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먹어서는 안 되는 물건을 먹었거나 한밤중에 열이 지나치게 높을 때, 귀에 벌레가 들어갔을 때처럼 응급한 상황에는 순간적인 처치가 매우 중요하다.
또 화상을 입었을 때나 경련이 일어날 때도 즉각적인 처치가 중요한데 자칫 잘못된 민간요법에 의존해 시간을 허비할 경우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의들은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언제라도 위급한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응급상황에 대한 대처요령을 미리 숙지할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빨리 병원으로 가는 것인 만큼 섣부른 처치로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매뉴얼화된 응급처치만 취한 후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독극물 먹어도 토해야 할 것은 극히 일부분
담배나 약 같은 경우는 곧바로 토해내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액체 세제(수산화나트륨)처럼 알칼리성이 있는 제품을 먹은 경우 내장을 부식시키기 때문에 등을 두르려 토하게 하는 행위가 부식된 장기(식도, 위, 장 등)를 역으로 다시 상하게 하여 오히려 더욱 치명적인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경희대학교 응급의학과 고영관 교수는 "구토를 하는 도중에 독극물이 폐로 들어가게 될 경우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만큼 아이가 액체 세제 같은 독극물을 섭취했을 때엔 구토보다는 물 한 컵 정도를 마시게 하여 희석시키는 것이 더욱 안전하다"며 "응급대처 방법을 숙지하지 못한 경우라면 무조건 등을 두드려 토하게 하지 말고 국가에서 운영하는 응급의료지원센터(1339)에 신고해 아이가 어떤 것을 마셨는지 알리고, 조치방법을 물어 대처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담배나 약, 향수와 화장품 스킨, 나프탈렌, 바퀴제거제 등을 먹었으면 곧바로 토해야 한다. 또 크레파스와 샴푸, 린스, 비누, 로숀, 영양크림, 성냥, 커피를 마신 경우라면 구토를 시키지 않고 아이의 이후 반응과 상태를 지켜보아야 한다.
하지만 살충제와 곰팡이제거제, 부식제, 휘발유, 화장실 세정제, 바닥광택제 등을 먹은 경우라면 토하게 해서는 안 되고 빨리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고 교수는 "아이가 살충제 등을 삼켰을 경우 자연스럽게 뱉어내는 것을 유도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만 억지로 토하게 하면 기도를 통해 폐로 음식물이 들어갈 수 있어 더욱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응급실에 갈 때는 먹은 제품을 가지고 가야 중독된 물질의 종류와 특징을 확인해 치료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먹은 제품을 지참하고 신속히 응급실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립스틱이나 크림유액, 고형화장품(핸드크림), 베이비 샴푸나 오일, 크레파스, 지우개, 클렌저, 실리카겔, 방향제, 성냥, 흙, 잉크 등은 소량으로 먹은 경우라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 담배나 재떨이의 물, 주방용 세제처럼 먹어서는 안 되는 유독한 물질을 잘못 먹은 경우 물이나 우유를 먹여 토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부모가 응급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대처요령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실제로 헤어제품과 화장수, 향수, 샴푸나 린스, 세탁용 세제, 유연제, 비누, 부엌용 세제 등은 물이나 우유를 먹여 토하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좀약(나프탈렌, 장뇌)이나 화장실용 탈취제의 경우 토하게는 하되 우유를 먹여서는 안 된다.
또 표백제나 주택용 세제, 화장실용 탈취제는 물이나 우유를 먹여 희석하지만 토하게는 하지 말아야 하는데 유성도료나 합성수지도료, 살충제, 등유, 벤젠, 알칼리전지, 구두약, 화장실 세정제, 매니큐어, 금속조각 등을 삼킨 경우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므로 아무것도 먹여서는 안 되고 토하게도 해서는 안 된다.
고 교수는 “가정에서 어른들이 흔히 복용하는 심장약과 혈압약, 당뇨병약, 수면제 등은 특히 위험하므로 아이들이 먹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가정용 화학제품 중 표백제(가성소다), 빙초산과 같은 부식성 화학제품은 아이들의 급성 화상을 야기할 수 있으며 라이터 유체, 양초 등은 화학적 폐염증을 유발할 수도 있는 만큼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귓속 벌레엔 생리식염수 부어야
귀에 벌레가 들어가면 당황스러워 어쩔 줄 몰라 하는 경우가 많다. 민간에서는 참기름이나 식용유, 베이비오일 등의 기름을 귀에 몇 방울 떨어뜨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귀안에 상처가 이미 나 있거나, 고막에 구멍이 나 있는 상황이라면 이 기름들은 이물질로 인한 염증반응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추천되지는 않는다.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임인석 교수는 “과거엔 귀에 벌레가 들어가면 불을 비춰 유인해낸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실제로는 귀에 불을 비추어도 벌레가 기어나오지 않을 때가 많다”며 “문헌에는 알코올을 부어 벌레를 죽인다고 나와 있지만 실제로는 생리식염수를 귀안에 붓고 기다리면 벌레는 쉽게 죽일 수 있다. 이후 병원을 찾아 후속치료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귓 속에 들어간 벌레를 잡기 위해 면봉이나 핀셋으로 귀를 잘못 후비면 벌레가 더욱 깊게 들어갈 수 있다. 또 외이도에 염증을 일으키고 심한 경우 고막이 구멍나 중이염도 발생할 수 있어 염증으로 인해 장기간 고생할 수도 있다.
