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축구 한일전을 앞두고 축구팬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골네트를 가르는 프리킥, 절묘한 헤딩, 거침없는 드리블 등은 축구경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전묘미이다. 특히 골문 앞에서 센터링을 바로 머리로 연결해 골대를 위협하는 헤딩은 때때로 경기의 승패를 결정짓기도 한다.
23살 축구선수, 26살 NFL선수 뇌손상 사망
그런데 다리가 아닌 머리를 이용해 슛을 하거나 패스로 연결하는 헤딩은 선수의 뇌 건강에 과연 안전한 것일까. 최근 펜실베니아 대학 축구팀 선수인 23살 오웬 토마스는 자살을 했으며 미식축구팀 신시내티 밴갈스의 26살 크리스 헨리는 사망했다. 이들은 모두 뇌 손상으로 인한 뇌 퇴행질병인 만성 외상성뇌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만성 외상성뇌증은 사망한 미식축구선수 20명에게서도 발견된 증상이다. 외상성뇌증을 식별하기 위해서는 이 증상을 나타내는 단백질 등을 검사하기 위해 뇌조직을 절단해야하기 때문에 사망한 선수들의 경우에만 확인이 가능하다.
1960~70년대 헤딩의 명수로 이름을 날린 잉글랜드의 축구 스타 제프 애슬은 헤딩으로 인한 뇌손상으로 2002년 사망했다. 애슬의 사인을 규명한 의사 데릭 롭슨은 당시 “고인의 뇌 속에서 권투선수와 흡사한 상흔이 발견됐다. 헤딩으로 인한 뇌손상이 사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애슬이 활약한 당시인 60년대의 젖은 가죽 공으로 지속적으로 헤딩한 결과 퇴행성 뇌질환으로 사망했다는 소견이다.
지난 2004년 호주의 신경정신과 전문의 로드 마켐은 ‘축구선수들의 반복적인 헤딩은 뇌질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경기에서 헤딩을 금지할 것을 숙고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국제축구연맹 FIFA에 제출해 이른바 ‘헤딩 유해론’에 불을 지핀 바 있다. 마켐은 “헤딩을 금지할 수 없다면 그 대신 두뇌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호구를 착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지속적 헤딩 충격 축적, 뇌 외상 영향 끼쳐
이런 가운데 최근 헤딩이 선수의 건강에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미 국립보건원 지원으로 수행된 연구결과에서 연구팀은 선수가 어질어질함을 느낄 수준의 강력한 헤딩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충격이 적은 헤딩의 지속적인 축적 또한 선수의 뇌 외상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저널 ‘Journal of Athletic Training’ 12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이런 연구결과는 점진적으로 청소년 야구경기에서 투수의 어깨를 보호하기 위해 투수가 던지는 투구 수를 제한하고 있는 것처럼 축구경기에서도 헤딩의 제한을 둬야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연구팀은 버지니아 공과대, 브라운대, 다트머스대 축구팀 선수들의 헤딩과 뇌손상의 상관관계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센서가 장착된 특수 헬멧을 통해 헤딩을 할 때 선수가 받는 충격의 크기, 위치, 방향 등을 컴퓨터로 전송받았다. 전송받은 자료를 통해 연구팀은 각 선수 개인별로 연습 또는 경기 중 헤딩의 빈도와 위치에 집중했다.
연구팀은 어떤 선수들은 한 시즌에서 헤딩으로 인한 1천400~1천500개의 충격을 받는 것을 발견했다. 연습 한 경기당 평균 6개, 실제 경기 한 경기당 평균 14개꼴로 조사됐다. 연구를 주도한 릭 그린왈드 다트머스 겸임 공학교수는 “연구결과가 축구선수들의 머리를 보호하기 위한 헬멧 제작에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뇌손상을 연구하는 비영리재단인 스포츠레거시의 크리스 노윈스키 회장은 “축구선수들은 수많은 헤딩 충격에 노출돼 있다”며 “이러한 충격이 매우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윈스키 회장은 “축구 경기에서 발생하는 헤딩으로 인한 90%의 충격은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하고 선수들이 그것을 견딜 수 있다는 이유로 무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축구 선수들이 반복적으로 강력한 헤딩을 하고 이것이 그들을 강하게 만든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 된 주장이라고 그는 꼬집었다.
