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6월, 불의의 죽음으로 전 세계인들을 안타깝게 했던 마이클 잭슨의 사망 원인으로 한 약물이 지목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주치의 콘래드 머리가 프로포폴(Propofol) 진정제를 과다하게 투입한 것이 그를 죽음으로 몰고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머리는 이를 부인하면서 마이클 잭슨이 스스로 프로포폴을 투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진위와 상관없이 ‘팝의 황제’를 앗아간 수면마취제 프로포폴을 둘러싸고 그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LA발 프로포폴 소동은 이미 한국에도 불똥이 튄 상태다. 작년 8월 식약청이 수면마취제의 일종인 ‘프로포폴(Propofol)’을 마약류로 공식 지정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식약청은 당시 “프로포폴 등을 이용한 범죄 행위 시 마약류 취급 위반으로 처벌한다”며 “포로포폴은 처방되는 의약품이 아니라 의사가 직접 사용하는 마취제이므로 일반인이 소지·투약할 수 없다”고 밝혔다.
수면마취제로 쓰이는 프로포폴이 마약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취제와 마약의 은밀한 관계
인간의 고등적인 사고, 의식, 행동 등은 뇌에 있는 신경세포(뉴런)에 의해 이뤄진다. 인간의 뇌에는 100억~1천억 개나 되는 신경세포들이 복잡하게 얽혀있고, 이 신경세포들은 신경전달물질을 이용, 서로 정보를 교환한다.
고려대 의대 성재영 교수는 “신경세포는 신경전달물질을 인접한 신경세포에 전달해주는 방법으로 기능을 수행한다”며 “인접세포에는 신경전달물질을 인식할 수 있는 수용체가 있어 신호를 받는데 이때 이 부위에 이상이 생기면 심각한 신경장애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 신경전달물질과 그 수용체에 인위적 이상을 일으키는 것이 바로 마약이다. 마약은 인간의 중추신경계에 작용, 그 기능을 활성화시키거나 억제하며, 그 부작용으로 환각 등의 정신적 문제와 중독과 같은 약물 의존성을 일으킨다. 코카인, 헤로인, 필로폰, 아편 등이 이에 속한다.
그런데 이 마약류의 대부분이 과거엔 마취제나 진통제로 개발된 역사를 갖고 있다. 중남미를 물들인 코카인도 특유의 환각성분으로 도중에 마약으로 전용됐지만 처음엔 독일의 화학자가 진통제인 암페타민으로 개발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마취제나 진통제는 특유의 성분으로 마약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고 말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프로포폴 역시 병원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 수면마취제의 일종이다. 프로포폴은 주사 즉시 수십분 동안 가면(假眠), 즉 환자가 의사의 말대로 몸을 움직일 수 있으나 기억은 하지 못하는 상태를 유도하며, 오심과 구토가 적어 최근까지 병원에서 널리 사용해왔다.
신경전달물질과의 결합이 수면 불러
지난 2002년 영국 임페리얼대의 닉 프랭크스(Nick Franks) 연구팀은 펜토바비탈(pentobarbital), 프로포폴 같이 널리 쓰이는 수면마취제가 숙면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팀은 쥐를 이용, 마취제의 수면 유도 작용이 온도 조절 또는 호흡 등과 같이 기초 과정을 조절하는 시상하부의 일부인 조면유두체핵(TMN)이란 국소 지역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팀에 따르면 마취제가 조면유두체핵내의 ‘감마-아미노부티르산(Gamma-Amino Butyric Acid :GABA-A)’이란 특정한 신경 전달 물질을 제어, 진정 효과(sedative effect)를 나타냈다는 것.
억제작용을 가진 GABA-A 수용체들이 마취제 분자들과 결합하면 이 수용체들은 신경 세포가 다른 신경으로 전기 신호를 보내는 것을 멈추게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동물의 뇌에만 존재하는 아미노산인 감마-아미노부티르산은 뇌기능 촉진, 집중력 향상, 정신안정, 혈압저하 등의 생리적 기능 조절에 관여하는데 이 신경전달물질의 수용체는 A와 B의 두 가지 형태가 있다. 닉 박사는 “일반 마취제의 수면 유도 효과는 숙면을 촉진하는데 연관되는 뇌의 한 경로를 유도함으로써 일어난다”며 “조면유두체핵 신경은 마취제들과 GABA-A 수용체 결합에 의한 억제 효과를 통해 약리적으로 제어돼 수면 유도 상태가 된다”고 설명했다.
또 전문가들은 “프로포폴의 최면작용은 대부분 GABA-A수용체가 β2-소단위와 결합, GABA에 의해 유도되는 염소(Cl) 흐름을 촉진시킴으로서 유도된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되면 신경전달물질에 관여하는 GABA-A 수용체에 영향을 주어 중추신경이 빠르게 억제돼 통증을 없애준다는 것.
‘하얀약’이란 별칭이 붙은 프로포폴은 이런 수면 유도 작용을 통해 수술시에 전신마취 유도, 인공호흡중인 중환자의 진정, 수면내시경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불면증을 없애고, 피로를 해소시켜 주는 등의 효과가 있어 강남과 홍대지역을 중심으로 오남용이 번지고 있으며, 기분이 좋아지는 환각 증세를 일으키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는 과다 복용할 경우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실제 작년 11월 말 서울 강남의 한 유명 피부과 간호실장이 프로포폴 중독으로 사망하는 등 국내에서도 중독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식약청은 올해부터 프로포폴을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으로 관리하고 프로포폴의 마약 전용에 칼을 빼든 상황이다. 팝의 황제를 앗아간 프로포폴 오남용이 더이상 번지지 않도록 엄격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 조행만 기자
- chohang2@empal.com
- 저작권자 2011-01-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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