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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덮친 ‘방사능 공포’ 인근 방사선량 1년치의 400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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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4번째로 큰 규모의 지진을 겪은 일본 열도의 불행이 멈추지 않고 있다. 12일, 14일 원자력발전소 원자로 건물이 폭발한 것에 이어 15일 오전 6시 10분께도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2호기에서도 폭발음이 들렸다고 NHK와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폭발은 이에 멈추지 않고 오전 11시께 4호기까지 수소폭발로 화재가 발생했다. 인근 방사선량은 1년간 쐬는 수준의 400배에 달하는 등 현재 일본은 방사능 패닉 상태에 빠졌다.

14일 오전 일본 내각부는 후쿠시마현 제1원자력 발전소 3호기 건물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원전 운영회사인 도쿄전력 사원 4명과 자위대 대원 4명 등 총 11명이 부상했다고 밝힌 가운데 후쿠시마 원전 주변에서 피폭이 확인된 주민은 14일 오후 기준 총 22명으로 늘어났다.

미국 뉴욕타임즈 또한 “일본에서 방사능 유출이 수개월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면서 ‘제2의 체르노빌 사태가 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세기 최대의 사고, 체르노빌 원전 사고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 공화국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은 수많은 방사능 희생자와 피해를 낳았다.

체르노빌 포럼에 의하면 사고 당시 28명이 급성 전리 방사선 증후군으로 사망했고 15명이 갑상선 암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당시 방사능에 노출돼 오염물질 제거와 세척을 받았던 60만명 가운데에서도 4천명 가량이 방사능 누출과 관련된 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염된 주변3국(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에서도 6백만명 가운데 약 5천명 가량이 추가적으로 사망했다고 보고됐다.

방사능, 도대체 무엇일까

도대체 방사능이 무엇이기에 우리 인체에 이토록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방사선은 1895년 뢴트겐(Wilhelm C, roentgen)이 음극선을 연구하던 중 불투명체를 투과하는 빛을 발견하고 이를 ‘X-선’이라고 명명하면서 처음 알려지게 됐다. 이후 1896년 벡크렐(Antoine Henri Becquerel)이 우라늄 광석에 필름이 노출되면 검게 변하는 것을 보고 방사능의 존재를 발견, 핵에너지와 전리 방사선의 기본 개념을 정립했다.

우리가 소위 말하는 방사선이란 전리 방사선(ionizing radiation)을 일컫는다. 이 방사선은 물질과 충돌하거나 물질을 통과할 때 원자 및 분자와 충돌해 그것들을 붕괴시킨다.

전리 방사선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X-선을 비롯해 γ-선, α-입자, β-입자 그리고 중성자(neutron)로 구분되고, 이중 입자에 의한 방사선 피해가 인체에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방사선 종류와는 별개로 방사능에 노출된 시간과 양, 면적 등이 종합적으로 합쳐져 그 피해 정도를 가늠한다.

영화 ‘K-19’에서 방사능을 내뿜는 정도에 따라 방사능 측정 장치의 눈금이 많이 움직이는 것처럼 인체도 많은 양의 방사능이 축적될수록 피해가 커지는 것이다.

방사선에 의한 질환

방사선에 노출되면 방사선의 종류와 방사선량, 노출된 몸의 범위에 따라 다양한 변화가 생긴다. 여기에는 피폭자의 영양 상태와 연령도 주요 변수로 떠오른다.

방사선은 먼저 세포(cell)의 염색체수 및 구조의 변화를 가져오는데 노출 빈도가 늘어나면 유전인자의 돌연변이를 초래한다.

처음 방사능에 노출되면 붉은 반점이 피부에 생기기 시작하고,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탈모나 피부 괴사 등이 일어나 결국 피부의 기능을 잃게 된다.

뿐만 아니라 조혈세포의 퇴행성 변화가 시작돼 혈액 생성이 억제되고 면역 반응이 저하되면서 패혈증과 같은 감염을 초래할 수 있다. 만약 소장의 점막 표피세포가 노출될 경우, 세포가 사망해 궤양이 발생할 수 있고 설사와 심각한 탈수를 유발한다. 특히 방사능에 대한 감수성이 높은 생식선의 경우, 피폭 시 정자수가 확연히 감소하고 난소도 연령에 따라 일시적, 영구적 불임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변화들 외에도 급성 전리 방사선 증후군이라는 증상이 먼저 나타나게 된다.


