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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현정 리포터
2023-10-04

‘비만’의 오래된 기원, 1930년대에도? 덴마크 연구진, 비만의 기원 1930년대로 추정하는 연구결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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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고질병으로 불리는 비만은 언제부터 생겨났을까.

최근 비만(BMI 30 이상)의 징후가 1930년대에 이미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가 사이언스지(Science)에 발표됐다. 이 시기는 서구 국가에서 비만 유병률 증가를 추적·측정하기 시작한 1970년대보다 훨씬 이른 것으로, 지금까지 비만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온 사회변화 요인 외에 다른 요인이 비만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을 수 있다는 직접적인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덴마크 연구진이 비만의 기원을 1930년대로 추정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wikicommons

 

비만, 21세기 신종 전염병

세계비만연맹(The World Obesity Federation)이 올해 초에 발표한 ‘2023 세계 비만 지도(World Obesity Atlas)’ 보고서에 따르면 비만 인구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2035년까지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비만 또는 과체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세계 인구 중 BMI 25 이상인 과체중 인구와 BMI 30 이상인 비만인구 비율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WOF는 데이터를 종합해 전 세계 과체중 인구가 2020년 38%에서 2025년 42%, 2035년에는 51%(40억500만 명)가 되고, 비만 인구는 동년 대비 14%에서 17%, 24%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의 비만 증가율, 정크푸드 섭취율이 높은 일부 국가들의 비만 증가율에 대한 큰 우려와 경고를 내비쳤다. 소아청소년의 비만율은 성인과 달리 매우 빠르게 증가해,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5~19세 비만율은 2020년 대비 2배로 증가하게 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또한, 가공된 음식 섭취가 잦은 반면 체중 및 건강관리와 비만 규제 정책이 소극적인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저소득 및 개발도상국 역시 비만율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 종식을 목표로 “비만으로 인해 미래에 미칠 위험을 절감하기 위한 즉각적이며 포괄적인 행동 계획”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WHO가 1996년부터 비만을 치료해야 하는 질병으로 규정하고, 2019년에 ‘21세기 신종 전염병’으로 발표했지만 여전히 증가추세를 보이는 까닭이다.

비만은 현대 전염병이 되었다. ⓒWHO

 

비만의 복합적 원인

이처럼 위험한 질병, 신종 전염병으로 불리는 비만은 식습관 및 생활환경, 활동량 부족, 유전자 영향력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최근 의학자들이 비만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발견하면서 개인적 요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지만, 지금까지 대부분의 연구는 ‘현대 이후’ 사회적 요인과 행동적 요인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전쟁 이후에 폭발적으로 증가한 가공 식품 및 칼로리 풍부한 식품의 가용성이 증가됐고, 앉아서 하는 유형의 일 증가, 과도한 섭식 등이 그것이다.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서구 국가가 비만의 기준으로 적용하는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에 주목하기 시작한 시기는 불과 5,60년 정도 됐다.

하지만 그 이전, 1930년대 초부터 비만은 발생했다는 연구결과가 코펜하겐대학교 공중보건학 연구진에 의해 발표됐다. 연구 책임자인 쇠렌센(Thorkild Sørensen) 교수는 “신체 크기가 증가하는 요인이 소위 비만 유발 식단과 생활방식이 유일하지 않다.”는 가설을 세워 역사적 데이터를 통해 알려지지 않은 비만 요인이 있는지 확인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본격적인 연구에 앞서 덴마크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1930년대부터 1980년대 사이의 코펜하겐 초등학생 체중과 키 그리고 1957년부터 1984년 사이에 덴마크 군대에 징집된 18~26세 남성의 측정값을 포함한 종이 기록지를 수년에 걸쳐 디지털화했다. 총 526,116명 모든 대상의 200만 개가 넘는 측정값을 분석한 결과 덴마크 소아청소년의 체지량지수 백분위(비만율)는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비만인구는 BMI 측정을 시작하기 이전부터 있었고, 그 발병 요인은 현대화된 생활환경 및 사회적 요인 이외에 다른 요인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가설에 힘을 더하게 됐다.

비만은 식습관뿐만 아니라 복합적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다. ⓒreserchgate

 

사회적 요인보다 더 깊은 기원이 있을 수 있다?

데이터 초기 분석결과 일부를 인용하면 후대로 갈수록 비만율이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예컨대 1930년생 남자아이의 0.18%가 10세에 비만이 나타났고, 1970년에 태어난 남자아이의 1.13%는 비만으로 분류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추이가 전체 인구에 걸친 BMI 증가 결과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출생 연도별 BMI 점수 분포를 분석했다. 그 결과 BMI 하위 점수에 속하는 75% 가량의 사람들은 BMI가 큰 변화폭 없이 어느 정도 일관되게 유지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면 이들과 반대되는 사람들의 BMI는 해마다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사례를 보면 1940년생 남자 중 BMI가 가장 높은 군에 속하는 1%는 BMI 28 정도지만, 1950년생의 BMI 상위 지수는 30점 이상을 기록했다.

1939년~1959년생 남자의 BMI의 출생연도별 변화 ⓒscience advances

쇠렌센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비만의 원인을 가공식품의 영향력에 의존하는 일부 학설을 약화시키게 됐다고 말했다. 식량생산과 생활방식의 변화가 20세기 후반에 자리 잡은 것에 비춰보면 비만 발병은 훨씬 이전부터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1985년 이후에는 소위 정크푸드 및 가당음료, 업무 및 여가시간 활용 패턴 변화 등이 비만 확산에 기폭제가 된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30년대부터 시작된 비만 증가를 설명할 수 있는 원인은 여전히 불분명하지만, 유전적 요인이나 탄수화물의 가용성 증가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추측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쇠렌센 교수는 이 가설을 역사연구자와 협력 연구를 통해 밝힐 예정이며, 추후에는 성인에 대한 데이터 추가 및 BMI 이외의 비만 스펙트럼을 적용한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저작권자 2023-10-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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