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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8-09-11

뇌 신호 해독해 우울증 치료 여러 신경정신질환에 확장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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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기분이 좋으면 일이 순로좁게 풀리는 듯하고, 기분이 나쁘면 하찮은 일에 짜증을 내기도 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자주 ‘기분이 나쁘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이 지속적으로 쌓이면 우울증이나 불안증세로 나타날 수 있다.

이렇게 기분이 좋고 나쁨은 어떻게 해서 나타나고, 이것은 어떻게 통제가 가능할까?

최근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와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대(UCSF) 공학자와 의사팀은 뇌 신경 신호로부터 기분 변화를 해독해 내는 법을 처음으로 밝혀내는데 성공했다.

생명과학저널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러지’(Nature Biotechnology) 최근호에 발표된 이 연구는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수많은 기분 및 불안 장애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중요한 디딤돌을 놓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기분은 뇌의 일부 영역이 아니라 여러 영역에 걸쳐 나타나며, 이는 컴퓨터로 해독해 낼 수 있다.  Credit: USC News / Image/Sani et. al., Nature Biotechnology, modified from original format
연구팀에 따르면 기분은 뇌의 일부 영역이 아니라 여러 영역에 걸쳐 나타나며, 이는 컴퓨터로 해독해 낼 수 있다. Credit: USC News / Image/Sani et. al., Nature Biotechnology, modified from original format

새로운 뇌 신호 해독기술 개발

뇌 자극법을 이용한 새로운 치료법(closed-loop therapies) 개발을 위해 USC 전기공학부 메리암 샤네치(Maryam Shanechi) 조교수는 뇌 신호 해독(decoding) 기술 개발을, UCSF 신경외과 에드워드 창(Edward Chang) 교수는 인체 이식과 데이터 수집을 맡았다.

이들 연구팀은 난치성 신경질환 치료를 위한 새로운 생의학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는 국방 고등연구계획국의 SUBNETS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간질환자 그룹에서 일곱 명의 지원자를 선발했다. 이 환자들은 발작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두개골 내 뇌 부위에 전극을 삽입했다.

여러 날 동안 연구지원자들의 뇌 전극에서 나오는 대량의 뇌 신호를 기록하는 한편, 연구지원자들은 틈틈이 질문지를 사용해 자신들의 기분을 보고했다.

샤네치 교수와 연구원들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해독 기술을 개발해, 각 연구지원자들의 뇌 신호로부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타나는 기분 변화를 예측할 수 있었다. 이 분야에서 이룬 최초의 성공이었다.

샤네치 교수는 “기분은 뇌의 한 영역이 아닌 전 영역을 통해서 표현되기 때문에 기분을 해독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전산상의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제가 어려운 것은 뇌의 여러 영역들이 상호 활동을 조정해 기분을 부호화하는 방법을 우리가 완전히 알지 못하는데다 기분을 본질적으로 평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드물게 나타나는 기분 신호를 측정하면서 분산된 뇌 영역에서 나오는 신경 신호를 통합하기 위한 새로운 해독 방법론 개발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해독기(decoder)를 개발하기 위해 샤네치 교수팀은 연구지원자 7명의 뇌에서 나오는 신호를 분석했다.

연구지원자들에게는 24개의 질문을 제시하고 ‘현재 어떻게 느끼는가’에 대해 ‘우울’부터 ‘행복’사이에 7개 등급을 두어 태블릿PC 버튼을 누르도록 했다. 점수가 높으면 더욱 긍정적인 기분 상태를 나타낸다.

연구팀은 자신들의 방법론을 사용해 연구지원자들의 자가 보고와 일치하는 뇌 신호 패턴을 발견했다. 이어 이 지식을 이용해 특정 기분에 상응하는 신호 패턴을 독립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해독기를 만들었다.

일단 해독기가 완성되자 단독으로 뇌 신호를 측정해 여러 날 동안 각 환자의 기분 변화를 예측할 수 있었다.

일반적인 우울증은 약물치료로 나아지나, 약물이 듣지 않는 환자들도 적지 않아 효과적인 새 치료법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반 고흐 작 ‘슬퍼하는 노인’(1890년 생-레미에서 제작).  Credit: Wikimedia Commons
일반적인 우울증은 약물치료로 나아지나, 약물이 듣지 않는 환자들도 적지 않아 효과적인 새 치료법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반 고흐 작 ‘슬퍼하는 노인’(1890년 생-레미에서 제작). Credit: Wikimedia Commons

난치성 정신병 치료의 해법 될까?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가 기분과 불안 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자동 피드백(closed-loop) 뇌 자극 치료법 개발을 지원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2016년 미국의 ‘전국 약물 사용과 건강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성인 인구의 6.7%인 1620만명이 적어도 하나의 주요 우울 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으로는 약 3억명이 우울증을 앓고 있고, 우리나라는 우울증 평생 유병률이 5%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우울증으로 평생 동안 병원에 한번 이상 갈 확률이 100명에 다섯 명꼴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OECD 자살률 1위라는 통계를 보면 여러 가지 이유로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우울증 치료를 위해 비교적 효과가 좋은 ‘선택적 세포토닌 재흡수 저해제’(SSRIs)가 나와있으나 모든 환자에게 이 약이 맞는 것은 아니다.

우울증 치료를 평가하기 위한 최장기 연구로, 미국 국립보건원이 지원한 STAR*D 임상연구에 따르면 주요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의 33%(약 530만 명) 가량은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는 올 6월 미국 내에서 자살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기존 치료법이 효과가 없는 환자들에게는 뇌 자극요법을 적용할 수 있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더욱 정확하고 효과적인 뇌 자극 치료법 개발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Credit: Pixabay
기존 치료법이 효과가 없는 환자들에게는 뇌 자극요법을 적용할 수 있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더욱 정확하고 효과적인 뇌 자극 치료법 개발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Credit: Pixabay

여러 신경정신질환에 확대 적용 가능

기존 치료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들에게는 대체요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

예를 들면 양전자 단층촬영(PET)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을 이용한 연구에서 뇌의 여러 영역이 우울증에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기분 관련 뇌 영역을 전기적으로 자극하는 뇌 자극요법은 우울증상을 완화하는데 적용이 가능하다.

개방-루프(open-loop) 뇌 자극요법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이고 있으나, 연구팀은 더 정확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자동 피드백이 되는 폐쇄-루프(closed-loop)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 치료법은 시간에 따른  객체 추적으로 자극 전달 가이드를 할 수 있다.

샤네치 교수에 따르면 강력한 뇌 신호 해독기는 임상 의료진에게 감정적 행동을 지원하는 뇌 영역 네트워크를 실시간으로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샤네치 교수는 “주어진 시간에서의 기분 상태를 안다면 해독기를 이용해 그 순간에 좋지 않은 극단적인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뇌에 어떻게 전기신호를 전달해야 할 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며, “이 기술은 기존 치료법이 듣지 않는 수백만 명의 우울증 및 불안 같은 신경정신 장애 환자들에게 새로운 맞춤치료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신경적 상관관계가 해부학적으로 국소화되지 않고 오히려 뇌 영역 네트워크로 확장되거나 행동 평가가 어려운, 만성 통증과 중독,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같은 신경정신 질환 치료에도 이 페쇄-루프 시스템을 확장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18-09-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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