임 교수는 “간혹 코에 벌레가 들어가는 경우도 있는데 이 때에는 반대쪽 코를 누르고 코를 힘차게 풀게 하여 이물질이 나오게 하는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만약 코를 들여다 봐서 이물질이 보인다면 끝이 무딘 핀셋으로 꺼낼 수 있지만 아이가 지나치게 저항을 하면 핀셋 사용을 피해야 하고, 핀셋을 사용하는 경우라도 머리를 젖힌 후 이물질을 밀지 않도록 주의해서 꺼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밤중 고열, 연령별로 처치 달라
3개월 미만인 아이에게 열이 나면 패혈증, 요로감염, 뇌수막염, 폐렴 등 급성이나 중증 감염질환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즉시 병원 응급실을 찾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3개월 이상 된 아이에게 열이 날 때는 먼저 해열제를 먹인 뒤 두 시간 이상 지나도 열이 내리지 않을 때 병원을 찾는 것이 기본이다.
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창렬 교수는 “한밤중에 아이 몸에서 열이 나기 시작하면 응급실을 가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지만 아이의 연령에 따라 대처요령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일반적으로 밤에만 특별히 열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며 감기증상에 따라 열이 나타나는 양상이 다를 수 있는데 특히 밤에 열이 많이 나는 것처럼 느끼는 것은 밤에 활동이 적어 유난히 열이 잘 감지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생아의 정상 체온은 36.5도에서 37.8도 사이인데 이 범위를 넘어 36도 이하이거나 38도를 넘는다면 무언가 이상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3개월 이상 된 아기에게 열이 나 38도를 넘는다면 해열제를 먹이고 옷을 벗긴 채 미지근한 물로 몸을 닦아주어야 한다.
하지만 일부 부모들은 아이가 조금만 열이 올라간다 싶으면 해열제부터 먹이려는 경우가 있지만 열이 38도 이상 오르지 않았는데 예방적 차원의 해열제 투약은 매우 위험한 방법이다.
김 교수는 “해열제를 과용할 경우 간 기능이 나빠지거나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며 특히 영유아의 경우 저체온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미리 해열제를 먹이는 것은 열경련이 있었던 직후처럼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 의사의 처방에 따라 정확한 용량으로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밤중에 열이 나면 무조건 열 감기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로는 다른 심각한 질병이 숨어 있는 경우도 있는 만큼 주요 증상을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고열이 나면서 소변을 볼 때 아파 보이거나 색이 유난히 탁하거나 냄새가 평소와 많이 다르다거나 할 경우 요로감염을 의심해볼 수 있고, 기침이 너무 심해 잠을 설치고 고열이 날 경우 폐렴을 의심해볼 수 있다.
김 교수는 “아이가 심하게 울고 보채면서 귀를 자주 잡아 당기면 중이염을 의심할 수 있고, 피부에 발진이 갑자기 날 경우 가벼운 바이러스성 발진을 비롯하여 수두나 홍역, 풍진, 성홍열 등을 감별해야 하고, 또한 고열과 함께 입술과 눈이 빨개지면서 피부발진이 동반되면 가와사키병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이가 경기를 할 때
열이 높은 아이가 미지근한 물로 닦아내도 열이 식지 않고 오히려 계속 열이 올라간다면 열성경련을 조심해야 한다.
아이가 갑작스러운 자극에 팔다리를 떨며 놀라는 것을 경기라고 하는데 단순히 놀라는 경기도 있지만 고열과 경련을 동반하는 열성 경련인 경우엔 응급 상황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와이즈황병원 소아청소년과 이현숙 과장은 “열성 경련은 대부분 2~3분 이내에 멈추며 이 정도의 경련은 아이에게 심각한 부담을 주지는 않아 경련을 멈추기 위한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지는 않다”며 “하지만 아기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호흡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경우 호흡근육에 강직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옷을 느슨하게 풀어준 채 구급차를 불러 응급치료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열성 경련이 생겼을 때에는 입안에 분비물이 증가하고 간혹 토할 경우 구토물이 기도를 막을 수 있으므로 고개를 옆으로 돌려주어 입 안의 내용물이 밖으로 흘러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영유아의 경우 걱정스러운 마음에 안고서 달래려고 하는 부모도 있지만 가슴으로 안는 자세가 오히려 영유아가 숨 쉬는 것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비스듬히 눕힌 채 구급차를 기다리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 과장은 “간혹 경련 중에 이로 혀를 물어 상처와 출혈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나무 젓가락 같은 부드러운 막대를 치아 사이에 가볍게 물려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또 입안에 수건과 같은 부피가 큰 물건을 쑤셔 넣으면 질식 위험이 있으며 너무 작은 물건을 사용하면 기도로 넘어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열성경련이 있을 때는 물이나 기응환과 같은 한약을 먹여서도 안 된다.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는 물이나 약이 기도로 잘못 들어가 흡인성 폐렴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과장은 “응급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를 경우엔 응급의료정보센터(1339)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의식을 잃은 채 생기는 열성 경련을 중단시킬 수 있는 방법은 약물치료가 유일한 만큼 의식을 잃고 숨을 못 쉬는 경련이 나타나면 응급실로 빨리 옮기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 박미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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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1-07-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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