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2010미스코리마 미(美) 하현정씨가 ‘2010미스 투어리즘 퀸 인터내셔널’ 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인이 국제미인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한국인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가 인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대와 장소에 따라 미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는 하지만 하 씨의 경우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보편적인 미의 기준은 있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건강미, 지성미, 육체미 등이다. 이러한 보편적 미의 기준을 세포에 적용해본다면 어떤 세포가 ‘미스 세포’의 영예를 차지할 수 있을까. 치열한 경쟁을 뚫고 본선에 오른 경쟁 후보들부터 만나보자.
녹빈홍안 적혈구, 단순호치 백혈구
아름다운 여성을 이르는 말 가운데 녹빈홍안(綠鬢紅顔)이라는 말이 있다. 윤이 나는 검은 귀밑머리와 발그레한 얼굴이라는 뜻이다. 단순호치(丹脣皓齒)는 붉은 입술과 하얀 치아라는 뜻으로 역시 아름다운 여자를 칭하는 말이다. 발그레한 얼굴과 붉은 입술이 아름다운 여자를 나타낼 만큼 붉은 색은 미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다.
세포 중에도 붉은 색으로 유명한 세포가 있다. 이름부터 붉은 색이 들어있는 적혈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영어로 Red Blood Cell, RBC 라고도 불리는 적혈구는 혈액 세포 가운데 하나이다.
백옥같이 하얀 피부는 모든 여성의 로망이기도 하다. 하얀색의 치아 역시 단순호치라고 불릴 만큼 미인의 대명사이다. 적혈구가 붉은 색으로 널리 알려졌다면 하얀 색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세포 또한 있다. 바로 백혈구이다. 백혈구는 White Bloool Cell, WBC 라고 불리며 적혈구와는 같은 조혈모세포로부터 분화한 형제지간이다.
건강미인 대식세포, S라인 페포
밥 한 끼라도 맛있게 먹는 여성을 보면 어른들은 ‘복스럽다’라는 말을 쓰곤 한다. 깨작깨작 거리며 다이어트를 한다며 일부러 조금 먹는 여성들에 비해 맛있게 먹는 모습이 건강한 모습으로 비쳐졌기 때문일 것이다.
세포 중에도 어떤 반찬이라도 투정하지 않고 맛있게 먹는 건강 미인이 있다. 이름부터 비범치 않은 대식세포(Macrophage)가 바로 그 당사자이다. 대식세포는 백혈구의 일종이며 적혈구와는 사촌지간이다. 이를 통해 조혈모세포의 자손들이 대체로 미인이라는 점을 엿볼 수 있다.
S라인으로 대표되는 육체미인 세포에는 누가 있을까. 흔히 세포라고 하면 다 똑같이 생겼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싶다. 둥그런 원 모양으로 구성된 똑같은 모양의 세포들이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을 것이라고 쉽게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세포들이 그렇게 생겼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다.
폐를 구성하고 폐포는 예외적인 경우의 하나이다. 폐포는 하나의 S라인 모양을 띠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S라인이 모여 올록볼록한 꽈배기 모양을 띠고 있다. 한편 신경세포인 뉴런은 놀랍게도 멋진 각선미를 자랑한다. 뉴런은 수상돌기와 축색돌기 등 다른 세포에서는 볼 수 없는 빼어난 다리를 가지고 있다.
미인에 있어 육체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지성미이다. 한 번 본 것은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다면 뛰어난 지성의 소유자라고 말할 수 있다. 기억, 생각에 관여하는 뇌세포가 빼어난 지성미를 자랑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를 능가하는 절대지성의 세포가 있다. 바로 백혈구의 일종인 B세포이다.
적혈구, 백혈구, 대식세포, 폐포, 뉴런, B세포 등 본선진출 후보들에 대해 알아봤다. 그렇다면 이들이 어떻게 자신들만의 매력을 뿜어내는지 그 향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헤모글로빈 산소와 결합해 붉은 색 띠어
적혈구는 폐의 산소를 각 세포로 운반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적혈구가 산소를 운반하기 위해서는 혈액 속에서 산소운반을 담당하는 물질이 필요하다. 척추동물의 경우 헤모글로빈이 그러한 역할을 한다. 산소는 물에 녹기 때문에 피 속에 녹아 들어갈 수 있는데 헤모글로빈과 결합하면 산소가 피 속에 녹는 것보다 약 60~65배 정도 더 많이 포함될 수 있다.
