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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박상주 객원기자
2011-03-08

말더듬이 왕 조지6세, 어떻게 치료할까? 실험심리학자가 말하는 ‘킹스 스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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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현지시간) 열린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 오스카상 수상작 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모으는 작품상은 ‘킹스 스피치’(the King’s Speech)에게 돌아갔다. ‘킹스 스피치’는 작품상 외에도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등 주요 4개 상을 휩쓸며 올해 영미권 영화의 최정상을 차지했다. 여러 언론들은 영국왕실의 실존을 잘 그려냈다는 평가를 내리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이 영화는 스토리의 핵심 키워드 중에 하나인 말더듬이에 대해 세계 사람들이 재고해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영화의 배경은 1939년이다. 세기의 스캔들을 일으키며 왕위를 포기한 형에 이어 뜻하지 않게 왕좌에 오른 조지6세. 왕실을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있었던 그는 영국왕이 돼 하루 아침에 권력과 명예, 그리고 부를 거머쥐게 된다.

대중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왕이지만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마이크다. 지금 말로 쓰자면 일종의 무대 울렁증을 가지고 있는 그는 마이크 앞에서만 서면 첫 마디로 떼지못하고 “더더더”거리는 말더듬이이기 때문이다.

그를 둘러싼 왕비와 그의 연설을 기다리는 국민들의 애는 타기 시작한다. 그도 그럴 것이 국왕이 처한 시절은 바로 제2차 대전 중. 세계사적으로 불안한 시기에 연합군의 수장의 자리에 선 지도자의 연설 한 마디가 극히 중요할 때다. 게다가 그의 맞수는 세기의 선전선동가 아돌프 히틀러. 속사포같이 뱉어내는 말빨을 무기로 전쟁을 이끌어가는 상대방에 맞서 연이은 연설을 맡아야 하는 영국 국왕의 처지는 애처로울 정도다.

이 영화에 대해 영국 런던대의 실험심리학 교수인 페터 호웰(Peter Howell)교수가 지난 주 ‘네이처’지에 칼럼을 썼다. ‘말더듬이 교정’(Recovery from Stuttering)의 저자이기도 한 호웰 교수는 “영화 ‘킹스 스피치’로 말더듬이에 대해 자각하고 치료법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말을 더듬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들을 조롱하고 그들을 흉내내며 웃고 있다면서, ‘킹스 스피치’ 영화의 성공으로 이런 말더듬이에 대한 선입견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영화가 역사적인 사실을 정확하게 그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호웰 교수는 영화의 많은 장면이 사실처럼 보였다고 한다. 현재 관련 연구는 많이 진행돼 조지 6세 시절보다 말더듬이에 대해 훨씬 더 많이 이해하고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사람들이 말을 더듬는 근본 원인 등에 대해서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고 한다.

20명 중에 1명의 어린이들이 말을 더듬고 있고, 이들 대부분은 크면서 말더듬에서 벗어난다. 10대에 들어가서도 말더듬이였던 사람들 100명 중의 1명은 여전히 말을 더듬는데, 이는 조지 6세의 경우처럼 회복되는 경우가 드물다. 그런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이런 증세를 호전시킬 수 있을까하는 문제가 제기되는데, 영화는 그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던져준다. 호웰 교수는 “우리는 말더듬으로 부터 벗어나고 싶어하지 않는 아이들의 부모들에게 그릇된 희망을 주지는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하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 경고; 말더듬이 교정방법 등 영화 내용에 대한 묘사를 일부 포함하고 있음)

말더듬이를 교정하기 위한 여러 방법들

영화에서처럼 성인이 된 뒤 말더듬을 교정하는 기술은 효과적일 수 있다. 일례로 말을 더듬는 사람이 반복적으로 욕설을 내뱉도록 하는 방법이 기술적으로 제시된다. 그러나 말더듬이들은 종종 그들의 목소리를 스스로 듣지 못할 때는 유창하게 말할 수 있을 때가 있다. 영화에서는 이를 조지 6세가 음악이 연주될 때 유창하게 말하는 것으로 표현했다. 이럴 때 사람들을 뒤에 두고 연설을 하는 것은, 말이 밀리거나 어순이 종종 달라지긴 하지만, 여하튼 말더듬을 고치는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연구자들 역시 여전히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보철기구 등이 효과를 나타내 말더듬이를 개선하는데 유효하다는 것 정도는 알아냈다.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보이는 보철기구는 미국돈으로 5천달러까지 든다. 호웰 교수가 활동 중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기술이 과연 효과적인가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보철기구를 제거하면 곧바로 말더듬이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가장 극명하게로는, 일부 연구자들은 그들이 일부 특정 아이들을 포함해 음성교정과 관련해 효과적인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방법을 널리 소개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이는 개나 다른 동물을 훈련시키는 보상과 처벌 테크닉(the reward and punishment techniques)과 유사한 방식이다. 이 중에 가장 통상적인 것은 리드콤블 프로그램(the Lidcombe Program)으로 시드니대에 있는 호주 말더듬이 연구센터(the Australian Stuttering Research Centre)에서 개발됐다.

