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8주만에 태어난 초미숙아를 모태와 유사한 환경 속에서 키울 수 있는 ‘인공 자궁’ 시스템이 미국 소아과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이 시스템은 양수가 차 있는 여성의 자궁 환경을 모방해 폐와 다른 기관들이 발달하는 소중한 몇 주 동안 신생아를 양육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를 이끈 미국 필라델피아 아동병원(CHOP) 태아연구센터 앨런 플레이크(Alan W. Flake) 박사는 “우리가 개발한 시스템은 아직은 존재하지 않는 의료기술을 활용해 초미숙아가 겪는 심각한 병적 상태를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모체 자궁에서처럼 양수 호흡
플레이크 박사와 동료 연구진은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25일자에 이 자궁 외 보조장치를 양의 태아에 적용한 전임상(preclinical)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실험에서 보조장치 안에 있는 태아 양의 폐 발달은 인체 자궁 안에서 태아의 폐가 발달하는 모습과 매우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이 혁신적인 시스템은 자궁처럼 액체가 가득 담긴 독특한 용기를 사용하며, 이 용기는 생리학적으로 필요한 요소를 공급하는 맞춤 기계에 부착돼 있다. 태아 양들은 온도가 조절되고 거의 멸균상태인 용기 안에서 자라며 모체 자궁에서처럼 정상적으로 양수 호흡을 했다. 또 심장은 탯줄을 통해 용기 바깥에 있는 가스교환기에 혈액을 뿜어냈다. 연구팀은 태아 양이 나타내는 생체 신호와 혈류 및 기타 중요한 생리기능을 전자 모니터로 측정했다.
초미숙아의 90%, 합병증으로 장애 우려
신생아 치료법의 발달은 미숙아의 전반적인 생존율을 향상시켜 생존 한계를 임신 22~23주 태아로까지 높였다. 이 생존한계치에 있는 태아는 몸무게 600g 이하에 생존 확률은 3-~50%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시기의 태아가 생존한다 해도 만성 폐질환이나 기관 미성숙에 따른 합병증에 걸릴 확률이 90%나 되며, 대부분이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플레이크 박사는 “이 신생아들은 엄마의 자궁과 바깥 세상을 이어주는 다리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몇 주 동안 미숙아의 성장과 장기 성숙을 지원하는 자궁 외 시스템을 개발하면 초미숙아들의 상태를 극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목표는 임신 23~28주 사이의 영아를 지원하는 것이며, 28주가 지나면 가장 위험한 상태의 문턱을 넘어서게 된다.

3년 동안 연구하며 네 가지 프로토 타입 개발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지난 3년 동안 유리 보육탱크에서 시작해 현재의 장치를 만들어내기까지 네 가지 프로토 타입의 발전 과정을 설명했다. 가장 최근에 만든 장치에서 시험한 8마리의 조산(早産) 양들은 사람에 비유하면 임신 23~24주차 태아와 생리학적으로 동일하다.
현재의 ‘인공 자궁’ 시스템은 이전의 신생아 연구에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모체 자궁 안의 환경을 최대한 가깝게 모방했다. 이 장치에는 혈액순환을 유도할 외부 인공 펌프가 없다. 미발달된 심장은 미약한 인공 압력에도 심각한 과부하가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미성숙한 폐는 대기 중의 산소를 직접 호흡할 준비가 돼 있지 않기 때문에 호흡을 위한 환기장치도 없다.
대신, 태아의 심장은 탯줄을 통해 시스템의 외부 산소공급기로 피를 내보낸다. 이를 통해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는 모체의 태반 역할을 대체한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만든 양수가 용기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나오도록 했다. 양수 입출입을 고안한 태아 생리학자 마커스 데이비(Marcus G. Davey) 박사는 “태아의 폐는 체액 안에서 기능하도록 돼 있고, 우리는 이 환경을 모방해 영양분과 성장인자를 공급해 폐와 기타 기관이 발달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태아 건강한 상태로 28일 동안 작동
시스템 안의 밀폐된 멸균 환경은 온도와 압력, 빛 그리고 특히 위험한 감염 등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격리했다.
이전의 연구자들은 동물 모델을 이용해 인공 태반을 만들 수 있는지를 조사했으나 순환 펌프가 없는 시스템은 최대 60시간밖에 버티지 못 했고, 실험동물은 뇌 손상을 입었다. 이에 비해 이번의 새로운 시스템은 몇몇 동물을 이용한 실험에서 최대 670시간(28일) 동안 작동했으며, 실험 대상 동물들은 건강한 상태를 유지했다.
실험 양들은 정상적인 호흡과 삼킴 기능을 하며 눈을 뜨고, 양모가 자라는 한편 활동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 신경 기능과 장기 성숙을 포함해 정상인 성장을 나타냈다.
연구팀은 신생아 연구자와 태아의학 전문가, 호흡치료사, 순환관리사 등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의 여러 전문가와 함께 일했다. 연구의 계기는 미숙아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에밀리 파트리지(Emily Partridge) 박사에게서 나왔다. 에밀리 박사는 기존의 과학 문헌들을 연구해 5년 전 플레이크 박사에게 파일럿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10년 후쯤 실용화 예상
연구팀은 이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평가, 개선할 계획이며, 현재 연구에 사용된 태아 양의 3분의 1 크기인 인간 유아에게 맞도록 시스템을 축소할 예정이다.
플레이크 박사는 이 시스템이 10년 후쯤 실용화될 것으로 전망하며, 초미숙아 관리에 들어가는 연간 430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플레이크 박사는 연구팀이 현재의 23주보다 더 빠른 시기의 미숙아들에까지 이 시스템을 늘려 적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3주 이전에는 신체 크기와 생리 기능의 한계로 인해 관리가 거의 불가능한 높은 위험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플레이크 박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스템은 생사의 고비에 있는 23주령의 초미숙아들에게 기존의 병원에서 보살피는 것보다 훨씬 뛰어난 효과를 나타낸다”며, “초미숙아 를 보살피는 새로운 표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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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04-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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