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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박미진 객원기자
2011-05-13

바이러스성 폐렴과 그 예방책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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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불명의 바이러스성 폐렴으로 진단받고 치료 중이던 임산부가 10일 사망하면서 이 바이러스의 정체와 감염 경로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다른 종합병원에서도 임신 중 유사한 증세를 겪다 사망한 사례가 있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질환이 임신부들에게 특별히 위험하다거나 사스나 신종플루처럼 감염력이 강한 새로운 질환의 출현을 예고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감염 패턴으로 볼 때 이번 질환이 임산부에게 특별히 위험하다는 증거가 없으며 급속히 유행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전염병이라면 가족과 직장, 학교 등 집단생활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해야 하는데 지금까지의 환자들은 각기 다른 지역에서 1명씩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의 호흡기 전염병과 패턴이 완전히 다른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정체불명의 폐렴 환자 6명에게서 채취한 가검물에 대해 총 20가지 병원체 검사 결과 정체불명의 폐렴이 유행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환자 대부분이 출산 전후의 산모라는 부분도 우려할 부분은 아닌 만큼 섣부른 판단으로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바이러스성 폐렴, 발병 패턴 자체가 기존 전염병과 달라

신종플루 등 호흡기 감염 전염병은 접촉이 잦은 가족과 직장, 학교 등 집단생활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것이 주요한 특징이었다. 또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에게 더 빨리 감염되었는데 보통 2~3일, 길어도 7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전파되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정체불명 바이러스성 폐렴은 아직까지 산모 이외의 면역 저하자에게 유사한 폐렴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는 “사스나 신종플루 등의 호흡기감염 질환과 비교했을 때 이번 질환은 발병하는 패턴 자체가 다르다”면서 “특히 지금까지 발견된 환자들이 지난 2~3월에 주로 발병했지만, 다른 병원에서 유사사례가 없다는 점은 이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바이러스성 폐렴 환자의 경우 8명이 서로 다른 지역에서 나왔다. 또 산모 이외의 어린이나 노약자 등 일반적인 면역 저하자에게 유사한 폐렴이 발견되지도 않았다.

오 교수는 “환자 발생이 2~3월에 집중된 점이나 기존 호흡기 감염 등과 많은 차이를 보인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이 질환이 급속히 전파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산모나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들이 과도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임산부가 특히 위험하다는 우려 버려야

바이러스성 폐렴 환자 8명 중 7명이 임산부라는 점에서 불안해하는 산모들이 많지만 임산부가 특별히 더 위험하지는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임산부가 일반인에 비해 면역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특별히 폐질환에 취약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더와이즈황병원 산부인과 이성하 과장은 “산모가 폐렴으로 사망하는 사례는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확실한 연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걱정은 하지 않는 게 좋다”며 “산모의 폐렴 위험성에 대한 해외 논문을 살펴보면 산모 1천명당 폐렴 환자는 1.51명 발생하는데, 임신하지 않은 여성의 폐렴 발병도 1천명당 1.47건으로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임산부의 감기 증세가 여러 날 계속된다면 전문의를 찾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만삭이 되면 횡격막 활동이 여의치 않고 허리를 구부리기도 쉽지 않아 기침을 하기가 어렵다. 또한 가래를 잘 뱉지 못하게 되는데, 가래가 밖으로 배출되지 않으면 바이러스 활동의 온상이 될 수도 있다.

이 과장은 “이번 바이러스성 폐렴 환자의 주된 증상은 기침과 가래, 호흡곤란으로 감기와 매우 유사해 자연치료를 기대하다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감기는 보통 고열이 3~4일이면 가라앉는다. 시간이 지나도 고열이 계속되고 호흡곤란과 몸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진다면 폐렴을 의심해보고, 즉시 가까운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임산부들이 지나치게 걱정을 하는 것은 실제보다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절대적인 안정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폐렴으로 인한 산모 사망은 극히 드문 이례적인 경우이지만 임신 스트레스에 따른 분만 중 출혈 혹은 자궁파열로 인해 생명을 위협받을 확률은 이보다 훨씬 더 높기 때문이다.

이 과장은 “임산부가 폐렴에 특별히 취약하다는 증거가 없는 만큼 과도한 걱정은 오히려 임신 스트레스를 증가시킬 수 있다”며 “감기 증상이 있다면 되도록 외출을 삼가고 사람이 많은 장소는 피하며 면역력 유지를 위해 정상체온을 유지시키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로 피하고 감기 예방 힘써야

바이러스성 폐렴환자의 주된 증상이 기침과 가래, 호흡곤란이라는 점에서 감기와 같은 호흡기계 감염성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규칙적인 생활과 면역력 증강이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

감기는 과음이나 과로, 흡연 등 우리 몸을 지치게 하는 위험인자가 많아질수록 발병 위험이 증가하는데 일단 감기에 걸리면 중이염이나 폐렴, 부비동염, 뇌수막염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대 안산병원감염내과 최원석 교수는 “최근 발생하고 있는 폐렴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은 감기와 같은 호흡기계 감염성 질환에 대한 일반적인 예방수칙을 잘 따르는 것”이라며 “손을 잘 씻고 하루 8잔 이상 충분한 물을 섭취하고 과음과 과로, 흡연을 피하며 제때 충분히 식사를 하고 운동을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바이러스성 감염의 주요 증상인 기침과 가래, 호흡곤란은 일반적인 감기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만큼 의심증상이 3~4일 이상 지속되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 보통의 감기라면 가래와 호흡곤란까지 생기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약하더라도 이런 증상이 겹쳐서 찾아온다면 일반 감기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정확한 원인을 모른 채 의사의 진단 없이 종합감기약만 복용할 경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다”며 “임신부의 경우라도 청진검사는 물론 태아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차폐식 X-선 촬영 같은 여러 검사법으로 감기와 폐렴과 같은 질환을 구별할 수 있다. 증상이 생기면 조기에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진단받고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미진 객원기자
lovingschool@naver.com
저작권자 2011-05-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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