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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조행만 기자
2011-01-10

카페인이 뇌암 세포 침투 막는다? 중추신경계 지속성 가바 분비 메커니즘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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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정신이 ‘핑’ 돌고 급격하게 어지러워지는 일이 며칠간 계속 반복된다. 갈수록 증상이 더 악화되는 가운데 손발에 마비가 오고, 심한 두통까지 찾아온다면 주저 없이 병원에 달려갈 필요가 있다.

이런 증상을 그대로 놔뒀다간 큰 낭패가 될 수 있는데 특히 뇌암의 증상이 의심되기 때문이다.

뇌암을 비롯한 뇌종양은 아주 흔한 질병은 아니지만 치료의 어려움, 큰 후유증에 무엇보다도 조기발견이 어려워 두려운 질병으로 꼽힌다.

그러나 수술 현미경과 신경 내비게이션 등 첨단 기기의 등장, 최신 방사선치료기술의 도입으로 양성 뇌종양의 완치가 가능해졌다 또한 뇌암 환자의 경우 최신 항암 치료법에 의해 생존 기간이 매우 길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기존의 수술, 방사선, 화학치료법 등은 아직도 그 후유증을 두려워해야 하는 치료기술이다. 두려운 뇌종양을 약물로 간단하게 예방 또는 치료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뜻밖에도 우리가 매일 흔하게 마시는 커피에 그 해결책이 있었다.

지난해 2월 KIST 신경과학센터 이창준 박사는 경상대 강상수 교수를 비롯한 국내외 연구진과 공동연구를 통해 카페인이 뇌암 세포의 움직임과 침투성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이 박사는 중추신경의 억제를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 ‘가바(GABA)’의 이상 분비의 원인이 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칼슘 농도에 관여하는 카페인 역할 규명   

인체의 신경계에는 신경전달에 관여하는 신경세포(neuron)와 신경전달에 관여하지 않지만 신경계를 보조하는 신경교세포(neuroglial cell)들이 있다. 뇌암의 일종인 신경교종은 뇌와 척수의 내부에 있는 신경교세포에서 기원하는 종양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이 신경교세포가 매우 활동적이기 때문에 신경교종이 발생하면 대부분은 주위 정상 조직에 침투, 빠른 성장을 보인다”고 설명한다.

학계에 따르면 신경교종의 경우, 수술로 완전한 제거가 어렵고 방사선치료, 항암화학요법 등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단시간 내에 재발, 사망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암세포의 움직임이 매우 활발해 전이가 빠르며, 외과적 수술로도 치료가 불가능하다. 유일한 치료제인 테모다르(Temodar)도 평균수명을 2.5개월 정도 연장하는 데 그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소견.

이 신경교종중에 가장 악성이 바로 ‘신경교아세포종(Glioblastoma)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4등급 악성 종양으로 분류할 정도로 악명이 높은 이 뇌암 환자의 경우, 국내에는 45%, 미국에는 60%의 사망률을 갖고 있는 치명적 질병이다.

이에 이창준 박사 연구팀은 칼슘 증가가 뇌암 세포의 움직임과 큰 연관이 있을 것이란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카페인이 세포내의 칼슘 농도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박사는 “칼슘이 뇌암 세포의 활동과 전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이 칼슘 분비에 관여하는 수용체는 세포 내 소포체에 존재하는 ‘IP3R’ 단백질”이라고 설명했다.

즉, 뇌암 세포 속에 세포 내의 칼슘이온통로 역할을 하는 수용체인 ‘IP3R’ 단백질이 많이 들어있고, 카페인이 IP3R을 선택적으로 억제, 세포 내 칼슘 농도를 줄여 뇌암 세포의 활동과 전이를 억제한다는 것.

이 박사는 “하루에 커피 2-5잔을 마시면 뇌암 세포의 전이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생존율도 2배 증가한다는 사실을 쥐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고 밝혔다.

정신질환에 관여하는 원인 세포 규명

신경세포는 신경전달물질을 이용,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하나의 신경세포는 1천개 이상의 다른 신경세포와 연접을 이뤄 매우 복잡한 체계를 갖고 있다.

과학자들은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르게 학습, 기억 등의 고등동물의 능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신경세포의 역할 때문”이라며 “그러나 신경세포에 이상이 생기면 인간은 볼 수도, 냄새를 맡을 수도 없고, 사지 떨림, 근육경직, 마비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이 원인중 하나가 바로 신경전달물질의 과다 분비 또는 고갈현상이다. 현역 시절에 “나비처럼 날아 벌같이 쏜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헤비급 복서 무하마드 알리는 노년에 파킨슨병을 얻어 잘 걷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어도 손이 덜덜 떨리는 현상으로 고생하고 있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이란 신경전달물질의 고갈로 생긴다. 알리의 경우, 현역 시절에 무수히 맞은 펀치에 의해 파킨슨병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런 운동장애 현상은 누구나 한번쯤 일시적으로 겪게 된다. 그건 바로 일시적 알코올 중독에 의해서다.

이창준 박사는 “술을 많이 마시면 몸의 중심을 잡기 어렵고, 똑바로 걷기 힘든 이유는 알코올에 의해 지속성 가바 수용체의 활성이 증가돼 불균형이 초래됐기 때문이다”고 설명한다.
즉, 인간의 중추신경계는 흥분성 신경전달물질과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이 서로 조화롭게 작용, 인체가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이중 억제를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이 바로 가바(GABA)다.

그런데 여러 요인으로 가바(GABA) 분비에 문제가 생기면, 과도한 흥분이 일어나거나 간질성 발작, 불면증, 운동성 소실 등의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아울러 학습, 기억, 운동조절능력 등에도 심각한 문제가 초래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아직 중추신경계의 지속성 가바 분비 메커니즘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9월 이 박사가 그 원인을 알아냈다.

이 박사는 중추신경계의 ‘지속성 가바(Tonic GABA)’ 분비의 근원이 ‘버그만글리아(Bergmannglia)’ 세포라는 사실을 최초로 규명,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했다. 버그만글리아 세포는 소뇌의 비신경세포로 아교세포의 일종.

카페인의 뇌암 세포 억제 기능과 뇌내 지속성 억제물질 분비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이창준 박사는 2011년도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첫 번째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박사는 “앞으로 KIST의 기능커넥토믹스센터가 세계 뇌과학 연구를 선도하는 연구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조행만 기자
chohang2@empal.com
저작권자 2011-01-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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