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에 앉아 컴퓨터나 게임기에 몰두하는 아이들의 건강을 염려하는 부모들이 많다. 최근 영국에서 실시된 아동 신체검사 결과에 따르면 체력과 근력 등 아이들의 전반적인 신체능력이 10년 전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아동보건분야 국제학술지인 악타 패디아트리카(Acta Paediatrica) 최근호에 게재됐다.영국 에섹스대 연구진은 에섹스주의 10세 아동 315명을 대상으로 체력검사를 실시한 결과를 309명을 대상으로 1998년 실시된 체력검사 결과와 비교했다. 그러자 체력 저하가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윗몸일으키기 횟수는 27.1퍼센트나 적었고 물건을 들어올리는 팔힘은 26퍼센트나 줄어들었다. 물건을 꽉 쥐는 악력도 7퍼센트 가량 줄었다. 이전 세대들은 아무 문제 없이 했던 간단한 동작을 따라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늘어났다.
야외활동 줄어든 생활습관이 주요 원인
철봉 테스트에서는 더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철봉에 매달려 자신의 체중을 견디지 못하는 저체력 아동이 1998년에는 20명 중 1명에 불과했지만 이번 검사에서는 ‘매달릴 수조차 없는’ 아이들이 10퍼센트에 달했다. 철봉에 매달려본 적이 없다며 검사를 거부한 아이도 10퍼센트에 육박했다. 평소에 신체활동을 거의 해본 적이 없다는 의미다.
연구를 지휘한 개빈 샌더콕(Gavin Sandercock) 에섹스대 체대 교수는 가디언(Guardian)지와의 인터뷰에서 “체육시간에 줄에 매달려 기어오르는 로프 오르기를 배우거나 쉬는 시간에 재미삼아 나무에 올라가는 등의 야외활동이 줄어든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팔힘만으로 자신의 몸무게를 들어올리거나 버티는 행동을 해야 아이들의 체력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추락으로 인한 부상을 우려한 영국 보건당국은 일선 학교의 체육시간에 로프 오르기나 나무타기 수업을 금지시키거나 자제시켜왔다. 안전에 대한 염려 때문에 체력을 늘릴 기회가 줄어든 것이다.
영국 어린이성장재단(CGF)의 탐 프라이(Tam Fry) 연구원은 “나무나 로프에 오르는 일은 인기 있는 체육활동이었는데 학교와 당국이 아이들에게서 활기를 빼앗아갔다”고 비판했다. 그는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은 자신의 몸무게를 버티거나 더 잘 올라가게 해주는 일종의 교훈이 된다”며 “안전만을 생각하다가 아이들을 겁쟁이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전 연구에서도 아이들의 체력이 점점 떨어지고 몸무게가 늘어나면서 활동성이 떨어지고 계속 앉아 있으려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정확한 체력검사 결과를 비교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체력은 낮은데 체질량지수는 같아
그러나 이번 검사에서 체질량지수(BMI)는 10년 전과 별다른 차이가 나지 않았다. 논문의 주저자인 다니엘 코헨(Daniel Cohen) 런던 메트로폴리탄대 교수는 “체질량지수가 비슷해도 체력이 저하된 것으로 나타난다면 근육이 줄어들고 지방이 늘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샌더록 박사는 “체질량지수가 오르지 않은 것은 좋은 소식”이라면서도 “체력이 약해지거나 지방량이 늘어나는 것은 보건 관점에서는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체질량지수는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누어 계산한 값으로, 우리나라에서는 23 이상을 과체중, 25 이상을 경도비만, 30 이상을 고도비만으로 판단한다.논문의 저자들은 영국 전역에서 실시되는 전국 신체검사 프로그램(NCMP)을 맹신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리암 도널슨(Liam Donaldson) 영국 최고의무관의 제안으로 지난해 시작된 전국검사는 초등학생들의 체질량지수 등 각종 수치를 측정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체력을 증진시키는 계획은 포함돼 있지 않다.
영국 보건부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부는 청소년과 아동의 활기찬 생활을 장려해왔으며 신체활동 수준을 측정하는 보건조사를 계속해왔다”고 밝히면서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체력검사를 실시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청소년의 체력 저하 문제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10만명에 달하는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 체력검사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4명이 정상 이하의 체력을 보이고 있다. 입시준비로 인해 장시가 책상머리에 앉아 있거나 컴퓨터 게임을 즐기느라 야외활동을 등한시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아이들의 체력 저하는 미래사회에 질병이나 보건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건강보험 등 사회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아 후속 및 관련연구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임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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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1-05-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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