헤모글로빈과 산소가 결합하면 붉은 색을 띠게 되고 결과적으로 피가 붉게 보인다. 한편 헤모글로빈은 산소를 전달하고 나면 세포에서 이산화탄소와 결합하는데 이때는 파란색을 띠며 이를 정맥피라고 부른다.
적혈구와 형제지간인 벽혈구는 인체 내에서 면역기능에 관여한다. 헤모글로빈과 결합하는 붉은 색의 적혈구와 달리 헤모글로빈이 없기 때문에 적혈구와 대비해 백혈구라고 불린다. 기실 세포는 구성성분 대부분이 물이기 때문에 색깔을 띠는 세포가 거의 없다. 적혈구의 경우 헤모글로빈과 산소가 결합해 붉은 색을 띠기 때문에 적혈구라고 부르며 피부 세포 중에 멜라닌 색소를 만드는 세포의 경우 고동색을 띠기도 한다.
대식세포(Macrophage)는 백혈구의 일종이며 항체를 생산하는 B세포와 항원을 공격하는 킬러 T세포 등과는 형제지간이다. 때문에 대식세포와 킬러 T세포는 모두 건강 미인이다. 이들은 인체 내에 침투한 침입자는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다.
폐포, 최대 산소교환 위해 꽈배기 모양 인체에서 폐의 중요한 기능은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는 것이다. 교환은 허파꽈리에서 주로 이뤄지며 허파꽈리를 폐포라고 부른다. 폐포는 모세혈관과 폐세포로 이뤄져있다. 폐의 입장에서 볼 때 흡입한 산소와 체내의 피를 최대한 많이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표면적을 최대한 높일 필요성이 있는데 이를 위해 폐포가 꽈배기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인체의 폐포들을 서로 연결해서 천을 만들면 그 크기가 대략 초등학교 운동장 넓이만큼 된다고 알려졌다. 바꿔 말하면 초등학교 운동장 크기의 종이를 구기고 구겨서 우리 가슴 속에 넣은 셈이다.
뉴런, 신경전달물질 주고받기 위한 신경돌기
신경세포 뉴런은 인체 내에서 자극, 흥분 등의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신호 전달은 하나의 뉴런 내에서는 전기신호를 통해 전달되지만 뉴런과 뉴런 사이에서는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전달된다.
신경전달물질을 주고 받기위해 각각의 뉴런은 수상돌기와 축색돌기라는 뻗은 형태의 신경돌기를 가진다. 수상돌기와 축색돌기가 맞닿아 있는 시냅스 부분에서 축색돌기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고 다음 뉴런의 수상돌기는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자극이 뉴런과 뉴런 사이에서 전달된다.
B세포는 골수(Bone Marrow)에서 생성되고 성장하기 때문에 B세포라고 불린다. B세포의 중요 역할은 항체를 만드는 것이다. 인체에 적이 침입하면 B세포가 항체를 만들어내서 적과 전투를 벌이는데 일부 B세포는 전투 이후에도 오랫동안 살아남는다. 이를 기억 B세포라고 부르며 기억 B세포는 똑같은 적이 다시 인체에 침입할 경우 급격하게 수를 불려 적을 공격한다. 이러한 과정을 면역기억이라고 일컫는다. 기억 B세포는 한번 기억한 적에 대해서는 평생을 잊지 않고 정확히 기억한다.
암세포, 과체중 세포내 최악의 추녀
적혈구, 백혈구, 대식세포, 폐포, 뉴런, B세포와 같이 서로 다른 매력의 자연미를 뿜어내는 미인세포와는 달리 추녀라고 불릴만큼 더러 못생긴 세포들도 존재한다. 세포 중에서 스스로 통제 못하고 무한정 먹음으로써 과하게 살찐 세포들이 있다. 먹긴 먹지만 인체에 침투한 침입자만을 먹는 대식세포와는 달리 정상세포를 굶겨 죽이는 암세포가 바로 그 장본인이다.
암세포는 혈관으로부터 공급되는 영양분을 무한정 먹기 때문에 주위의 건강한 정상 세포들은 자신들이 먹어야 할 영양분을 암세포에게 뺏기게 된다. 암세포는 무한정으로 먹는 만큼 무한증식을 통해 수를 급격히 불리며 이를 통해 주위의 건강한 정상세포까지 아사시킨다.
본선을 진출한 쟁쟁한 후보들이 각기 다른 팔색조 매력을 뽐내고 있기 때문에 어느 후보가 미스세포의 영예를 차지할지 예단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암세포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결선진출을 하지 못할 것이며 조만간 미인대회 자체에서 퇴출될 운명이라는 점만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 이성규 객원기자
- henry95@daum.net
- 저작권자 2010-09-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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