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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은숙 기자
2010-12-01

텔로머라제, 불로장생의 비밀을 푸는 열쇠 조로증상 쥐가 다시 젊어지는 현상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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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장수하는 것. 인간이 오래도록 꿈꿔왔던 불로장생의 꿈을 꿀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네이처(Nature)’는 11월 28일 온라인판에서 텔로머라제(telomerase)를 활성화시킴으로써 노화반응을 되돌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단순히 수명을 연장한 것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이미 진행된 노화를 텔로머라제를 활성화시킴으로써 다시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을 최초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2009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텔로미어(telomere)’를 처음 발견한 3명의 과학자가 공동으로 선정됐을 정도로 ‘노화’와 관련된 연구는 관심이 집중되는 연구 분야다.

1980년대에 텔로머라제가 발견된 이후 텔로머라제는 수명 연장의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는 중요한 효소로 생각됐다. 염색체는 그 끝에 텔로미어라는 DNA 캡을 가지고 있는데 세포가 분열될 때마다 염색체의 텔로미어는 짧아지고 결국에는 세포 분열이 멈추고 죽게 된다. 최초의 복제양인 ‘돌리’의 경우도 성장이 끝난 암컷 양을 복제했기 때문에 텔로미어가 짧아 일찍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전의 많은 연구들을 통해 텔로미어와 노화가 관련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특히 조로현상을 겪는 사람들에게서 텔로미어가 짧아지거나 텔로머라제의 돌연변이가 일어난 것을 발견했다.

실제로 텔로머라제를 유전자 조작으로 없앤 쥐는 정상 쥐보다 훨씬 빨리 노화가 일어난다. 이들은 생식능력이 거의 사라지고 골다공증, 당뇨, 신경 손상 등 노화와 관련된 증상을 보이다가 일찍 사망하게 된다. 지금까지의 텔로머라제와 관련된 결과를 통해 텔로머라제는 노화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인 것이 확실시 돼 왔다.

텔로머라제가 생명시계 되돌린다

이번 연구를 이끈 미국 하버드대 다나-파버 암센터의 암유전학자인 로날드 데피노와 연구팀은 텔로머라제가 단순히 수명을 연장시킬 뿐만 아니라 이미 진행된 노화를 되돌릴 수 있다는 획기적인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으로 텔로머라제를 불활성화시킨 쥐 모델을 만들었고, 화학물질을 주입할 경우 다시 텔로머라제의 활성을 되돌릴 수 있는 모델을 구축했다. 텔로머라제가 불활성화된 쥐에서 노화가 진행되도록 한 달 동안 방치한 후, 다시 한 달 동안 텔로머라제를 재활성화시킨 다음 쥐의 건강 상태를 체크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노화가 일어나 생식능력을 상실한 쥐들이 정상으로 돌아왔고 약해진 비장, 간, 장과 같은 장기들도 다시 회복됐다.

또한, 뇌의 노화도 되돌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텔로머라제를 재활성화시킨 쥐의 뇌 크기가 효소가 결여된 쥐의 뇌보다 확실히 큰 것이 확인됐고 새 뉴런을 생산하고 뇌세포를 지지하는 신경 전구 세포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

데피노는 “텔로머라제의 활성으로 노화와 관련된 이상증상들이 되돌아 왔다”며 “텔로머라제의 활성을 증가시키는 방법이 조로와 같은 희귀병의 치료법으로 이용될 수 있고, 넓게는 노화로 인한 여러 증상들을 치료하는 데에도 이용될 수 있는 잠재성을 봤다”고 말했다.

텔로머라제와 암과의 관련성 확인 연구 필요

텔로머라제 활성 조절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그동안 여러 과학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데피노는 “텔로머라제가 DNA 손상을 방지함으로써 암세포화 되는 것을 막아준다”고 말했다. 하버드대의 분자생물학자인 데이빗 신클레어 역시 “텔로머라제를 활성화해 종양을 막을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며 “만약 텔로머라제를 활용한 치료가 안전하다면 노화와 관련된 다양한 질병들을 치료하고 노화된 장기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유용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다른 연구자들은 텔로머라제가 안전하게 이용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한다. 미국 바 하버(Bar Harbor)에 있는 잭슨 연구실에서 노화를 연구하는 데이빗 해리슨은 “만약 텔로머라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암 세포를 자극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없다면 텔로머라제의 활성을 이용한 치료는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텔로머라제를 증가시킬 경우 잠재적으로 종양이 자라게 만들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해리슨은 또한 “이번 연구는 정상적으로 노화가 진행된 쥐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 비정상적으로 노화를 일으킨 쥐에서 연구한 것이기 때문에 텔로머라제가 결여된 쥐가 인간의 노화를 대신하는 좋은 모델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영국 뉴캐슬대 노화 연구 센터의 톰 커크우드는 “인간의 노화에서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것만이 노화의 특징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데피노는 “노화는 단순히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텔로머라제를 이용한 치료법은 노화와 관련된 다른 치료법과 함께 언젠가는 이용될 수 있으며, 이것은 인간의 오랜 숙원인 생명 연장의 꿈을 이루기 위한 여러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김은숙 기자
eskim@kofac.or.kr
저작권자 2010-12-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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