버지니아 의과대학 구나 브롤린슨 교수는 “선수가 경기 중 지속적인 헤딩으로 인해 혼란스러워하거나 적절하게 경기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 선수는 선수교체를 통해 건강상태를 체크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뇌진탕 겪는 축구선수, 의식기능 회복해도 완치 더뎌
한편 뇌진탕을 겪고 있는 축구 선수들은 의식장애와 같은 뇌진탕의 대표적 징후가 사라지더라도 그들의 질환이 완전히 치료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와우케샤 메모리얼 병원 마이클 맥크레이 교수는 최근 연구를 통해 인지기능, 균형감각과 같은 대표적 징후들은 뇌진탕 발생 후 1주일 내에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뇌의 전기신호는 짧게는 8일에서 길게는 한 달 가까이 비정상적인 상태로 남아있었다고 보고했다.
연구를 주도한 와우케샤 메모리얼 병원 마이클 맥크레이 교수는 “그동안 뇌진탕의 대표적 징후들이 없어지더라도 완치가 되지 않는다는 가설이 존재했는데 이번 연구는 이를 지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맥크레이 연구팀의 연구결과는 지난 8월 과학저널 ‘Journal of Head Trauma Rehabilitation'에 게재됐다
헤딩으로 인한 충격은 상대적으로 약한 수준의 뇌진탕을 반복적으로 불러올 수 있으며 이는 영구적인 뇌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헤딩 자체도 문제지만 선수들의 경우 심각한 손상에 대해서는 경기 출전 등의 이유로 보고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으며 코치, 감독, 의료진들은 뇌 손상과 같은 증상을 감지하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문제점도 있다.
센서 부착 헬멧시스템, 머리 충격 데이터 전송-경고 기능
축구용 헬멧 시스템은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지난 2004년 스포츠 장비제작사인 리들사는 IQ HIT라는 헬멧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헬멧 시스템은 6개의 가속도측정기를 장착하고 있다. 이 가속도측정기는 선수가 헤딩을 했을 때 헬멧이 받는 충격의 크기가 아니라 선수의 머리가 받는 충격의 크기를 계산해 경기장 밖의 컴퓨터로 데이터를 전송한다.
헬멧 시스템은 벤치의 의사들이 인지할 수 있는 경고 기능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축구 선수가 경기 또는 연습 중에 헤딩으로 특정기준 이상의 머리 충격을 받거나 축적된 중력가속도(g) 포스가 너무 높으면 자동으로 경고 장치가 작동한다.
헤딩으로 인한 충격 자체를 완화하기 위한 헬멧 시스템도 있다. Xenith사는 18개의 충격흡수물질을 부착한 충격 완화용 헬멧을 지난 2008년 개발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충격흡수물질은 속이 텅 빈 디스크와 같은 형태인데 이 공간을 통해 공기가 들어오고 나갈 수 있다. 헤딩으로 인해 충격이 가해질 경우 이 디스크들은 충격을 흡수해 충격의 강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23살 축구선수, 26살 NFL선수 뇌손상 사망
만성 외상성뇌증은 사망한 미식축구선수 20명에게서도 발견된 증상이다. 외상성뇌증을 식별하기 위해서는 이 증상을 나타내는 단백질 등을 검사하기 위해 뇌조직을 절단해야하기 때문에 사망한 선수들의 경우에만 확인이 가능하다.
1960~70년대 헤딩의 명수로 이름을 날린 잉글랜드의 축구 스타 제프 애슬은 헤딩으로 인한 뇌손상으로 2002년 사망했다. 애슬의 사인을 규명한 의사 데릭 롭슨은 당시 “고인의 뇌 속에서 권투선수와 흡사한 상흔이 발견됐다. 헤딩으로 인한 뇌손상이 사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애슬이 활약한 당시인 60년대의 젖은 가죽 공으로 지속적으로 헤딩한 결과 퇴행성 뇌질환으로 사망했다는 소견이다.
