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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은숙 기자
2010-11-25

DNA로 범죄자 나이 예측한다 범죄과학수사에서 용의자 범위 좁힐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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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에 빠진 미해결 사건, 우연히 발견된 작은 혈흔이 범인을 잡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범죄수사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실제로 범죄 현장에서 발견되는 혈액은 사건을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된다.

혈액은 확실한 용의자가 있을 때 용의자의 DNA와 혈액의 DNA가 일치하는지 비교하는 용도로 주로 사용돼 왔다. 조금 더 나아가서는 개인의 신체적 특징, 예를 들면 눈의 색깔 등을 알 수 있는 단서로 사용되기도 한다.

최근 혈액 한 방울로 그 사람의 연령대를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Current Biology’ 최신호에 게재된 이 연구 결과는 네덜란드의 케이저 박사 연구팀이 발표한 것으로, T cell로 알려진 백혈구를 사용해 사람의 나이를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범죄과학수사에 있어서 용의자나 희생자의 연령대를 예측함으로써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T cell의 DNA 고리가 ‘시계’ 기능

케이저와 연구팀은 혈액에 남아있는 나이의 분자적 특징에 대한 관련 연구들을 찾는 도중, T cell을 생산하는 흉선(Thymus)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지방 조직으로 서서히 바뀌어가는 것을 발견했다. 이 과정에서 유전적인 인공물인 DNA 고리(loop)가 만들어지게 된다.

T cell이 흉선에서 성숙될 때마다 병원균 또는 외부 분자를 인지하는 수용체를 만들기 위해 DNA가 재배열된다. 이 과정에서 절단된 DNA들이 고리를 형성하면서 흔적을 남기게 되는데, 이런 고리 DNA들은 새롭게 만들어지는 T cell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흉선이 얼마나 노화가 됐는지 알려주는 ‘시계’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즉 DNA 고리의 양에 따라 노화 정도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케이저와 연구팀은 195명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특정 T cell에 있는 DNA 고리의 양을 측정했고 신생아와 80대의 노인까지 연령별로 분류했다. 연령과 DNA 고리의 양과의 연계성은 완벽하진 않았지만 9년 정도 오차범위 안에서 예측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년 단위로 자원자를 분류해서 결과를 분석했을 때는 각 연령대를 대표할 수 있을 만큼의 높은 연계성을 보였다.

영국 레스터대의 유전학자인 마크 조블링은 “이 결과는 매우 인상적이지만 실제로 얼마나 유용한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며 이 기술이 조심스럽게 사용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응용 범위 넓지만 기술적 한계 남아있어

케이저는 “단순히 용의자의 나이를 알아내는 것으로 미해결 사건을 풀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지만, 이 기술이 다른 증거들과 함께 용의자의 범위를 좁히는 데에는 사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이 기술은 재난으로 희생된 사람들의 신상을 알아내고 동물의 혈액으로부터 연령을 분석해 생태학 연구에도 사용되는 등 여러 분야에서 응용될 수 있다.

칠레 산티마고 드 콤포스텔라대의 범죄과학 유전학자인 크리스토퍼 필립스는 이 기술에 대해 “범죄과학수사에서 ‘돌파구’가 될 수 있는 기술이지만 아직은 오차범위가 넓기 때문에 나이차가 많은 사람을 구별하는 정도로 사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기술이 이용되기 위해서는 아직은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남아 있다. 먼저, 다른 인종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고 이외에도 기술적인 한계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HIV, 비만 또는 T cell에 영향을 주는 환경에 있는 사람 등은 정상인과 동일한 조건으로 비교할 수 없기 때문에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이 기술이 결코 범인을 확정 짓는 도구가 될 수는 없지만 앞으로의 범죄과학수사에 있어서 유용한 기술이 될 것임은 확실해 보인다.

김은숙 기자
eskim@kofac.or.kr
저작권자 2010-11-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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