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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이성규 객원기자
2010-09-17

하나의 유전자, 둘 이상의 단백질 다양성 증대의 묘미, 스플라이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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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SF 영화 스플라이스(Splice 2009, 빈센조 나탈리 작)가 개봉했다. 스플라이스는 양서류, 갑각류, 파충류, 어류 등 다종의 DNA와 인간 여성의 DNA를 합성해 탄생한 새로운 생명체의 이야기를 다룬다.

스플라이스는 ‘연결하다’라는 의미다. 감독은 이종의 DNA와 인간의 DNA를 결합해 새로운 피조물을 만들어낸다는 의미에서 영화 제목을 스플라이스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스플라이스라는 단어는 생물학에서는 오래 전부터 사용됐던 용어다. 단어가 갖는 의미 그대로 생물학에서도 스플라이스는 연결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생물은 무엇을 왜 연결하는 것일까.

인간 유전자, 단백질 수 매치 안 돼

2003년 완료된 인간게놈프로젝트로 인간의 유전자(Gene) 수가 하등생물인 미생물과 별반 차이가 없는 3만5,000~4만 사이로 밝혀졌다. 기존 과학계는 인체 단백질의 수가 10만 개 이상일 정도로 많기 때문에 유전자의 수도 이에 상응하게 많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단백질은 RNA로부터 만들어지고 RNA는 DNA로부터 만들어지는데 단백질의 원형으로 작용하는 유전자의 수와 단백질 수의 이 같은 차이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에 대한 해답을 스플라이스에서 엿볼 수 있다. 정확한 표현은 스플라이싱이며 구체적으로는 ‘RNA 스플라이싱’이라고 부른다. RNA 스플라이싱의 핵심개념은 하나의 유전자로부터 2개 이상의 단백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생물은 적은 수의 유전자로 그보다 많은 수의 단백질을 만들 수 있다.

생명체가 어떻게 RNA 스플라이싱을 통해 단백질의 다양성을 증대할 수 있는지 그 기작에 대해서 알아보자.

스플라이싱, 하나의 유전자가 둘 이상의 단백질 합성

RNA 스플라이싱은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RNA를 서로 연결한다는 의미다. RNA 중에서도 유전 정보를 갖고 있는 RNA만을 선택적으로 연결한다는 얘기다. DNA로부터 RNA가 전사되고 RNA로부터 단백질이 번역되기 때문에 DNA 염기서열상의 유전정보는 중간에 끊기지 않고 연속적으로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는 박테리아와 같은 원핵생물의 경우에는 해당되지만 인간과 같은 진핵생물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진핵생물의 DNA는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염기서열과 유전정보를 담고 있지 않은 염기서열이 서로 불규칙적으로 배열돼 있다. DNA 염기서열의 90%이상이 유전정보를 담고 있지 않는 염기서열이다.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염기서열을 엑손이라고 말하며 그렇지 않은 염기서열을 인트론이라고 부른다.

때문에 인간의 DNA는 엑손과 인트론이 불규칙적으로 연결돼 있고 이를 전사한 RNA 역시 엑손과 인트론이 불규칙적으로 연결돼 있다. 엑손과 인트론이 불규칙적으로 연결돼 있는 RNA를 1차 RNA라고 부른다.

단백질 합성에 있어 인트론은 단백질 합성 정보인 유전정보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필요치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포는 RNA 스플라이싱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즉 1차 RNA에서 인트론은 제거하고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엑손들로만 연결하는 것이다.

엑손들로만 연결된 RNA를 성숙 RNA라고 부르며 단백질은 이 성숙 RNA을 번역하면서 합성된다. 세포는 인트론을 제거하고 엑손을 모아서 연결하는 스플라이싱을 할 때 다양한 방법으로 하나의 유전자로부터 2개 이상의 단백질을 만든다. 이를테면 발달 과정에서 하나의 유전자부터 각각의 단계별로 다른 단백질을 합성할 때 세포는 스플라이싱을 적용한다.

쥐의 경우 칼슘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칼시토닌이라는 갑상선 호르몬과 뇌에서 발견되는 칼시토닌 관련 단백질은 모두 같은 1차 RNA 유전자로부터 합성된다. 1차 RNA는 칼시토닌 유전자와 칼시토닌 관련 단백질 유전자를 모두 엑손으로 갖고 있다.

갑상선 세포의 경우에는 스플라이싱을 할 때 칼시토닌 관련 단백질 엑손을 제거한다. 역으로 뇌세포의 경우에는 칼시토닌 엑손을 제거한다. 이렇게 엑손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쥐는 각기 다른 단백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스플라이싱 과정을 선택적 스플라이싱이라고 부른다.

또 다른 예로 과일파리(fruit flies)는 발달과정에서 각각의 단계별로 하나의 마이요신 유전자로부터 각기 다른 3종류의 마이요신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스플라이싱, RNA효소 연구 기여

스플라이싱은 기본적으로 세포가 단백질 다양성을 증대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용하지만 한편으로는 생명의 기원에 대한 실마리도 제공한다. RNA 스플라이싱은 크게 인트론의 종류에 따라 그룹 Ⅰ,Ⅱ, Ⅲ, Ⅳ 로 나뉜다. 그런데 그룹 Ⅰ, Ⅱ 스플라이싱의 경우에는 효소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즉 RNA 자체가 효소로써의 기능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바탕으로 과학자들은 생명의 기원은 유전정보를 갖고 있으면서도 효소의 기능도 할 수 있는 RNA로부터 시작됐을 것이라는 가설을 제안했다. RNA이면서 효소의 기능도 갖고 있는 생체분자를 RNA 효소 또는 리보자임이라고 부른다. 그룹 Ⅰ인트론은 대표적인 리보자임의 하나다.

RNA 스플라이싱의 개념을 다시 영화 스플라이스에 적용해보자. 영화 속 새로운 생명체인 ‘드렌’은 각각 조류, 어류, 파충류, 양서류, 갑각류 등 다종 생물의 엑손을 스플라이싱으로 만든 유전자를 통해 탄생했을 것이라고 유추해 볼 수 있다.

2010년 5월, 인공합성 박테리아 성공

그렇다면 실제로 이 같은 이종 DNA 결합 생명체의 출현이 가능할까. 이종 간 결합연구는 기실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감자와 토마토를 결합한 포마토, 사자와 호랑이를 결합한 라이거 등이 그러한 예가 될 수 있다.

지난 5월 영국 BBC방송은 암소에서 채취한 난자에 인간의 피부세포에서 추출한 DNA를 주입해 만든 이종배아가 3일간 생존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편 인간게놈프로젝트를 주도했던 셀레라 제노믹스의 크레이그 벤터 박사는 같은 달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세계 최초로 인공합성세포(박테리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성규 객원기자
henry95@daum.net
저작권자 2010-09-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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