의 이륙 시간이 다가오면서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안전띠를 착용하라는 방송과 함께 환하던 기내 조명이 갑자기 꺼지면서 주변이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목적지에 도착해 비행기가 착륙할 때에도 박 씨는 긴장감과 함께 아찔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승무원들이 돌아다니며 잠든 승객을 깨운 뒤 등받이를 세우고 테이블을 제자리에 올리게 하는 등 분주스러운 분위기에서 역시 기내 조명이 꺼져버렸다. 그리고 잠시 후 비행기가 착륙하는 순간 기체가 유난히 덜컹거려 놀란 가슴을 겨우 진정시켜야 했던 것.
이착륙 직전에 기내 조명을 끄는 이유는 비상사태로 전원이 끊겨 갑자기 기내가 어두워졌을 때 승객들을 미리 어둠에 적응시키기 위한 예방 조치다. 승객을 깨워 등받이를 세우고 테이블을 올리게 하는 것 역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좌석 앞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준비다.
또 비행기 바퀴가 땅에 닿는 순간 유난히 덜컹거린 것은 ‘충격 유발식 착륙법’ 때문이다. 이 착륙법은 비가 와서 활주로가 미끄럽거나 바람이 강하게 불 때 제동거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일부러 거칠게 착륙하는 방식이다. 박 씨가 도착한 공항의 경우 비가 내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화재 발생 줄어들어 사망자 수 감소
지난 6일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에서는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중 1명은 출동한 구급차에 치여서 사망한 것으로 최종 확인됨에 따라 비행기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2명뿐인 셈이다.
그런데 과학 관련 웹사이트 phys.org에서는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에서 사망자가 유난히 적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 항공기술의 발전 때문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해 주목을 끌고 있다. 여기서 밝힌 항공기의 안전 기술 중 하나는 방염기술이다.
최신 비행기는 화재 예방에 역점을 두고 제작하며 연료기관 등의 발전으로 인해 사고가 나도 화재 발생이 많이 줄어든 편이다. 또 기내의 카펫과 좌석 쿠션도 불이 잘 붙지 않는 난연 재료로 만들어져서 화염을 더 느리게 확산시키며 유해한 기체를 방출하지 않는다. 그러나 30년 전만 해도 비행기는 비상착륙에 성공했지만 화재로 인해 사망하는 승객들이 많았다.
두 번째 안전 기술은 강하게 제작된 좌석이다. 비행기 사고가 나면 기내의 좌석이 파손되어 압사하는 승객들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비행기 좌석을 바닥에 고정시키는 볼트의 압력이 높을수록 안전하다. 예전에는 지구 표면 중력의 9배 압력을 견딜 수 있는 9G 좌석이 주로 사용됐으나, 2009년부터는 모든 항공기에 중력의 16배 압력을 견딜 수 있는 16G 좌석 도입이 의무화됐다.
비행기의 지상 근접 경고 시스템과 충돌 방지 레이더 시스템도 충돌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인 안전기술 중의 하나다. 지상 근접 경고 시스템은 비행기가 너무 낮게 나는 경우 알람과 컴퓨터를 통해 조종사에게 알리는 시스템이다. 또 조종석에 있는 레이더 시스템은 근처에 다른 비행기가 있을 경우 조종사에게 경고한다.
이 시스템 덕분에 비행기가 공중에서 다른 비행기와 충돌하거나 높이 솟은 산과 충돌하는 사고가 드물어졌다. 충돌 사고의 경우 추락사고와 달리 정상적인 높은 속도에서 사고가 발생하므로 승객들의 생존 확률이 매우 낮은 편이다.
승객 1억 명당 사망자 발생 수는 단 2명뿐
그밖에 비행기의 비상구가 개방하기에 훨씬 쉽고 간단하게 개선된 것도 승객들의 생존율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비행기 바닥에는 출구에 도달할 때까지 흰색에서 적색으로 변하는 조명이 있어 승객들이 비상구로 신속하게 탈출할 수 있다. 또 승무원들이 평소 훈련 때 충돌사고 시뮬레이션을 연기로 가득 찬 실제 크기의 모델에서 수행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AP 통신사가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사고 데이터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기술 덕분에 비행기 사고 시 사망자 수가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60년대에는 전 세계적으로 상업용 비행기 부문에서 1억 명의 승객마다 약 13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데 비해 2000년대 초반에는 약 20명의 사망자, 현재는 약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된 것. 50년 전에 비해 1억 명당 사망자 수가 1/67로 줄어든 셈이다. 이 수치는 적어도 1명의 사망자가 있는 비행기 사고만을 포함하며, 테러 행위는 제외된 결과이다.
10년 전 미시간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비행기를 탈 때 사고가 나서 사망할 확률은 자동차 사고에 비해 1/65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NTSB 통계에 따르면 비행기 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12만 번 비행 중 1번에 불과하며, 비행기 사고로 사망할 확률은 1천100만 명 중 1명이라고 한다.
-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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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3-07-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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