급성 전리 방사선 증후군의 단계

급성 전리 방사선 증후군이란 사람이 과도한 양의 투과성 방사선을 단기간에 쏘이게 됐을 때 나타나는 증상을 말한다. 이때 발생하는 각각의 조혈기관, 소화기관 및 뇌신경기관의 세포가 다수 사망하거나 손상되어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UN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시간 순서에 따라 4단계로 구분된다.

방사선에 노출되면 구토와 식욕 감퇴 증상을 호소하는데 가벼운 백혈구 감소증과 혈소판 감소증이 동반되는 전구 증상기를 갖는다. 이러한 2~7일간의 무증상기를 지나면 방사선 노출량에 따라 조혈기관 장애, 소화기 장애와 중추신경계 장애 등이 나타나는 임상증상기에 이르는데 이때 각각 장기의 손상 정도에 따라 다른 원인으로 사망에 이른다.

만약 조혈기관에 장애가 생긴다면 패혈증과 출혈 등으로, 소화기에 장애가 올 경우 장염과 쇼크로 인해 사망할 수 있다. 중추신경 장애는 구토 및 운동 장애를 초래하고 몇 시간 후 뇌 부종으로 사망하게 된다. 만약 이러한 임상증상기를 넘어 생존하게 되면 6주에서 24주 경과 후에 골수 조직 등이 재생되면서 회복기에 들게 된다.

악성종양, 방사능 노출에 의한 만성 효과

그러나 급성 전리 방사선 증후군을 넘기고 생존했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방사선 노출 후 수년 또는 수십 년이 지난 뒤에 악성 종양 등의 만성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논문(Stem cell, 1997)에 따르면 방사능 노출로 인한 만성 효과로 백혈병이 일반인에 비해 위험성이 더 높음을 보고하고 있다. 방사능 노출은 또한 갑상선암을 비롯해 피부암, 유방암, 폐암, 대장암, 난소암 등 많은 악성 종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1996년 원폭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방사능은 생식세포에 작용해 염색체 돌연변이와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켜 다음 세대에 신체적인 기형아가 태어날 수 있다.

방사능 노출 최소화하려면

방사능의 강도는 노출 시간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그러므로 노출 시간을 최소화하고 방사능 노출 근원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지는 것이 방사능 노출을 가장 최소화 시키는 방법이다.

이번 일본 원전폭발과 같은 사고 시에는 원자로와 방사선원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기 위해 주위에 설치하는 장해물인 차폐된 공간으로 피신하고 최대한 먼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방사능 노출로부터 최대한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이다.

만약 가볍게 방사능에 노출됐다면 즉시 의료 기관을 방문해 노출된 방사선 종류에 따른 피폭량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응급 조치를 시행해야한다. 또한 오염된 피복류는 바로 벗어 오염되지 않은 옷으로 갈아입어야 하고 몸을 깨끗이 세척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때 오염된 옷은 비닐 봉지에 넣어 묶어야 한다.

실내로 대피했을 시에는 창문과 문을 닫아 방사성 물질이 내부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 또한 공기를 환기시키는 에어컨과 환풍기도 꺼야 한다. 밖으로 피해야 할 경우에는 피부가 드러나는 것을 최소화하는 옷을 입고 젖은 수건을 코와 입에 덧대어 방사능 물질이 몸 속으로 들어가는 내부 피폭을 막아야 한다.

원전 인근 가와마타마치의 소학교에 피난한 주민들은 혹시 방사성물질에 노출됐을지 모른다며 정부가 배급한 요오드칼륨을 앞다퉈 물에 타 먹었다. 그러나 요오드칼륨은 몸 안에 들어가면 갑상선에 모이기 쉽고 부작용도 따르기 때문에 반드시 재해대책본부의 지시에 따라 복용해야 한다.

이웅철 의학칼럼니스트, 내과 전문의
저작권자 2011-03-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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