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하늘길을 누비는 주역이 되기 전만 하더라도 비행선이라 불리는 운송수단이 하늘을 지배했었다. 가스가 들어있는 거대한 기구를 사용해 유럽에서 미국까지도 왕래했던 비행선은 한동안 친환경적이면서도 경제적인 운송수단으로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아 왔다.
그러나 최고의 성능을 가진 비행선이라 여겨지던 독일의 힌덴부르크호가 폭발사고로 많은 사상자를 내자 비행선의 안전성에 많은 이들이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비행선이 자취를 감추면서 그 자리를 비행기가 차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첨단 항공기술은 터지지 않는 불활성 기체를 사용해 폭발하지 않는 비행선을 만드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특히 이런 기술개발 추세에 맞춰 미 국방부와 항공우주국(NASA)이 초대형 비행선을 제작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혁명적인 운송 시스템을 예고하는 차세대 비행선
첨단기술 전문매체인 기즈맥(Gizmag)은 온라인 판을 통해 미국의 항공업체인 에어로스(Aeros)사가 미 국방부 및 NASA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프로토 타입의 초대형 비행선인 ‘에어로스크래프트 드림 드래곤(Aeroscraft Dream Dragon)’이 비행준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기즈맥은 보도를 통해 오는 2016년 본격적인 비행을 목표로 하고 있는 에어로스크래프트가 완성품을 기준으로 할 때 4천800km 의 항속 거리에 66톤의 화물을 실을 수 있고 최고 시속 140마일로 이동할 수 있다며, 이 비행선의 차별화된 운송능력이 향후 혁명적인 운송 시스템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별화된 운송능력에 대해 기즈맥은 새로운 화물취급 기술과 최소화된 연비, 그리고 수직 이착륙의 특징을 활용한 지정장소로의 직접 운송능력을 꼽았다. 특히 헬리콥터처럼 수직 이착륙이 가능해서 활주로가 필요 없기 때문에 지형에 구애를 받지 않는 직접 운송능력으로 인해 비행선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직접 운송능력의 장점에 대한 예를 들면, 대형 풍력 발전기에 달린 거대한 날개(blade)를 수송하는 과정을 들 수 있다. 지름이 100미터 이상인 대형 풍력 발전기들은 보통 도로가 없거나 있어도 도로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세워지는데, 이런 장소에 엄청난 크기의 블레이드를 수송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한, 쉽게 화물을 수송할 수 없는 산꼭대기에 건물을 짓거나 물자를 수송해야 하는 경우라든지, 비행기가 내릴 수 없고 헬기로도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지역에 물자를 수송하는 경우가 해당되는데, 어떤 경우라도 비행선은 얼마든지 수송이 가능하다.
비행선은 친환경적 운송수단이기도 하다. 가령 밀림 한가운데서 벌목을 하는 경우 벌목 자체보다도 접근 도로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나무를 베어야 하는 경우가 생기지만, 비행선으로 필요한 물자를 수송하고 대신 벌목한 나무를 실어 나른다면 훨씬 친환경적인 벌목이 가능해진다.
기존 비행선의 장점 위에 부력을 조절하는 기술 더해
비행선은 자체적으로 부력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공중에 뜨기 위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같은 거리를 이동할 때도 항공기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매우 높다. 또한 공중에서 정지하는 기능도 상당히 안정적이어서 헬기보다 훨씬 안전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에어로스가 개발한 비행선은 이와 같은 기존 비행선의 장점 위에 한 가지를 더해 기술적 혁신을 마련했다. 이 기술은 내부에 헬륨 가스를 따로 저장하는 밸러스트 탱크를 마련하는 것이다. 밸러스트 탱크는 화물을 탑재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자체적으로 부력을 조절해서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에어로스크래프트는 전통적인 비행선 구조와 다르게 알루미늄과 탄소복합 재료를 사용하는데, 운행 시 사용하는 전체 양력의 3분의 2는 헬륨가스의 부력으로부터 얻고 나머지는 비행체의 공기역학적 형상으로부터 얻도록 설계되었다. 이 외에도 피스톤 엔진과 프로펠러가 수직 이착륙을 돕도록 제작되었고, 개선된 부력조절장치도 장착되어 있다.
비행선 뒤쪽에 달린 프로펠러는 수소 연료 전지 같은 재생 연료를 사용한 전기로 작동되기 때문에 소음이 적다. 뿐만 아니라 첨단 부력 관리 시스템은 비행기의 균형 장치와 같은 구실을 하고, 자동 시스템은 외부 공기를 비행선 전체의 객실로 들여와 압축해 기내의 무게를 조절해 주는 역할을 한다.
군사적 용도로도 각광받는 에어로스크래프트
항공분야 전문가들은 에어로스크래프트가 운송을 목적으로 하는 상업적 용도의 비행 외에도 탐색구조나 긴급구조 같은 인도주의 임무에 적합한 비행체이지만, 무엇보다도 군사적 용도에 가장 알맞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무인폭격기인 드론을 배치하고 있는 미국 국방부는 에어로스크래프트가 저속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감시정찰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며, 잠재적으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지역 상공에 머무르는 임시 지휘소의 임무까지 맡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사실 에어로스크래프트 드림 드래곤호는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지원하에 등장했던 ‘왈루스(Walrus)’ 비행선의 후속 작품이다. 초대형 비행선을 군사적인 운송 용도로 사용하려고 했던 왈루스 프로젝트는 지난 2010년에 이미 중단되었지만, 여기에 사용하려고 했던 기술들이 고스란히 에어로스크래프트 비행선에 적용되었다.
에어로스사의 관계자는 “세계 최초의 경식 가변부력 비행체로 일컬어지는 에어로스크래프트가 지상지원 시설이 필요 없는 화물 하역 능력 및 보다 경제적인 지점 간 운송능력, 그리고 기존의 방법보다 배기가스가 적은 친환경 운송 수단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상용 및 군용 시장에서 글로벌 화물수송의 혁명을 가져오길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 joonrae@naver.com
- 저작권자 2013-02-26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