이 프로그램은 예상된 결론을 이끌어낸 사람의 수가 극히 적었음에도 학계에 방법론의 데이터로 제시되고 있다. 주지할만한 문제점은 유년기에 발생하는 장애를 진단하는 방법으로는 통상적으로 합의된 방법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이 호주 그룹은 대개 전체 단어를 반복하는 어린이들을 말더듬이로 간주하고 있다. 호웰 교수는 “나의 관점에서 볼 때, 이는 잘못된 것이고 결론을 비틀 수 있는 진단”이라고 판단한다.

리드콤블 프로그램과 같은 치료법에 대한 논쟁지점은 많고, 보철기구 사용은 치료가 끝났을 때도 그 효능이 사라질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잠시 말을 더듬지 않았을 때의 경험이 처치가 끝나고 나서도 행동으로 기억돼 향후에도 말더듬이들이 안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호웰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치료가 끝났을 때 효능이 유지되지 않는 것 자체가 논쟁 대부분의 중심”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사람들이 말더듬이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말더듬이로부터 회복될 아이들과 그렇게 되지 않을 아이들을 구분할 수 있을것인가? 이런 질문들이 말더듬이로 고통받는 사람들과 그들을 둘러싸 사회 둘 다에 대해 가장 중요한 상황이다. 회복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비교하는 것은 여러가지 요소가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전적인 면과 뇌의 차이 등 생물학적 요소, 언어학과 언어를 내뱉겠다는 동력의 요소, 그리고 말더듬이의 조짐의 종류가 각 연구그룹간 차이에 따라 확실하게 보고되는가 등의 문제도 제기된다.

말더듬이 치료, 주변 도움 중요해

혈족상 파키스탄 가족 구성원에서 유전적 돌연변이가 발견된 이후 미디어들의 주요관심은 ‘말더듬이 유전자’(stuttering gene)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유전자는 세포 리소좀의 기능과 관련된 단백질 코드를 밝히고 있는데, 이 리소좀은 손상된 분자와 바이러스를 제거한다. 네덜란드 나이메헨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언어심리학자인 사이먼 피셔(Simon Fisher)를 포함한 다른 유전학자들은 이 리소좀의 기능이 말을 더듬는 사람들의 중앙 신경 시스템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 지 보다 광범위하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어를 하는 가족에 대한 연구는 보다 그럴싸한 유전적 기초에 대한 연구이슈를 제기한다. 이 연구는 장애에 있어 말더듬이와 연계된 뇌(기저 신경절, basal ganglia) 부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는 유전자에 대한 돌연변이를 다루고 있다.


호웰 교수의 작업은 극심한 말더듬이 현상을 보이는 8세 아이들을 관찰해 이들이 10대와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말을 더듬기 쉬울 것인지를 예상하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정보가 말더듬이 치료사들에 의해 쓰여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토론이 필요한 상태다.

예를 들어 말을 더듬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치료사들이 어떻게 치료에 끼어들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전문가적 의견 교환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시간에 자연스럽게 말더듬이 회복되는만큼 무분별하 치료보다 그들의 말더듬이 더 나빠지는지에 대한 징후를 아이들의 상황에 따라 빈틈없이 관찰하는 것이 더 좋은 접근방법이 된다는 것이다.

호웰 교수는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콜린 퍼스(Colin Firth)의 연기가 조지 6세의 연설을 꽤 잘 반영하고 있다면, 자음을 질질 끄는 것과 말의 첫마디를 반복하는 등 영화에 드러난 말더듬의 종류는 유아들처럼 개선의 기회가 적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부모들의 노력에 달려있다”고 충고하면서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킹스 스피치’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그들은 여전히 낙관적이기만 하다”고 꼬집어 말한다.

한국에서도 한 때 장관을 했던 한 인사는 여전히 말더듬이로 고생을 하고 있다. 한 광역시 시장 선거에 나가 텔레비전 토론에 참여했는데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어 곤혹을 치뤘다. 투표로 경쟁하는 상황인만큼 상대 후보 등은 말더듬이 정치인의 장애를 일부 활용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말더듬이는 어린 시절, 주변 사람들로 부터 시달림을 받아 말로 표현하는데 대한 두려움을 가진다고 한다. 말더듬이의 생각을 듣기위해 주변 사람들이 조금만 더 여유를 가져도 말을 더듬어 고생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자연스레 치료할 수 있을 듯 하다.

박상주 객원기자
utopiapeople@naver.com
저작권자 2011-03-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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