지난 2004년 호주의 신경정신과 전문의 로드 마켐은 ‘축구선수들의 반복적인 헤딩은 뇌질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경기에서 헤딩을 금지할 것을 숙고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국제축구연맹 FIFA에 제출해 이른바 ‘헤딩 유해론’에 불을 지핀 바 있다. 마켐은 “헤딩을 금지할 수 없다면 그 대신 두뇌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호구를 착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지속적 헤딩 충격 축적, 뇌 외상 영향 끼쳐
이런 가운데 최근 헤딩이 선수의 건강에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미 국립보건원 지원으로 수행된 연구결과에서 연구팀은 선수가 어질어질함을 느낄 수준의 강력한 헤딩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충격이 적은 헤딩의 지속적인 축적 또한 선수의 뇌 외상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저널 ‘Journal of Athletic Training’ 12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이런 연구결과는 점진적으로 청소년 야구경기에서 투수의 어깨를 보호하기 위해 투수가 던지는 투구 수를 제한하고 있는 것처럼 축구경기에서도 헤딩의 제한을 둬야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연구팀은 어떤 선수들은 한 시즌에서 헤딩으로 인한 1천400~1천500개의 충격을 받는 것을 발견했다. 연습 한 경기당 평균 6개, 실제 경기 한 경기당 평균 14개꼴로 조사됐다. 연구를 주도한 릭 그린왈드 다트머스 겸임 공학교수는 “연구결과가 축구선수들의 머리를 보호하기 위한 헬멧 제작에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뇌손상을 연구하는 비영리재단인 스포츠레거시의 크리스 노윈스키 회장은 “축구선수들은 수많은 헤딩 충격에 노출돼 있다”며 “이러한 충격이 매우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윈스키 회장은 “축구 경기에서 발생하는 헤딩으로 인한 90%의 충격은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하고 선수들이 그것을 견딜 수 있다는 이유로 무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축구 선수들이 반복적으로 강력한 헤딩을 하고 이것이 그들을 강하게 만든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 된 주장이라고 그는 꼬집었다.
버지니아 의과대학 구나 브롤린슨 교수는 “선수가 경기 중 지속적인 헤딩으로 인해 혼란스러워하거나 적절하게 경기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 선수는 선수교체를 통해 건강상태를 체크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뇌진탕 겪는 축구선수, 의식기능 회복해도 완치 더뎌
한편 뇌진탕을 겪고 있는 축구 선수들은 의식장애와 같은 뇌진탕의 대표적 징후가 사라지더라도 그들의 질환이 완전히 치료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와우케샤 메모리얼 병원 마이클 맥크레이 교수는 최근 연구를 통해 인지기능, 균형감각과 같은 대표적 징후들은 뇌진탕 발생 후 1주일 내에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뇌의 전기신호는 짧게는 8일에서 길게는 한 달 가까이 비정상적인 상태로 남아있었다고 보고했다.
연구를 주도한 와우케샤 메모리얼 병원 마이클 맥크레이 교수는 “그동안 뇌진탕의 대표적 징후들이 없어지더라도 완치가 되지 않는다는 가설이 존재했는데 이번 연구는 이를 지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맥크레이 연구팀의 연구결과는 지난 8월 과학저널 ‘Journal of Head Trauma Rehabilitation'에 게재됐다
헤딩으로 인한 충격은 상대적으로 약한 수준의 뇌진탕을 반복적으로 불러올 수 있으며 이는 영구적인 뇌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헤딩 자체도 문제지만 선수들의 경우 심각한 손상에 대해서는 경기 출전 등의 이유로 보고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으며 코치, 감독, 의료진들은 뇌 손상과 같은 증상을 감지하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문제점도 있다.
센서 부착 헬멧시스템, 머리 충격 데이터 전송-경고 기능
축구용 헬멧 시스템은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지난 2004년 스포츠 장비제작사인 리들사는 IQ HIT라는 헬멧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헬멧 시스템은 6개의 가속도측정기를 장착하고 있다. 이 가속도측정기는 선수가 헤딩을 했을 때 헬멧이 받는 충격의 크기가 아니라 선수의 머리가 받는 충격의 크기를 계산해 경기장 밖의 컴퓨터로 데이터를 전송한다.
헬멧 시스템은 벤치의 의사들이 인지할 수 있는 경고 기능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축구 선수가 경기 또는 연습 중에 헤딩으로 특정기준 이상의 머리 충격을 받거나 축적된 중력가속도(g) 포스가 너무 높으면 자동으로 경고 장치가 작동한다.
헤딩으로 인한 충격 자체를 완화하기 위한 헬멧 시스템도 있다. Xenith사는 18개의 충격흡수물질을 부착한 충격 완화용 헬멧을 지난 2008년 개발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충격흡수물질은 속이 텅 빈 디스크와 같은 형태인데 이 공간을 통해 공기가 들어오고 나갈 수 있다. 헤딩으로 인해 충격이 가해질 경우 이 디스크들은 충격을 흡수해 충격의 강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 이성규 객원기자
- henry95@daum.net
- 저작권자 2010-10-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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