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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조재형 객원기자
2010-10-11

뼈를 깎는 아픔도 견디게 하는 마취 ‘수술 비행(飛行)’의 이·착륙, 마취의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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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본능적으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죽음과 고통일 것이다. 이에 인류는 오래전부터 이 두 가지 두려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죽음은 예외 없이 누구에게나 찾아온다는 것을 깨닫게 된 후, 그 죽음의 시기를 늦춰보려는 노력들이 나타났다.

의술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수술을 통한 치료가 효과적인 것을 알아냈다. 하지만 수술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생살을 칼로 찢고 도려내며 뼈를 깎는 고통에 있었다. 고통이야말로 때론 죽음보다 더 견디기 힘들 수 있다. 최근 자살한 행복전도사 최윤희씨 역시 극심한 고통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실로 오랜 과거엔 병을 고치기 위해 수술을 하더라도 그로 인한 고통으로 죽는 일이 허다했다.

마취제는 의료용 마약?

이에 인류는 고통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게 됐고 이는 마취과학이라는 학문으로 발전하기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초창기의 마취는 완전하지 못했다.

고통을 줄이기 위해 강제로 질식시키거나 수술 부위를 압박해 신경이 일시적으로 마비되도록 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현대의술로 치자면 수면마취와 국소마취쯤이 될 것이다.

마취약으로 약물을 이용한 것은 양귀비, 코카인, 맨드레이크 등 마약으로 잘 알려진 것들이다. 사실 마약은 신경을 마비시켜 진통효과와 몽롱함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마취제와 그 성격이 같다. 이 외에 마취제로써 술을 사용하기도 했다.

과학과 의술이 발전하면서 현대 마취에 처음으로 사용한 것은 에테르다. 에테르를 코와 입으로 흡입해 체내 신경을 마비시킨 흡입마취의 방법을 사용했다. 흡입마취는 전신마취에 사용된다. 정맥에 직접 마취약을 주사해 전신마취를 시키기도 하지만 흡입마취는 마취제의 흡입과 배출의 통제가 비교적 자유롭고 조절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흡입마취제의 종류는 매우 많았다. 에테르, 클로로폼, 에틸 클로라이드, 트리클로로에틸렌, 에틸렌 등이 있었지만 체내에서 독성 띄거나 부작용 유발, 폭발성 등이 있는 마취제들이 제외되고 근래엔 아산화질소, 할로텐 등의 마취제가 사용된다.

전신마취와 수면마취의 차이

팔, 다리 등 호흡이나 움직임에 큰 구애를 받지 않는 간단한 수술의 경우는 국소마취를 하지만 큰 수술이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수술, 호흡기에 관련된 수술 같은 경우엔 전신마취를 하게 된다. 전신마취는 중추신경계를 마비시켜버리는 것이다. 이에 신체는 통증은 물론 어떤 감각도 느끼지 못하며 환자는 의식을 잃고 깊은 잠에 빠진 것과 같이 보이는 상태가 된다. 하지만 수면과 다른 점은 스스로 호흡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추신경을 마비시켰기에 뇌가 호흡통제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전신마취 시에는 인공호흡장치를 사용하게 된다.

보통 이 전신마취를 수면마취와 혼동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사실 수면마취는 마취의 일종으로 보지 않기도 한다. 이는 ‘잠을 자는 듯’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정말 잠에 든 것이다. 비교적 간단한 수술 시 사용하는데, 수면마취 시엔 환자 스스로 호흡이 가능하고 잠꼬대 하듯 무의식적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 또한 의사의 간단한 말에 반응하고 움직이기도 해 일종의 최면상태로 보기도 한다. 중추신경계를 마비시키는 전신마취에 비해서는 부작용이나 위험성이 적어 선호되는 방법이다. 하지만 출혈이 심하거나 움직이면 안 되는 미세한 수술 등의 경우는 전신마취를 해야 한다.


극도의 공포, 마취 중 각성

이런 전신마취나 수면마취 등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게 만드는 마취의 경우 사람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바로 마취 중 각성일 것이다. 마취 중에 의식이 돌아오는 것을 말하는 마취 중 각성은 여러 영화에서도 주제로 다뤄 많은 사람들이 수술 시 이를 걱정하게 된다.

수면마취의 경우는 본래 신경을 마비시키는 것이 아닌 잠에 들게 하는 것이기에 종종 수면진정제의 양이 적거나 환자의 내성이 강해 잠에서 깨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수면마취 자체가 크고 위험한 수술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며 진통제를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깨어난다 해도 큰 문제는 없다. 또한 대부분의 환자가 이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전신마취의 경우에는 문제가 된다. 수술 중 감각이 되살아나 수술의 통증을 느끼지만 움직이거나 말을 하지 못할 수도 있으며 통증은 없지만 의식만 살아나 수술의 과정을 인지하는 경우 들이 있다.

이는 통증으로 인한 혼절이나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으며 통증이 없더라도 수술의 과정과 느낌을 경험함으로써 일종의 정신질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마취 중 각성은 그렇게 자주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약 0.2~1%정도의 빈도로 발생하며 실제로 모든 고통을 다 느끼거나 생생히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큰 수술을 앞둔 사람이라면 심적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그 소수의 사람 중 한 명이 내가 된다면 그것은 이미 확률상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사전 검사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

또한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의 경우 마취제에 내성이 생겨 마취가 잘 들지 않을 수 있고 간이 좋지 않은 사람도 마취사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니 평상시의 건강 상태도 관리를 해야 좋다. 언제 어떤 일이 닥쳐 수술을 하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마취 중 각성이 많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면서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장치도 개발됐다. 바로 BIS(Bispectral Index)라는 것으로 마취한 환자의 뇌파를 분석해 그 상태를 모니터링 할 수 있게 한 의료기기다. 이것으로 환자의 마취상태를 즉각적으로 감시하고 변화를 파악해 마취 중 각성이 일어나더라도 즉각적으로 조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그 사용은 드물다.

마취사고 방지 위해 정확한 검사 중요

수술 시 마취는 일반인들의 생각보다 매우 불안하고 두려운 일이다. 수술의 전 과정을 비행과정에 비유했을 때, 마취를 이·착륙 과정으로 보기도 한다. 비행과정에서 이·착륙이 가장 힘들고 위험하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이에 규모가 큰 병원의 경우는 마취과가 따로 있고 마취에 관한 시술은 마취과 전문의에 의해 이뤄진다.

수술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수술 전 많은 사전검사가 이루어진다. 일부 사람들은 수술 핑계로 병원비를 뜯어내려한다고 투덜대지만 그 검사들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것이다. 환자의 장기와 호흡기 등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마취제를 사용했을 시 부작용에 대한 것들을 검사하는 것이다. 이를 소홀히 한다면 수술 중에 마취에서 깨어난다거나 마취제 과다사용으로 큰 사고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일반에서 접하는 의학 정보의 양이 늘어나면서, 최근 수술 및 마취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지식을 가지고 잘못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안전한 수술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의사의 진료 하에 자신에게 맞는 검사와 시술을 받도록 해야 한다.
조재형 객원기자
alphard15@nate.com
저작권자 2010-10-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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